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 시기로 언급한 ‘1말 2초’(1월 말 2월 초)를 놓고, 당내 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표 권한을 박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두고서도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당내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오는 1월 8일부터 당원권 정지가 풀리는 이 전 대표가 전대 개최 시기에 따라 직접 참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지난해 전대는 6월 11일 열렸는데, 20일 전인 5월 22일에 최종 후보등록이 마무리됐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산술적으로 1월 28일 이후 전당대회가 열리면 이 전 대표가 후보 등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서면 겨우 수습 국면에 접어든 당이 또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어 허용하지 않을 것”(초선 의원)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주혜 비대위원도 22일 라디오에서 “전당대회의 후보 등록을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인 12월로 본다면 이 전 대표의 출마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후보 등록 마감을 1월 8일 이전으로만 해도 이 전 대표가 후보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자신과 비교적 가깝다고 평가받는 유승민 전 의원이나, 김용태 전 최고위원 같은 친이준석계 인사, 최재형 의원 등을 지원해 대리전을 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주말에도 페이스북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이 명예롭게 정계 은퇴하도록 당원 가입으로 힘을 보태달라”고 특별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
이 전 대표가 21일 페이스북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의 주제곡을 올린 것을 두고도 당내에선 “복귀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라이언킹은 음모에 휘말려 사자 왕국에서 쫓겨난 주인공 ‘심바’가 돌아와 왕위를 되찾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에 “전당대회 날짜는 관계없다”며 “어차피 내가 나오지 못하게 오만가지 공작을 다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대에서 다른 이들을 지원하지 않겠냐는 전망에 대해서는 “대리전이란 것은 말은 쉽지만 (쉽지 않은 일)” 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에서는 “전대를 통해서 지도부가 들어서도 지금 이 꼴로 해서 총선까지 그 지도부가 공천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연초 전대를 통해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동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다.
다만 내년 초 전당대회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 이 전 대표가 당내 영향력을 상당 부분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 관계자는 “최근 친윤계 인사들이 이 전 대표의 도발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도, 이미 대표직을 박탈당한 이 전 대표에게 판을 깔아줄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고사 작전’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연일 친윤계 인사들을 겨냥해 공세를 펴고 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은 물론 다른 친윤계 인사들도 무대응하고 있다. 이날도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자신 수사에 윤핵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한 뒤 “경찰에 압박하는 윤핵관이면 여러 사람 떠오르지 않는다”며 “예상했던 일이지만 황당하다”고 공격했다.
만약 당 윤리위에서 이 전 대표를 제명 등 더 강한 수위로 추가 징계한다면 전대 출마는 물론, 당 복귀도 어려워질 수 있다. 윤리위는 19일 “당의 위신 훼손, 모욕 및 명예 훼손, 계파 갈등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는데,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리위는 이날 저녁 수해 봉사 현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김성원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는데,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이 전 대표가 당 비대위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 대표 사건은 오늘 중에는 결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부지법은 지난 18일엔 “신중한 사건 검토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이번 주 내로는 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