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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팝 본고장서 K팝 축제 연 그 사람…“K팝 매력은 청순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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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 10년 전,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K팝 축제를 열겠다는 구상이 나오자 뒤따른 반응이었다. 모두가 만류했던 축제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젠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BTS)도 2014년 이 행사에서 해외 진출의 활로를 열었다. 지난 10년간 미국·일본 등 전 세계에서 110만명 이상의 K팝 팬들을 불러 모은 케이콘(KCON), 그 ‘무모한 도전’의 일원이었던 안젤라 킬로렌(52) CJ ENM 아메리카 대표를 지난 19일(현지시간) ‘케이콘 2022 LA’가 한창인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만났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케이콘 2022 LA'가 열리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를 만났다. 사진 CJ ENM

지난 19일(현지시각) '케이콘 2022 LA'가 열리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를 만났다. 사진 CJ ENM

첫 케이콘이 미국에서 1만 명의 방문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을 때, 킬로렌 대표는 “가능성이 보인다”며 적자를 끌어안고 도전을 이어나갔다. 그 도전은 2019년 LA에서만 10만 3000명의 K팝 팬을 불러 모으는 10배 이상의 성장으로 결실을 맺었다.

미래는 어떨까. 올해는 코로나19로 멈췄던 대면 행사가 3년 만에 재개돼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보였다. 엔데믹 상황 속에서도 사흘간 9만여명이 참여하는 대성공을 기록했다. 하지만 킬로렌 대표는 자축할 틈도 없이 올 하반기 남은 과제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한 킬로렌 대표는 졸업 후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거쳐 현지에서 마케팅 경험을 쌓았다. 2011년 CJ ENM에 합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20년 CJ ENM 아메리카 대표에 올랐다. 미국인 아버지(케네스 킬로렌 서강대학교 초대 학장)와 한국인 어머니(조안 리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어와 영어 모두 완벽하게 구사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9일(현지시각) '케이콘 2022 LA'가 열리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를 만났다. 사진 CJ ENM

지난 19일(현지시각) '케이콘 2022 LA'가 열리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를 만났다. 사진 CJ ENM

10년 전 첫 케이콘에 참여했던 일원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당시 함께 했던 ‘올드 멤버’ 중 회사에 남은 사람이 몇 안 된다. 남은 사람끼리는 올해 행사 준비를 마무리하고 서로 껴안았다. 하지만 10주년보다 더 즐거운 사실은 대면 행사가 돌아왔다는 거다. 팬들이 즐거워하고 열광하는 모습 그 자체가 케이콘의 에센스(본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밖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많이 바뀐 게 눈에 띄었다.
어떤 점이 바뀌었나
팬층이 점점 더 다양해진다. 과거엔 딱 봤을 때 떠오르는 열정적인 K팝 팬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이제 미국에서도 K팝이 일반적인 하나의 문화로 퍼져 있다는 게 팬들의 모습에서 느껴진다.  
2020~2021년 행사는 온라인으로만 열렸는데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불가피하게 온라인 행사를 하게 됐지만 오랜 고민 중 하나가 해결되는 시간이었다. 행사장을 찾아오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케이콘을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경험을 제공할 방법이 없을지 늘 고민해왔다. 오히려 온라인을 확대한 덕에 앞으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행사를 계속 열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온라인으로만 참여하던 사람이 케이콘 자체의 팬이 돼서 나중에 직접 오프라인 행사에 찾아와 주길 기대한다.
케이콘에서 늘 팬들의 ‘참여’를 강조한다.
지금 미국의 Z세대 사이에서 제일 ‘핫’하고 활성화된 플랫폼은 틱톡이다. 그 틱톡에서 제일 잘 나가는 콘텐트가 댄스가 들어간 영상이다. 팬들은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 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콘텐트에 자기 색깔을 넣는다. CJ ENM에선 ‘왜 진작 틱톡을 우리가 먼저 만들지 않았을까’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글로벌 K팝 팬들은 처음 이 앱이 나왔을 때부터 그렇게 써왔다. 참여하려고 하고, 같이 즐기려고 한다. 특히 미국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주변에 드러내는 데 굉장히 적극적이고,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 적극성을 가진 팬들에게서 우리가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케이콘 2022 LA'가 열리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를 만났다. [사진 CJ ENM]

지난 19일(현지시각) '케이콘 2022 LA'가 열리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안젤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를 만났다. [사진 CJ ENM]

K팝이 미국에서 사랑받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국 음악에 없는 ‘청순미(美)’가 있다. 뉴욕 케이콘에 가보면 흑인 K팝 팬이 생각보다 많다. 이미 비욘세나 드레이크처럼 세계 최고의 흑인 뮤지션들이 있는데 왜 K팝을 좋아할까. 힙합의 ‘스웨거’(swagger, 잘난 척하거나 으스대는 태도)와 대조되는, 팬들을 향한 K팝 아티스트들의 정성이 주는 감동과 위로가 있다. 팬들한테 진심을 다하는 아티스트의 마인드가 좋고, 팬으로서 너무 행복한 거다.
그런데도 여전히 K팝이 미국에서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끔 그런 질문을 미국 음악종사자한테 한다. 그럼 그쪽에서 오히려 당황한다. “너희는 BTS랑 블랙핑크가 있는데 대체 뭐가 안 됐느냐”는 반응이다. 그래서 한계라기보다는 장르의 특수성이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언어의 오디언스(청중)가 다른 것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어 위주인 K팝이 이렇게까지 오디언스를 월등히 넓혔다는 사실을 좋게 평가할 수도 있지 않나. K팝이 모자라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주류 음악의 대안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상반기 큰 프로젝트인 케이콘을 잘 마무리했는데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미국 캠페인이 있다. 아직 둘 다 미국에선 개봉을 안 했다. 어떻게 해서든 미국의 크리틱(평론가)과 아카데미 멤버들한테 사랑받기 바라면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 (※킬로렌 대표는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캠페인 실무를 맡아 수상에 기여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기생충’ 때도 그랬지만 어떤 작품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게 우리의 미션이다. 하나가 잘 됐다고 그것과 비슷한 게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진 않다. 작품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런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과 잘 매칭시키는 게 제일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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