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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마을 입구 확성기 차 통제…주민 “고성·욕설 사라져 좋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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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의 경호구역을 사저 울타리에서 최장 300m로 확장 시행한 2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입구에서 경찰이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경호처는 경호구역 확장과 동시에 검문검색 강화, 출입통제, 위험물탐지 등 경호경비 차원의 안전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의 경호구역을 사저 울타리에서 최장 300m로 확장 시행한 2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입구에서 경찰이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경호처는 경호구역 확장과 동시에 검문검색 강화, 출입통제, 위험물탐지 등 경호경비 차원의 안전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스1]

22일 오전 11시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입구 마을버스 정류장(청수골가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약 300m 떨어진 이곳에는 ‘여기는 경호구역입니다. 교통관리와 질서유지에 적극 협조 바랍니다. 대통령 경호처·양산경찰서’라고 적힌 알림판과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도로에는 마을 출입차량을 통제하는 철제펜스가 보였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과 경찰이 마을 출입차량을 검문·검색했다. 행선지, 방문목적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소지품도 검사했다. 검문 후 이상이 없으면 펜스를 치워 차량을 들여보냈다. 마을 뒤편 마을버스 종점(지산 만남의 광장) 부근에도 경호처 직원과 경찰이 배치됐다.

대통령 경호처는 이날 오전 0시부터 문 전 대통령 사저 경호구역을 기존 사저 울타리에서 반경 300m로 확장했다.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등 필요한 안전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앞서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 의장단 만찬에서 김진표 의장의 건의에 따라 문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한 경호 강화 검토를 지시했다. 김종철 경호처 차장이 다음 날 직접 평산마을로 내려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집회·시위 관련 고충을 청취했다. 이어 22일 0시부터 경호구역이 확장됐다.

경호처와 경찰은 확성기·스피커 부착 차량의 진입도 막았다. 그간 마을 주민들은 장송곡·찬송가·군가 등과 욕설이 난무하는 집회·시위에 시달렸다. 경찰 관계자는 “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시위는 가능하다”면서도 “경호구역이 넓어지면서 (구역 내에서는) 흉기 소지 등 통제를 강화할 뿐 아니라, 욕설·소란 등도 금지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날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약 100m 떨어진 맞은편 마을버스 정류장(불곡도예) 부근은 조용했다. 지난 5월 10일 문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한 뒤 100여일간 집회·시위가 이어졌던 곳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평산마을 안에서 시위대가 물러나자 비서진·경호원과 함께 마을 곳곳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반바지 차림의 문 전 대통령은 이웃을 방문해 담소를 나누고, 마을을 찾은 방문객과 기념사진도 찍었다고 한다. 앞서 이날 오전 9시쯤에는 김정숙 여사가 사저밖에 나와 마을을 살폈다.

평산마을 주민들은 오랜만에 마을이 조용해진 것에 반색했다. 주민 김모(67)씨는 “오랜만에 보청기를 끼고 밭일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8년간 문 전 대통령 사저 바로 앞에 있는 밭에서 고추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 사저 입주 이후 집회·시위 탓에 보청기를 뺀 채 일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사는 도예가 신한균(62)씨도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며 “지금 마을에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고성·욕설 집회 때문에 그동안 들리지 않던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의 평화로웠던 마을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고 반겼다.

평산마을 경호구역 주변에서는 이날도 문 전 대통령 반대 성향 단체 관계자와 유튜버 10여명이 인터넷 방송을 했다. 확성기 등을 사용하는 고성·욕설 방송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경호원을 동원해 우리를 겁박한다” “(경호 강화가) 어이없다”는 등의 내용을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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