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티맵, KB와 2000억 동맹...'모빌리티+금융' 짝꿍 또 나오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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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티맵모빌리티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호 대표가 신규 투자 유치 및 사업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천군만마를 얻었다.” 이종호 티맵모빌리티(이하 티맵) 대표는 22일 KB금융그룹(이하 KB)의 2000억원 투자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과 KB의 동맹 선언이다. 티맵과 KB는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맞춤형 보험·대출 등 금융 혜택을 마련하는 한편,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전방위적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키울 계획이다.

무슨 일이야

이종호 티맵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SKT 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국내 1위 금융사 KB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KB는 티맵 4대 주주(지분 8.3%)에 올랐다. 티맵의 기업가치는 2020년 12월 분사 당시 1조원에서 총 2조2000억원으로 1년 8개월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게 왜 중요해

국내 4대 금융그룹이 비금융 정보기술(IT) 기업에 1000억원이 훌쩍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는 건 이례적이다. 앞서 KT·신한은행, SK텔레콤·하나금융그룹이 각각 총 4000억원대 지분을 맞바꾸는 혈맹을 맺은 적은 있다. 양사가 노리는 효과를 분석해보니.

● 선을 넘는 ‘빅블러’ 확산 : 산업·업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시대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업에 빠르게 침투 중이고, 금융권도 질 새라 금융·비금융 영역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대항하고 있다. 올해 이재근 KB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도 그 일환.

● 안개 속 나홀로 호재 : 이날 티맵-KB 발표는 최근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 먹구름이 잔뜩 낀 가운데 나왔다. 쏘카는 공모가를 낮추며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했지만, 수요예측이나 청약 신청 성과가 썩 좋지 않았다.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도 모회사 카카오의 매각 시도로 내홍을 겪었다. 티맵 이 대표는 인ㄹ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아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매출 면에서도 올해 2배 이상의 외형 성장을 기대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이 모빌리티를 만났을 때

● 의외의 짝꿍: 금융과 모빌리티는 궁합이 꽤 좋은 편.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례가 확산 중이다. 동남아시아의 그랩(Grab)이 대표적인 사례. 2012년 택시호출 서비스로 시작해 보험·대출·자산관리 등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운전자·배달기사의 소득과 운전 데이터에 기반해 소득·신용 리스크를 평가하고 개인 맞춤형 보험·대출 상품을 제공하면서 업역을 넓혔다. 국내에선 금융 플랫폼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해 10월 그랩의 사례를 참고해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를 인수한 바 있다.

● 그래서 티맵·KB는?: KB·티맵 동맹도 그랩을 롤모델 삼았다. 대리운전·화물·발렛 기사 등 언더뱅크드(under banked·금융소외계층)에 속하는 플랫폼 종사자 등 특정 고객군을 겨냥한 금융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올해 안에 대리‧발렛‧탁송 통합 보험을 출시한다. 또 플랫폼 종사자의 근무일수와 업무활동, 고객 평가 등 티맵 내 활동이력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소액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 또 전국 KB지점 900여곳의 주차장을 티맵의 주차·발렛·전기차(EV) 충전 거점으로 활용한다. 이외에 중고차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윈윈’하겠다는 구상. 이재환 티맵 성장전략그룹장은 “티맵 사용자 1360만명, KB국민은행 모바일 앱 사용자 950만명 중에서 57.7％는 전혀 중복되지 않는다”면서 “서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티맵모빌리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환(왼쪽부터) 성장전략 담당, 이종호 대표, 송재승 SK스퀘어 MD, 양성우 CB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 알면 좋은 것

● 상생은 숙제: 플랫폼 사업을 하는 대기업 계열사 티맵엔 숙제가 있다. 종사자들과의 갈등 문제다. 최근 티맵이 콜 점유율 80%에 달하는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사(로지소프트)를 인수하자 대리운전업계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는 23일부터는 거리에서 규탄 대회도 벌일 예정. 양성우 티맵모빌리티 CBO는 “플랫폼 종사자 대상 금융상품도 상생을 위한 노력 중 하나”라며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 상장은 글쎄…: 티맵 모회사인 SK스퀘어는 올해 SK쉴더스·원스토어 등 자회사들의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전력이 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흥행이 부진했기 때문. 티맵의 기업공개(IPO) 시기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송재승 SK스퀘어 MD(부사장)은 “티맵모빌리티 IPO 시기를 말하기엔 시기상조”라며 “(SK쉴더스·원스토어 등 다른 자회사도) 거시적인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