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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스크'에 물가도 뛴다…美 494조 쏟아붓는데 한국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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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뒤 참모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뒤 참모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가뭄과 홍수 등 기후 재난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국제 사회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온난화를 억제하고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의회를 통과한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the Inflation Reduction Act)’에 서명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94조 원)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기후 법안이다. 미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법안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가뭄이나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즉 기후탄력성을 키우기 위해 12조 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생태계의 회복력을 키우고 날씨 예측 능력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미 타임지는 “지난 30년간 과감한 기후법 제정에 실패한 끝에 드디어 이번 법안을 통해 미국이 (기후 변화에 맞서는)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기후변화, 물가 상승의 숨은 주범”

독일의 한 마을에서 18일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이 메말랐다. AFP=연합뉴스

독일의 한 마을에서 18일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이 메말랐다. AFP=연합뉴스

미 정부가 이렇게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 건 기후변화가 환경은 물론 경제에도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 이변과 물가 상승을 연결짓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매체인 악시오스는 홍수와 가뭄, 폭염 등의 기후 재난이 각국의 농업과 인프라, 노동 생산성에 타격을 주면서 공급망 와해와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고, 모든 분야의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 중국에서는 최악의 폭염으로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공장 등의 가동이 잠정 중단됐고, 유럽에서는 가뭄으로 목초지가 메마르면서 유제품과 육류의 가격이 치솟았다.

“한국 정부, 탄소중립 비전 안 보여”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이 22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 설치된 '열받곰' 조형물 앞에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이 22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 설치된 '열받곰' 조형물 앞에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웠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온실가스 감축의 컨트롤 타워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석 달 넘게 비워두다가 최근 김상협 전 제주연구원장을 선임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윤세중 변호사는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비전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으로는 기후 위기는 물론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글로벌 무역 규범에도 대응할 수 없어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더 빠르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이미 진행 중인 기후 변화에 보다 빠르게 대비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최근 폭우를 통해 한국도 기후 대응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악시오스는 “한국과 미국, 유럽 일부 지역을 강타한 역사적인 비와 홍수 피해가 각국의 기반 시설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견디기에 얼마나 불충분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맞게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등 도시의 기후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온난화는 태풍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뿐 아니라 곰팡이로 인한 감염병 확산 등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적응 대책으로서 건축물 전환을 우선 과제로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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