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32강' 넘긴다...올해 마지막 메이저 US오픈 나서는 권순우

중앙일보

입력 2022.08.22 10:00

업데이트 2022.08.22 11:45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 나서는 한국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 우상조 기자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 나서는 한국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 우상조 기자

한국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25·세계랭킹 79위)가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생애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권순우는 29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2022 US오픈 출전한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과 함께 테니스 4대 메이저로 불리는 대회다.

권순우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에서 3라운드에 진출하며 개인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큰 기대를 모으며 새 시즌을 시작했지만, 올해 세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조기 탈락했다. 호주오픈(1월)만 2라운드까지 올랐고, 프랑스오픈(5월)·윔블던(7월)은 1라운드에서 졌다.

권순우는 US오픈에서 개인 메이저 대회 최고 기록인 3회전 이상 진출에 도전한다. 우상조 기자

권순우는 US오픈에서 개인 메이저 대회 최고 기록인 3회전 이상 진출에 도전한다. 우상조 기자

부진 아닌 부진이라는 평가다. 그는 유독 세계적인 강자와 첫 라운드에서 맞붙는 경우가 많았다. 윔블던 1회전에선 톱 시드의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6위·세르비아)에 패했다. 조코비치는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함께 남자 테니스 '빅3'로 통하는 수퍼 스타다. 메이저 우승 횟수만 21회로 이 부문 2위다. 나달은 22회로 선두, 페더러는 20회로 3위다. 프랑스오픈 1회전에선 당시 세계 7위였던 안드레이 루블료프(러시아)에 무릎을 꿇었다.

권순우는 매번 접전 끝에 아쉽게 졌다. 조코비치를 상대로는 2시간 27분 혈투 끝에 1-3으로 패했다. 1-1로 맞선 가운데 권순우는 3세트 중반까지 우세한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뒷심 부족으로 막판에 밀렸다. 조코비치는 진땀승을 거둔 뒤 "3쿼터를 내줬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권순우의 실력을 인정했다.

권순우는 올해 윔블던 1회전에서 세계 최강 노박 조코비치(왼쪽)를 상대로 혈투 끝에 아쉽게 패했다. AP=연합뉴스

권순우는 올해 윔블던 1회전에서 세계 최강 노박 조코비치(왼쪽)를 상대로 혈투 끝에 아쉽게 패했다. AP=연합뉴스

강호들과 연달아 붙은 덕에 큰 경기 경험을 충분히 쌓은 권순우, AFP=연합뉴스

강호들과 연달아 붙은 덕에 큰 경기 경험을 충분히 쌓은 권순우, AFP=연합뉴스

조코비치는 결국 이번 윔블던에서 우승했는데, 결승까지 7경기를 치르면서 '패할 뻔했다'고 털어놓은 상대는 권순우뿐이었다. 권순우는 루블료프를 상대로는 먼저 첫 세트를 따내고도 역전패했다. 한국 팬들은 "대진운이 없었다"며 세계적인 선수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싸운 권순우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를 잔뜩 벼르고 있다. 그는 윔블던 탈락 후 소셜미디어(SNS)에 "다음에는 넘긴다"고 적었다. 권순우는 "올해 경기력은 좋고, 이기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 '넘기겠다'는 의미는 말 그대로 다음 메이저 대회에선 맞붙게 될 상대가 나달이든 조코비치든 반드시 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순우는 US오픈 대비를 위해 휴식도 반납하고 일찌감치 미국으로 출국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권순우는 US오픈 대비를 위해 휴식도 반납하고 일찌감치 미국으로 출국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그의 자신감은 강호들과 경기를 통해 착실히 쌓은 경험에서 나온다. 권순우는 "세계 10위권 강자들과 경기하면서 경험은 충분히 쌓았다. 이젠 랭킹 높은 선수들과 붙어도 밀린다는 느낌이 안 든다. 이번 US오픈에선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새로 쓰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윔블던 후 국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지난달 말 일찌감치 미국 현지로 출국했다. 실전 경험을 통해 US오픈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애틀랜타오픈(16강)을 시작으로 위싱턴오픈(64강), 캐나다 마스터스, 신시내티 마스터스(이상 예선 탈락), 윈스턴세일럼오픈(32강 예정) 등 5개 대회에 참가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의미 있는 기록도 냈다. 지난 25일 애틀랜타오픈 32강에선 마르코스 기론(54위·미국)을 2-1로 꺾고 ATP 투어 단식 5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형택(161승 164패), 정현(86승 69패)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 기록이다. 권순우 측 관계자는 "권순우는 현재 컨디션을 US오픈에 맞춰 훈련 중이다. 최근 나선 오픈·마스터스 역시 성적보다는 경기력 점검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권순우는 대기만성형이다. 대학 진학 후 두각을 나타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권순우는 대기만성형이다. 대학 진학 후 두각을 나타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권순우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고교 테니스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대학 진학 후 뒤늦게 국내 1위로 올라섰다. 특유의 끈기와 투혼 덕분이다. 권순우는 "단 한 번도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한잔하고 싶은 나이다. 하지만 테니스를 못 치면서 놀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키 1m80㎝, 체중 72㎏인 권순우는 거구들이 즐비한 국제무대에선 아담한 체구다. 이번에도 악착같이 훈련에 매진했다. 그는 공격적인 포핸드와 시속 220㎞에 가까운 서브 스피드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했다. 그는 2019년 세계 100위 이내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세계 100위 이내 든 한국 선수는 권순우가 유일하다. 우상조 기자

현재 세계 100위 이내 든 한국 선수는 권순우가 유일하다. 우상조 기자

지난해 아스타나오픈에선 생애 첫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우승 트로피까지 품었다.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투어 우승으로, 2003년 시드니 인터내셔널 대회 이형택(은퇴) 이후 18년 만이었다. 21일 현재 세계 100위 안에 든 유일한 한국 선수다. 권순우는 올해는 강자들과 잇따라 경기를 치르면서 운영 능력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다.

박용국 대한테니스협회 전무이사는 "최근 오픈 대회에서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막판 뒷심 부족으로 지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역전패 경험은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권순우가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분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권순우가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분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박 전무는 이어 "평정심을 유지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면 US오픈 1라운드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드 배정 선수와 붙는 2라운드부터는 세밀함과 경험이 승부를 가르는데, 이번엔 기대를 해도 좋다"고 분석했다. 권순우는 "이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그만, 완벽하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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