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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수사 말란거냐" "시행령 쿠데타"…한동훈 장관 100일

중앙일보

입력

2022년 8월 1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2022년 8월 1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오는 24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한 장관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5년가량 동안 드라이브를 걸었던 검찰개혁 이전으로 검찰을 복원하는 데 힘을 썼다. 이민청 설립,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 굵직한 법무 정책 역시 추진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19일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는데 윤 정부 초대 내각에서 한 장관이 ‘검수완박’ 등 최전선에 서면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일찌감치 ‘정권의 2인자’ ‘소통령’이란 꼬리표가 붙으면서 야권으로부터 정치적 공세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취임 날 증권합수단 부활시키며 “文정부 전으로” 신호탄

한 장관은 지난 5월 17일 취임사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 진짜 형사사법시스템 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권 복원의 신호탄을 쐈다. 문 정부 5년 검찰개혁으로 잘린 검찰의 손과 발을 “형사사법체계 바로 세우기”란 명분으로 복원하겠단 뜻이었다.

한 장관은 그 상징으로 취임 당일 “오늘 즉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을 부활시키겠다”라고도 밝혔다. 합수단은 2013년 검찰에 설립돼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며 활약하다가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 의해 폐지됐다. 그 결과 대형 증권범죄가 확산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장관은 지난 7월 29일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을 설치하기도 했다.

다음 날인 5월 18일 한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하며 문 정부에서 좌천됐던 이른바 ‘윤석열 라인’ 검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실력이 출중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부당하게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판단에서다.

취임 다음 날 좌천 검사 명예회복…文부역 논란 검사 좌천

이때 이원석 제주지검장을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로,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법무부 검찰국장에 기용했다. 이들이 간 세 자리는 검찰·법무부 내 ‘빅3’ 요직으로 통한다.

반면 문 정부 검찰 요직에서 윤 대통령과 대립했던 검사들은 좌천시켰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로 발령했다.

내년 10월까지가 임기였던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은 5월 18일 인사 때 자신의 부하로 정희도 감찰1과장과 배문기 감찰3과장이 부임하자 지난 7월 10일 스스로 검찰을 떠났다.

문 정부 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출신 변호사를 대거 기용하면서 진행된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되돌려지고 있다. 민변 출신 이상갑 법무실장을 포함해 법무실과 인권국 간부들이 잇따라 물러나면서 법무부는 빈 자리를 다시 검사로 채울지 검토하고 있다.

2022년 8월 19일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 그는 전날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뉴스1

2022년 8월 19일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 그는 전날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뉴스1

민주당 ‘검수완박’에 시행령 개정으로 무력화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 시행을 막는 데 총력전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의 일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란 논리에서다.

한 장관은 5월 26일 ‘개정법률 시행 대책 마련을 위한 법무부 TF’를 출범하고, 6월 27일 검수완박 관련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에 대한 헌법재판을 청구했다. 해당 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경제·부패)만 남기고 나머지 4대 범죄를 삭제하는 내용으로, 오는 9월 10일 시행될 예정이다.

8월 11일에는 검수완박 관련 법안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이는 9월 10일 시행되는 개정 검찰청법 시행령(대통령령)상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공무원범죄와 일부 선거범죄 등을 검찰이 직접 수사개시할 수 있는 범죄로 추가한 게 골자다.

야당이 즉각 “검수완박 입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쿠데타”라고 반발하자, 한 장관은서민 괴롭히는 깡패, 마약 밀매, 보이스피싱, 공직을 이용한 갑질 수사를 왜 하지 말아야 합니까”라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 장관은 7월 25일 조국 전 장관 시절 금지한 검찰과 언론의 ‘티타임(비공개 정례 브리핑)’을 부활시키고 공개할 수 있는 수사 정보의 범위를 넓혔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8월 2일에는 같은 목적으로 국회의 자료요구에 따른 공소장 제출 시기를 ‘1차 공판기일 후’에서 ‘공소제기일로부터 7일 후’로 앞당겼다.

법무행정 분야에서 한 장관은 취임 당일부터 이민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인구절벽 심화에 따른 경제 활력 저하를 해소하기 위해 우수한 해외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의도다. 그는 지난 6월 14일 간부 회의에서 “경제전쟁이라 할 만한 현 경제위기 상황을 타 부처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일관성 있고 유연한 법무 정책 추진을 통해 지원하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밖에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 추진 ▶제주 4·3 사건 직권재심 청구 대상 확대 ▶인혁당 사건 피해자 지연이자 면제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 추진 등도 지목된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기도 했다. 대통령실 민정수석 폐지의 후속 조치로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 검증 권한을 법무부로 가져온 것이다.

여 “차기 대선후보” v. 야 “검찰공화국 소통령” 상반 평가

한 장관의 100일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여야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권에선 ‘역대급으로 일 잘하는 장관’을 넘어 ‘차기 여권 대선 주자’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인사청문회나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보여준 화려한 말솜씨를 두고 일부 대중 사이에 팬덤이 생긴 것도 긍정 평가 요소다.

반면 야권은 한 장관에게 권한과 이목이 쏠리자 ‘검찰 공화국 소통령’이라며 비판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주 22~24일 국회 법제사법위에 한동훈 장관을 불러 최근 검찰의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등 전 정부 수사와 시행령을 통한 검수완박 무력화의 문제점을 직접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한 장관은 자신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관심이 쏠리는 만큼 더욱 겸손한 자세를 갖추면 좋을 것”이라며 “최근 검찰총장이 지명됐으므로 검찰에 과하게 개입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하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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