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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백신지연·통계조작…文정부 아픈 곳만 턴다는 감사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감사원이 23일 하반기 감사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국회 감사원 업무보고에 출석한 최재해 감사원장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감사원이 23일 하반기 감사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국회 감사원 업무보고에 출석한 최재해 감사원장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감사원이 23일 내부 진통 끝에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탈원전) 사업 추진 실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백신 도입 지연 사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관련 통계조작 논란 등에 대한 특정사안 감사를 하반기 감사운영 계획에 추가로 포함했다. 야당의 ‘코드 감사’ 반발에도 전임 정부를 겨냥한 강력한 사정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감사원은 지난 18일과 23일 두 차례의 감사위원 회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하반기 감사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는 지난달 최재해 감사원장이 국회 업무보고에서 연내 감사계획을 밝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지난 대선 ‘소쿠리 투표’ 논란과 관련해 예비 감사를 받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하반기 정기 감사대상에 추가로 포함됐다. 공수처가 감사원 감사를 받는 건 지난해 출범 뒤 처음이다. 중앙선관위는 독립성 침해를 이유로 감사원에 선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과 규제혁신 기조에 발맞춰 공공기관과 정부 출연기관의 재무 및 경영관리 실태와 각 부처의 규제혁신 추진실태 감사 계획도 공개했다. 이외에도 올해 초 연간 계획에서 기관정기 감사 대상에 포함됐던 국정원과 대검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방위사업청 등도 하반기에 본격적인 정기 감사를 받게된다. 자연재해 대응 관련 감사 계획도 들어갔는데, 최근 집중호우 문제로 불거진 서울시 빗물터널 공사 백지화 논란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1월 수립한 연간감사계획에 더해 감사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감사과제를 새롭게 반영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 반대에 '탈원전 감사' 일부 축소

이날 공개된 감사운영 계획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관련 감사의 포함 여부였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해 3월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각종 계획 수립 실태 감사’를 통해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유병호 사무총장 취임 뒤 감사원은 탈원전 정책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지난 18일 1차 감사위원 회의에서 일부 감사위원이 반대 의견을 내며 감사계획 확정이 지연됐다. 감사 위원들은 과거 감사와 중복되고 관련 부서에 과중한 업무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감사 실행은 불가능하다. 이에 감사원은 정책 전반이 아닌 사업 자금 집행 내역에만 제한해 탈원전 감사를 기존 계획보다 축소해 진행하겠다고 위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소수의 감사위원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칙상 다수결로 진행해도 됐지만, 모두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질의를 하던 최재해 감사원장. 최 원장 뒷편으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두 눈을 감고 앉아있는 모습. JTBC캡처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질의를 하던 최재해 감사원장. 최 원장 뒷편으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두 눈을 감고 앉아있는 모습. JTBC캡처

코로나19 초기 백신 도입 지연과 관련한 ‘감염병 대응체계 분석’ 감사도 감사위원 사이에서 이견이 나왔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이 시기에 감사를 진행해야 하느냐는 문제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염병 대응 감사는 하반기 감사에 포함하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최종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의 통계조작 논란과 관련한 ‘국가통계시스템 점검’의 경우 감사원은 “예산 편성 및 정책 수립의 근간을 정립하고 행정 편의적인 국세부과 관행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하반기 역점 사항으로 경제 회복에 저해가 되는 규제에 대한 신속한 정비 및 철폐 작업도 진행한다. 또한 최근 폭우 사태에서 드러났듯 기후위기와 재난대응 관련 정기 감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文정부 임명된 감사위원과 尹정부 사무총장 갈등 불씨  

이날 감사원의 발표에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에 대한 먼지털기식 감사로 전 정권을 털어 그 먼지로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감추고자 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전 세계로부터 K-방역에 대한 극찬 속에서 전 정부의 방역을 정치감사의 대상으로 삼겠다니 이것이야말로 정치방역”이라며 “감사원이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백신 수급을 감사한다는 것 자체가 표적감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감사위원 회의에서 드러났듯 감사원 실세로 불리는 유 사무총장 측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위원간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한 7명의 감사위원 중 지난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여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 이미현 감사위원을 제외하곤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거나 현 야당 측 추천을 받은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감사위원 중 유 사무총장과 관계가 좋지 않은 위원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향후 감사 계획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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