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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도 다수결로 탄생”…‘이재명 사당화’에 집단행동 나선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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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국회박물관 내 체험관에서 열린 박성준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국회박물관 내 체험관에서 열린 박성준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이재명(비명)계가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비명계가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항할 연합세력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비명계 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과 친이낙연계인 윤영찬 의원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회에는 두 사람을 비롯해 친문재인계인 김종민·정태호·김영배 의원과 친이낙연계인 이병훈·양기대·김철민·양정숙 의원, 정세균계인 이원욱 의원 등이 총 10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비명계가 주최한 토론회가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기대, 김철민, 정태호, 윤영찬, 이원욱, 박용진, 김종민, 이병훈, 김영배 의원. 김성룡 기자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비명계가 주최한 토론회가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기대, 김철민, 정태호, 윤영찬, 이원욱, 박용진, 김종민, 이병훈, 김영배 의원. 김성룡 기자

비명계 의원들은 토론회 시작부터 ‘이재명 사당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지난 19일 신설한 권리당원 전원투표 조항이 주 타깃이었다. 기존 최고의결기관인 전국대의원대회를 제치고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선하는 내용이다. 권리당원에는 소위 ‘개딸(이 후보 지지자)’이 많아 비명계는 “당의 주요 사안이 ‘개딸’ 입맛대로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논란에도 민주당은 24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이를 확정한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최고의결기관이 느닷없이 바뀌는데도 그동안 한 차례도 토론도 없었고, 이제는 중앙위원회에 올릴 안건의 수정도 안 된다고 한다”며 “초등학생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비판했다. 윤영찬 의원은 “당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 그 결정이 잘못됐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묻나”라며 “나치 탄생도, 히틀러가 총통이 된 것도 독일 국민 다수가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 절차도 다수결로 이뤄졌는데 잘못이 없었다고 볼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위해 2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민주당 인사 3명과 점심 식사를 했는데 경찰은 이들의 점심값이 경기도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됐다고 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위해 2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민주당 인사 3명과 점심 식사를 했는데 경찰은 이들의 점심값이 경기도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됐다고 보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당헌 80조 개정이나 권리당원 전원투표 등의 추진과정에 대해 이 후보는 ‘내가 밀어붙인 게 아니다’고 말하지만, 그에게 유리하게 당 내 사안이 흘러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특정인이) 당의 권력을 독식하면 당이 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태호 의원은 “대표 후보(이 후보 지칭)가 최고위원 후보를 데리고 다니면서 당을 분열시키는 모습을 저는 처음 본다”고도 비판했다.

이날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점에 대해서도 비명계는 날을 세웠다. 박용진 의원은 “이 후보의 사법적인 의혹들이 기소되고, 재판에 부쳐지면 민주당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의원 25명은 이날 별도로 모여 논의한 끝에 변재일 중앙위원회 의장,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안건에 부칠 24일 중앙위원회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민정은 외딴 섬”…송갑석 당선 사활 거는 비명

유일한 호남 지역구 최고위원 후보인 송갑석 의원은 현재 9.09%의 누적득표율로 당선권인 5위를 노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유일한 호남 지역구 최고위원 후보인 송갑석 의원은 현재 9.09%의 누적득표율로 당선권인 5위를 노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현재 최고위원 후보 7명 중 당선권인 5위권에 든 비명계 후보는 2위 고민정 후보뿐이다. 이에 비명계는 추가로 1명을 더 당선권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고 후보 혼자 당선되면 외로운 섬과 같을 것”이라며 “현재 6위인 비명계 송갑석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비명계 의원들이 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윤영찬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를 사퇴하고 송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송 후보는 지난 21일까지 진행된 권리당원 투표 누적집계에서 9.09%를 얻어 5위 박찬대 후보(9.47%)를 0.38%포인트 차이로 바짝 쫓고 있다.

이에 대해 박찬대 후보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한 여야중진협의체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힘이 빠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이재명 지지 당원들의 결집을 시도하며 비명계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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