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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김밥 ‘우영우 효과’…K푸드는 한류를 먹고 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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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문정훈 교수·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문정훈 교수·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인간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특히 그것이 입 안에 들어가서 내 몸의 일부가 되는 음식이라면 더욱 보수적이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어느 정도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식품 기업에서 신제품을 기획할 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새로움에 기반한 차별화를 지양한다. 오히려 ‘익숙한 새로움’을 얹어 차별화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두려움을 줄이고 흥미를 끌어내는 포인트가 된다.

같은 이유로 익숙하지 않은 다른 문화권의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에는 그 두려움을 이겨 낼 용기가 필요하거나, 익숙함이 필요하다. 그 용기와 익숙함은 간접경험에서 올 수도 있다. 그 간접경험은 콘텐트를 통해 획득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마티니’라는 칵테일을 007이라는 콘텐트를 통해 간접경험 하며 익숙해졌고,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의 와인에 대한 간접경험은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홈술 아이템으로 와인을 선택하게 하였다. 애니메이션에서 처음 봤던 이름도 생소했던 ‘라따뚜이’를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의 그 반가움이란!

1968년 심리학자 자이언츠(Zajonc)가 발견하고 검증한 단순노출효과(Mere-Exposure Effect)는 인간이 대상에 대해 느끼는 호감은 익숙함에서 기인하고, 그 익숙함은 단순히 자주 접함으로써 형성된다는 것이다.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검붉은 떡볶이와 뿌연 색의 막걸리는 영상 등의 콘텐트로 단지 자주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그 두려움을 서서히 익숙함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 1920년 심리학자 썬다이크(Thorndike)에 의해 검증된 후광효과(Halo Effect)는 대상에 대한 호감의 감정이 생기면 그 대상과 관련한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호감이 느껴지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호감을 가진 배우나 가수가 즐기는 음료와 음식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와 함께 최근 국내 편의점에서 김밥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노출효과와 후광효과의 결과물이다.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해외에서도 ‘스시’나 ‘마끼’가 아닌 ‘김밥’에 익숙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K콘텐트를 활용한 K푸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김치, 고추장, 막걸리를 포함한 K푸드 수출액은 작년 최초로 100억 달러를 돌파해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농산물로 한국의 노동자가 한국에서 만든 K푸드는 K콘텐트, 즉 한류와 함께 움직일 때 효과적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문정훈 교수·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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