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더 주목하는 이 회사…미역 부산물로 완전히 썩는 컵 만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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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가 지난 4일 친환경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가 지난 4일 친환경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백일 된 둘째 딸이 희소병 진단을 받았다. 담도 질환으로 간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이었다. 1년 남짓 대형병원에 입원했지만 정확한 병명도, 원인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당시 살던 아파트 지하에 발암물질인 비소가 묻혀 있다는 의혹이 일었고, 문득 그 영향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 현대글로비스에서 자원무역 업무를 하던 샐러리맨 차완영(47) 마린이노베이션 대표가 환경 사업을 결심한 계기다.

2019년 설립된 마린이노베이션은 플라스틱을 대신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회사다. 미역·다시마·우뭇가사리·모자반 같은 해조류 부산물을 펄프화 해 종이컵·접시·도시락 용기·계란판 등으로 만든다.

차 대표는 “목재나 다른 식물성 소재와 비교해 해조류는 성장 주기가 짧고, 육상 식물보다 환경오염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같은 고밀도 액체를 담기 위해서는 코팅이 필요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게 껍데기에서 키토산을 추출, 천연 코팅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국에서 인증도 마쳤다. 마린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종이컵은 한국분석시험연구원에서 미세플라스틱 불검출 인증을 받았다. 생분해 기능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표준협회인증기관인 ‘딘 서스코’로부터는 56일 만에 종이컵이 100% 생분해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최근 프랑스 유통회사 아르고와 300만 유로(약 40억원) 규모의 식품 용기 수출 계약을 했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사회적기업 발굴 사업에 선발돼 사업 비용과 컨설팅 등도 지원받았다.

하지만 차 대표는 “국내 대기업도 (투자에) 관심은 보이지만 성장성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현재는 시제품 수준으로 생산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해조류 부산물이 ‘폐기물’로 분류돼 있어, 처리 인허가를 받으려면 대형 설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얼마 전 유럽의 대형 벤처캐피털로부터 ‘현지 생산’을 조건으로 투자 제안이 와서 고민 중입니다. 인도네시아·미국 등지에서도 문의가 오는데 국내에서는 환경 사업이 바이오나 정보기술(IT) 분야에 밀리고, 규제 장벽이 높아 사업하기가 녹록지 않네요.”

그의 중학생 딸은 여전히 6개월마다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다음 세대에 더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어 어렵지만 사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식품 용기를 넘어 자동차부품이나 건축 자재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해조류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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