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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윤리위가 공천 심사까지? "특정세력 입김 통로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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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힘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당 기구가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다. 윤리위는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이 불거지자 7월 8일 사실상의 대표직 박탈에 준하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했다.

22일에는 수해 봉사 현장에서 실언 논란을 빚은 김성원 의원, 경찰국 신설 반대 입장을 낸 권은희 의원, 쪼개기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김희국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징계 여부를 논의할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징계 여부를 논의할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여당 윤리위는 과거에도 소속 의원의 막말 논란이나 윤리 규정 위반을 심의해왔다. 하지만 대체로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치는 일이 많았다.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윤리위가 5·18 민주화운동 망언 논란을 빚은 김순례·김진태 의원에게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 경고 처분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2020년 총선 당시에는 ‘세월호 막말’ 논란을 빚은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해 미래통합당 윤리위가 제명 대신 탈당 권유 처분을 내리자,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이 “윤리위가 한심하다”고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윤리위를 두고는 “사실상 대표를 내쫓는 권한을 행사했고, 스포트라이트까지 한몸에 받는 기구가 됐다”(재선 의원)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윤리위가 잇따라 ‘기강잡기용’ 성명을 내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윤리위는 이 전 대표 징계를 앞둔 6월 18일 “부적절한 업무 처리로 윤리위의 정상적 활동이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고, 8월 19일에는 “당원 품위 유지를 위반하면 어느 때보다 엄정하게 심의하겠다”는 엄포성 입장을 발표했다. 당 관계자는 “역대 윤리위원장 이름을 대라고 하면 당직자들도 기억하기 쉽지 않을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며 “이번 윤리위가 존재감 하나만큼은 확실히 부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2일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최재형 혁신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혁신위는 공천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심사권을 기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윤리위로 분산하는 등 윤리위 권한 강화가 담긴 '1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김성룡 기자

22일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최재형 혁신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혁신위는 공천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심사권을 기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윤리위로 분산하는 등 윤리위 권한 강화가 담긴 '1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김성룡 기자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2일 발표한 ‘1호 혁신안’에 윤리위 권한 강화가 포함돼 이목을 끌었다. 혁신안에는 공천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심사권을 기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윤리위로 분산하고, 윤리위원장의 임기를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윤리위원 임명 시 상임전국위 추인을 받게 하는 등) 윤리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해 사실상 당내 사법기구 같은 역할을 하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이날 “그동안 공관위의 독선적 전횡으로 공천 대란이 일어났다는 반성 차원에서 공천 권한을 분리하자는 취지”이라고 힘을 실었다. 만약 혁신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윤리위는 정당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인 공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막강해지는 윤리위를 보는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먼저 막말 논란이나 일부 의원의 민심과 동떨어진 실언 등으로 매년 곤란을 겪은 여당의 기강을 윤리위가 다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특히 당 공관위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밀실 공천’ 대신 시스템 공천을 추진할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공정하고 사심 없이 일할 수 있는 인사가 얼마나 윤리위에 포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7월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 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 대해 7월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7월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 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 대해 7월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김상선 기자

하지만 윤리위가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라는 당내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 사법기구에 내부 문제 해결을 맡기는 것이 ‘정치의 사법화’와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선 의원을 지낸 여권 관계자는 “향후 당내 계파 다툼 등이 치열해지면 정치적 목적의 윤리위 제소가 빗발쳐 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정치 문제는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질된 윤리위가 의원 통제 및 공천 권한까지 손에 쥐면 사실상 특정 세력의 ‘입법부 통제’ 통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 초선의원은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한 윤리위가 지도부 위에서 막강한 실권을 쥘 수 있다”며 “특정 권력층에 의해 윤리위가 좌우되면 정적을 제거할 당내 표적 사정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도 없지 않다”고 걱정했다. 당 3선 의원은 “만약 윤리위원장이 마음먹고 전횡을 하면 누가 통제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국 신설에 대한 국회 대응방안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23일 권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국 신설에 대한 국회 대응방안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23일 권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윤리위 징계 대상이 된 권은희 의원은 공개 비판을 내놨다. 권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서 “징계 사유를 알아보니 경찰국 신설 반대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주장이라고 한다”며 “당 윤리위는 의원의 헌법과 양심에 따른 국회 활동을 징계 대상화했고, ‘윤리참칭위원회’가 돼 정당정치를 희화화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3선의 조해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및 권은희 의원에 대한 징계도 자제돼야 한다”며 “윤리위의 과잉, 월권적 개입은 정치 본령을 축소시킬 뿐 아니라, 당에 정치 사법화를 심화시키는 퇴행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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