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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많이 주는 히든챔피언, 자동초점 렌즈 성장세가 관건[앤츠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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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옵틱스

삼양옵틱스

삼양옵틱스는 DSLR, 미러리스 카메라 바디에 호환이 되는 ‘교환렌즈’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일본의 캐논과 니콘, 소니 등이 만드는 유명 브랜드 카메라에 삼양옵틱스가 만든 렌즈를 끼워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자동차 부품도 순정 부품이 비싸서 대체 부품을 쓸 때가 있잖아요. 카메라 렌즈도 브랜드에서 나온 순정은 비싸니까 유사한 품질에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시장이 존재하는 거죠. 영어로는 ‘서드파티(Third-party, 제 3자라는 뜻)’ 시장이라고 합니다. 삼양옵틱스는 이 틈새시장에서 '가성비'를 무기로 '히든챔피언'에 올라선 기업입니다.

번 돈 대부분을 배당…"회사 성장하려면 수익을 주주에게"

이 회사, 증권가에선 배당을 많이 주는 걸로 유명합니다. 배당을 어느 정도로 많이 주느냐. 제품을 팔아서 각종 비용을 뺀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어떨 땐 번 돈보다도 더 많은 배당을 하는 회사입니다. 증권 용어로 이걸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삼양옵틱스의 배당성향은 무려 85%였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6억원이었는데 주주들에게 나눠준 배당금 총액이 91억원이나 됐었죠. (회사엔 15억원만 남기고 주주들에게 ‘아낌없이 퍼줬다’는 것!) 심지어 2020년에는 당기순이익이 21억원이었는데 배당금은 60억원(배당성향은 무려 282%)을 풀었어요. 지난해 코스피 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이 35%(삼성전자가 특별배당을 해서 예년보다도 높은 수준), 코스닥 기업들은 27% 정도인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배당성향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회사가 돈을 벌면 설비 투자를 해서 생산 능력을 키우든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든지 재투자를 해서 성장해야 하는데 번 돈을 다 나눠주면 주가엔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증권가 일각에선 2019년 이 회사를 인수한 현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엘케이에이투홀딩스 지분율 68.13%)라서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인수 이후 고배당 정책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측면에서…)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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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나올 정도의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저희 앤츠랩이 직접 회사 IR담당자에게 물어봤는데요. 일단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라서 그런 건 아니라고 칼 같이 답하더라고요.

회사 측에선 2017년 코스닥 상장 이후부터 꾸준히 이어진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렌즈 만드는 데는 설비 투자보다 정밀 가공할 수 있는 인력들이 더 중요하다고 해요. 삼양옵틱스는 렌즈 분야 업력만 50년이라 그런 인재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고배당 정책으로 설비 투자를 못 해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을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이제 삼양옵틱스 주식을 사면 얼마나 배당받을 수 있는지 계산을 한번 해보죠.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8.1%였고, 최근 5년간 평균 배당수익률은 7.3%였습니다. 100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다면 세전 7만~8만원가량을 기대할 수 있겠네요. (주식이 더 쌀 때 사둔다면 배당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으니 쌀 때 잘 사는 게 중요!)

최근엔 분기 배당까지 하기로 했어요. 이 '배당 맛집'을 알아주는 단골손님들 위주로 방문하다 보니 배당 시즌에만 주가가 오르고 이후엔 내리는 패턴이 있었죠. 이것을 어느 정도 완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양옵틱스 MF 14mm F2.8 MK2 렌즈로 찍은 사진. 삼양옵틱스

삼양옵틱스 MF 14mm F2.8 MK2 렌즈로 찍은 사진. 삼양옵틱스

전문가 시장선 글로벌 1위…일반인 시장 성장세가 관건

이쯤 되면 “배당 많이 줘도 주가 떨어지면 어떡하냐”는 질문이 나오겠죠. 더욱이 “‘교환렌즈’는 잘 모르겠지만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렇게 좋아지고 있는데 카메라 렌즈 장사가 잘 될까?”라는 의구심이 생길 법합니다. 회사 측에선 “방법이 다 있지”라는 입장.

