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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구매력도 떨어져 2013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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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구매력 기준 원화가치가 2013년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맥지수’로 비교한 달러 대비 원화가치 수준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달러 값이 비싸졌고, 이에 따른 원화의 환율 변동 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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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6월 기준 원화의 실질실효환율(2010년=100)은 102.04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2013년 7월(101.95) 이후 최저치인 101.99까지 떨어진 뒤로 계속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한 구매력을 기준으로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다른 국가의 화폐에 비해 구매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원화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 72.32로 199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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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통화가치와 물가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빅맥지수도 비슷한 흐름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7월 기준 한국의 빅맥지수는 3.5달러로 올해 1월보다 0.32달러 하락했다. 그간 빅맥 가격이 올랐는데, 달러 대비 원화 값이 싸지다 보니 2014년 1월(3.47달러) 이후 최저치로 하락한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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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지수는 각 나라에 진출해 있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빅맥 가격을 통해 각국 통화의 구매력과 환율 수준을 단순 비교해 평가하는 지수다. 빅맥지수로만 따져보면 한국의 원화는 미국 달러보다 32% 저평가받고 있다. 이는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원화가치가 떨어졌을 때도 한국의 원화는 빅맥지수 기준으로 미국 달러보다 24.6% 저평가받았다.

이 두 통계는 한국 원화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외의존도가 높고 자본시장이 개방된 한국 경제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큰 원화의 환율 변동성도 한몫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순위를 보면 2020년 말 8위에서 지난해 말 18위, 지난 6월 23위로 계속 하락했다. 빅맥지수도 지난해 1월 16위에서 지난해 7월 19위, 올해 1월 27위, 7월 32위로 내림세다.

문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이런 원화가치 약세(환율은 상승) 효과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이다. 우선 원화가 약세일수록 원유 등 수입품을 사오는 가격은 비싸지면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국내 물가를 끌어올린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가격경쟁력이 생겨 수출이 늘고, 경제가 개선된다는 이론도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한국에는 이젠 옛말이 됐다.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원자재를 사와 가공한 후 수출하거나, 중간재를 해외로 넘긴 뒤 현지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출하는 것이 자리를 잡았다. 원화 값이 하락한 만큼 원자재 등을 그만큼 비싸게 사와야 하는 부담이 커진 것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원화 약세는 이어질 것 같다”며 “당장 뚜렷한 해법을 찾긴 힘들지만,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며 외화 수급에 대한 걱정을 불식시키는 것이 원화가치 하락 압박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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