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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새 관계 만들자" 전보 보냈는데...日의원들 대만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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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국 정치인들이 이번 달 들어 세 차례 대만을 방문한 데 이어 일본 국회의원들도 23일 대만을 찾아 차이잉원 총통과 면담했다. 중국이 연일 대만 주변에서 고강도 무력 시위를 벌이는 등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긴장이 일본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대만을 방문한 후루야 게이지 일본 중의원 의원(왼쪽)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3일 대만을 방문한 후루야 게이지 일본 중의원 의원(왼쪽)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교도통신에 따르면 2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한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일화(日華)의원간담회' 회장과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사무국장이 23일 차이 총통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규모 군사 연습을 언급하며 "권위주의에 맞서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화의원간담회는 1972년 일본과 대만이 단교한 후 양국 소통을 담당해 온 일본의 초당적 국회의원 단체다. 후루야 회장은 차이 총통과의 면담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과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에 중요하다"며 대만에 대한 군사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비판하고 중국에 의한 현상 변경 움직임을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인 22일에는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주 주지사(공화당)가 대만을 방문해 차이 총통과 면담했다. 앞서 2일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4일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단 5명이 대만을 방문했다.

중국은 미국 정치인들의 연이은 대만 방문에 "대만 지역과 미국의 공식적인 교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항의하며 무력 시위로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22일에도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15대와 군함 5척이 대만 해협을 넘나들며 활동을 벌였다.

중·일, 수교 50주년 앞두고 관계 악화 

일본 국회의원들의 이번 대만 방문은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동시에 대만과 일본의 우호 협력 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미국 정치인들의 대만 방문에 강하게 반발했던 중국이 일본에는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된다. 중국과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재임 시절만 해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등 갈등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정상회담을 열며 교류를 이어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일이 무산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관계는 악화일로다.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상황이 대만 해협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중국을 향해 지속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달 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중국이 군사 훈련을 벌이자 일본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이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중국은 이에 대한 항의로 지난 4일로 예정됐던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직전에 취소했다. 4일에는 중국이 훈련 과정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하는 듯 보였다.

시진핑, 기시다에 "새로운 관계 만들자"

하지만 오는 9월 29일 중·일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관계 재구축을 꾀하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I8월 17일 중국 텐진에서 회담을 한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왼쪽)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신화=연합뉴스

I8월 17일 중국 텐진에서 회담을 한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왼쪽)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신화=연합뉴스

지난 17일에는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중국 톈진(天津)을 방문해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7시간에 걸친 회담을 가졌다. 양국 외교 안보 부분 책임자의 만남은 약 2년 반 만이었다.

이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에서 수교 50년을 기념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2일엔 시 주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기시다 총리에게 위로 차 전보를 보내 "올해는 중·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며 "당신과 함께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중·일 관계 구축을 추동하길 원한다"는 뜻을 전했다. 닛케이는 "시 주석은 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대외 관계를 안정시키길 원한다"며 "그 전에 일본이 대만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미국과 보조를 맞출 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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