먼저 카메라 렌즈 시장을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카메라 렌즈는 전문가들을 타깃으로 한 MF(Manual Focus, 수동 초점 렌즈)와 초급자·중급자 등을 타깃으로 한 AF(Auto Focus, 자동 초점 렌즈)로 나뉩니다. MF는 초점이나 조리갯값 등을 수동으로 조절해야 해서 사진을 잘 아는 사람들이 다룰 수 있는 렌즈인 반면, AF는 반셔터를 누르면 자동으로 조절이 되는 렌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죠.

교환렌즈 제품군도 당연히 동일합니다. 글로벌 교환렌즈 시장은 2020년 기준 2조5000억원 수준입니다. 전문가 수요만 한정돼 있는 MF 시장은 이 중 5%,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AF 시장은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양옵틱스 XP 14mm F2.4 렌즈로 찍은 사진. 삼양옵틱스

삼양옵틱스 XP 14mm F2.4 렌즈로 찍은 사진. 삼양옵틱스

삼양옵틱스는 2013년 MF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습니다. 1972년 삼양광학공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삼양옵틱스는 아날로그 카메라 교환식 렌즈 제조사로 성장했지만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상당한 부침을 겪었는데요. CCTV용 렌즈로 주력 제품을 바꾸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죠.

그러다 2013년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회사의 체질 개선이 시작됩니다. 사업부를 나누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진 상장폐지도 하게 됩니다. 이때 삼성전자 이미징 마케팅 상품기획 총괄 임원 출신인 황충현 대표가 영입되는데요. 황 대표는 기존 주력 제품이었던 CCTV 렌즈를 과감히 포기하고 과거 카메라 렌즈 제조사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디지털카메라 MF 시장에 뛰어들기로 합니다.

당시 글로벌 MF 교환렌즈 시장은 독일의 자이스(ZEISS)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는데요. 삼양옵틱스는 고가인 자이스 렌즈와 경쟁하기 위해 30~40% 저렴하면서 성능은 유사한 렌즈를 선보이며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합니다. (카메라를 좀 아시는 분들 사이에서 삼양옵틱스 별명은 ‘삼자이스’라고 하네요.) 현재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으로 유통되고 있고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2021년 판매량 기준(누계)으로 삼양옵틱스가 70% 이상을 점유하며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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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MF 시장은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성장이 둔화하고 있습니다. 2016년 삼양옵틱스가 시장이 20배 이상 큰 AF 시장에 뛰어든 이유입니다. 2017년 재상장한 삼양옵틱스로서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겠죠.

AF 시장은 AF 프라임렌즈 시장과 AF 줌렌즈 시장으로 나뉩니다. 프라임렌즈는 줌 기능이 지원되지 않지만 가격이 줌렌즈보다 대체로 저렴하고 조리개 수치가 낮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빛에도 사진을 흔들리지 않게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삼양옵틱스는 2016년 AF 프라임 렌즈를 처음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고, AF 줌렌즈 시장엔 지난해에 뛰어들었습니다. AF 시장에 진입이 늦은 만큼 경쟁사인 일본의 탐론과 시그마, 켄코토키나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낮습니다.

하지만 그 시장 규모가 큰 만큼 AF 매출액은 이미 MF 매출액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AF 매출액은 271억원, MF 매출액은 289억원이었고요, 올 상반기에는 AF 매출액이 161억원으로 MF 매출액(70억원)을 압도하며 전반적인 매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2020년엔 코로나19로 실적이 다소 주춤했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밖에 돌아다니질 않으니 사진 찍을 일도 많이 줄어든 탓이죠.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면서 최근 실적이 다시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기에 유튜브 등 개인 동영상 촬영, 넷플릭스 등 OTT 활성화에 따라 동영상용 렌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데 삼양옵틱스도 이런 수요에 맞게 동영상 전용 렌즈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삼양옵틱스의 기술력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 중 B2B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두 분야입니다. 산업 현장에서 화재 감시 기능을 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 사업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산업용 검사 장비에 적용되는 머신비전 렌즈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고,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의미한 매출은 아직 나오지 않는 상황.

결론적으로 삼양옵틱스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전문가용 카메라 시장이 회복되고, 신사업 실적이 가시화가 된다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코로나19가 요즘처럼 다시 확산하고, 신사업에서 유의미한 실적이 나오는 시기가 늦어진다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배당수익률은 주가가 빠질 때 높아지지…

※이 기사는 8월 22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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