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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남녀공학 인문계' 된다,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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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2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극적으로 역전승할 당시 전북 군산상고 야구부 주역들이 지난달 16일 월명야구장에서 열린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은 강임준 군산시장. 연합뉴스

1972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극적으로 역전승할 당시 전북 군산상고 야구부 주역들이 지난달 16일 월명야구장에서 열린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은 강임준 군산시장. 연합뉴스

일반계 전환 확정…내년부터 '남녀 공학'

야구부로 유명한 전북 군산상고가 설립 80여 년 만에 남학생만 다니는 직업계 고등학교(특성화고)에서 남녀 공학 인문계 학교로 바뀐다. 군산상고는 50년 전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1점 차 역전승을 거두면서 '역전의 명수'라 불리는 학교다.

군산상고는 22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인문계 전환'에 대한 안건 심의 표결 결과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일반계(평준화) 고교 전환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교장·교사·학부모·지역민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 중 9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이로써 군산상고는 2023학년도부터 일반계 신입생을 모집하게 된다. 1941년 군산 공립상업학교로 문을 연 지 82년 만이다. 군산상고는 현재 학년당 6학급씩 전체 18학급, 307명이 재학 중이다.

군산상고의 인문계 전환은 군산 내 또 다른 공립학교인 군산여고 과밀 학급 해소를 위해 추진됐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군산여고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31명으로 전북 지역 일반고 과밀 학급 기준인 27명보다 많다. 32개 학급 전체가 과밀 학급이다 보니 ▶수업, 학생 활동 공간 부족 ▶수업 질 저하 ▶학생 만족도 감소 ▶감염병 방역 관리 애로 등의 문제를 겪어 왔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1986년 4월 27일 동대문운동장에서 폐막된 제20회 대통령배쟁탈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경남고와 11회 연장까지 벌이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2-1로 역전승한 군산상고 선수들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1986년 4월 27일 동대문운동장에서 폐막된 제20회 대통령배쟁탈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경남고와 11회 연장까지 벌이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2-1로 역전승한 군산상고 선수들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재학생·교직원도 찬성…여고 과밀 학급 해소 기대

더구나 내년에는 2007년 황금돼지띠 영향으로 군산 지역 신입생 수가 올해보다 250여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도교육청은 그동안 여고 학급 수를 늘리는 임시방편으로 대응해 오다 최근 군산상고 측에 일반계 전환을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군산상고를 남녀 학생이 다니는 일반계 고교로 바꾸면 군산 지역 여자 학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군산상고 학생과 교직원도 인문계 전환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지난 16일 전교생 307명 중 2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97명(86%)이 인문계 전환에 찬성했다. 교사 등 교직원 53명의 과반(28명)도 찬성 쪽이었다.

총동문회도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한 자릿수로 취업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인문계로 바뀌면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올 것'이라는 희망에서다.

군산상고 "행정적·재정적 준비…야구부는 유지"

학교 측은 "인문계 전환이 확정된 만큼 학교 이름 변경을 비롯해 행정적·재정적 준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문계 고교로 전환돼도 군산상고 야구부는 유지된다.

군산상고 야구부는 언제부터 이름을 날렸을까. 1968년 창단한 이 학교 야구부는 우승과 준우승을 밥 먹듯이 했다. 1970∼90년대 각종 전국 고교대회에서 16차례 우승하고 10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호남 지역 고교 야구부 중 '4대 메이저 대회'(청룡기·황금사자기·대통령배·봉황기)에서 우승한 건 군산상고가 처음이다.

1972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극적으로 역전승할 당시 전북 군산상고 야구부 주역들이 지난달 16일 월명야구장에서 열린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는 강임준 군산시장. 연합뉴스

1972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극적으로 역전승할 당시 전북 군산상고 야구부 주역들이 지난달 16일 월명야구장에서 열린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는 강임준 군산시장. 연합뉴스

1972년 황금사자기 결승서 9회 말 5-4 역전승

군산상고 야구부가 '역전의 명수'란 별칭을 얻은 건 1972년이다. 그해 7월 19일 제26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에서 부산고에 1-4로 지다 9회 말 5-4로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하면서다.

패전 분위기 속에서 9회 말 군산상고가 공격을 시작했다. 당시 9회 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김우근이 안타를 치고 진루했다. 이어 고병석·송상복이 연속 볼넷을 얻어 만루가 됐다. 김일권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1점을 따라붙었다. 이어 양기탁이 적시타를 쳐 4-4 동점을 만들었다. 2사 만루에 3번 타자 김준환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 5-4로 경기를 뒤집었다.

당시 군산시민은 물론 많은 국민에게 각본 없는 '감동 드라마'를 선사한 군산상고는 이후에도 끈질긴 근성을 보여 주며 1점 차 역전승을 거두는 경기가 많았다.

지난달 16일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열린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50주년 기념식에는 군산상고가 배출한 레전드(전설)이자 1980~90년대 한국 프로야구계를 주름잡던 스타 9명이 참석했다. 홈런왕 김봉연, 타격왕 김준환, 도루왕 김일권을 비롯해 조계현 전 기아 타이거즈 단장과 '오리 궁둥이' 김성한 전 기아 타이거즈 감독 등이 나타나자 야구장을 찾은 시민 1200여 명은 열광했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코로나19 등으로 암울해진 지역 분위기를 군산상고 야구부 별칭처럼 '역전'해 보자는 취지에서 기념식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재 '역전의 명수'는 군산상고를 넘어 군산을 상징하는 별칭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군산시가 2020년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공공 배달앱 '배달의 명수'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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