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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총리 마약 음성…SNS선 '댄스파티' 응원 영상 번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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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산나 마린(37) 핀란드 총리가 19일 기자회견에서 파티 영상 속 마약 복용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산나 마린(37) 핀란드 총리가 19일 기자회견에서 파티 영상 속 마약 복용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티 영상으로 논란을 일으킨 산나 마린(37) 핀란드 총리가 마약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받았다.

22일(현지시간) 가디언·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19일 마린 총리가 자발적으로 실시한 여러 약물 검사 결과, 마약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핀란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마린 총리가 민간 의료 업체의 감독하에 대마초·코카인 등 9개 금지 약물에 대한 소변 검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소셜미디어에는 마린 총리가 핀란드 가수, 방송인 등 유명인사들과 격정적으로 춤을 추며 파티를 즐기는 영상이 유포됐다. 특히 극우·반정부 언론을 중심으로 해당 영상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가 들렸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는 약물 검사 요구가 제기됐다. 이에 마린 총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술은 마셨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며 자비를 들여 약물 검사에 응했다.

곧이어 나온 후속 동영상 속 마린 총리는 나이트클럽에서 유명 남성 가수와 춤을 추며 스킨십 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한 국가 수장으로서 품격과 책임을 잃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마린 총리는 "친구들과 춤추고 노래하고 음주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2022년에는 의사 결정권자들도 파티에 가는 것이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마린 총리를 옹호하는 여성 연대·지지 운동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트위터 등에서는 해시태그 '#산나와 연대를' 등을 내걸고 여성들이 춤을 추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사진과 영상이 수백 건 올라왔다. 이들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아라'라는 내용의 슬로건을 강조하며 마린 총리를 응원했다.

파티 논란에 휩싸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상에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캡처

파티 논란에 휩싸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상에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캡처

네덜란드 심리학자 데이엔 메이저는 블룸버그에 "춤과 전문성은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렸다"며 "특정 직책과 직업을 가진 이유만으로 재미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근무시간이 아니라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린 총리가 여성 정치인으로 겪는 차별에 분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럿거스대 미국여성정치센터의 데비 월시 소장은 "불행히도 여성 정치인은 (남성보다) 용인할 수 있는 행동 범위가 더 좁다"며 "개인 시간 중 파티에서 춤췄다는 것이 마린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됐다. 그녀의 사생활이 전부 부정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성별이 아니라 영상 유출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핀란드 투르쿠 대학의 아누 코이부넨 젠더학 교수는 가디언에 "파티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동영상이 유포된 건 총리가 주변 사람들과 관련해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행동을 자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핀란드 매체 일탈레흐티(Iltalehti)는 사이버 보안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가 핀란드 총리 측근 일부의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해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1985년생 마린 총리는 2015년 핀란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19년 12월 총리로 취임하며, 당시 세계 최연소 현역 총리 기록을 세웠다.

앞서 지난해 12월 마린 총리는 코로나19에 걸린 외무부 장관과 밀접 접촉한 뒤, 업무 전화기를 집에 두고 새벽까지 친구들과 클럽에서 춤을 추느라 격리 권고 문자를 받지 못한 일로 사과를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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