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포스트 이준석’ 체제 정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당내에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 전 대표가 최근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인 비판메시지를 내면서 당 내에서 외면받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이른바 ‘체리따봉’ 문자가 여당 내홍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당내 가장 큰 분란을 초래한 언사는 당 대표 행동에 대해 ‘내부총질’이라 지칭한 행위”라며 “그 문자가 없었으면 (당이)이 꼴이 났겠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가 19일 “당의 위신 훼손, 타인의 모욕 및 명예 훼손, 고질적 계파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심의할 것”이라는 경고성 입장문을 낸 데 대해서도 “(경고 대상이 나라면)재밌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해당 입장문을 근거로 22일 열리는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이 전 대표의 최근 발언들에 대한 추가 징계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윤리위 심의 대상으로)예전에 우리 당을 놓고 ‘이런 당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 분도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앞서 대선 예비후보 시절 당을 향해 “이런 정신머리면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했던 윤 대통령을 겨냥한 모양새다.
이 전 대표과 비교적 가깝게 소통해온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체리따봉’도 문제지만 이 전 대표의 거친 발언도 똑같이 문제다. 최근 이 전 대표의 발언은 내부총질”이라며 “이 전 대표 스스로 묵언하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조해진 의원도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되라고 직언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냥 대통령과 1대1 대립 구도를 만들어서 자기 정치적 위상을 키우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과거 이 전 대표와 가까웠던 인사들이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있고, 이 전 대표의 입장을 배려해온 주변의 우군들도 점차 사라지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에게서 공격을 받고 있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그룹은 아예 이 전 대표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친윤계 의원은 21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 전 대표와의 갈등국면은)다 끝난 것 아닌가. (이 전 대표가)별로 변수가 안 된다”며 말을 아꼈다.
당 지도부도 ‘로키(low-key)’ 전략으로 대응하며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면서 차기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등 당을 본궤도에 올리는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12월 경에 전당대회(준비)를 시작하면 1월 말이나 2월 경 새 지도부가 뽑힐 것”이라고 전당대회의 구체적인 시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다만 전당대회 시점이 연내가 될지, 내년 초가 될지를 놓고선 당 내 셈법이 복잡하다. “민심을 얻기 위한 혁신적 조치들도 많이 해야한다”며 당 개혁에 의지를 드러낸 주 위원장으로선 비대위 체제를 최소한 연말까지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 출마를 위해 당 내 인사들 접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입장도 주 위원장과 별 차이가 없다. 주 위원장의 스케줄대로 내년 초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권영세ㆍ원희룡 등 내각에 참여 중인 당 중진들도 여의도에 복귀해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해 왔던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주 위원장의 ‘1말 2초 전당대회’ 주장에 공개 반박했다. 김 의원은 “당의 비상상황을 해를 넘기면서까지 해소시키지 못해 새해 벽두 새출발 할 때도 여전히 비정상 상태를 지속한다면 자칫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당내에선 내년 1월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종료되는 만큼 이 전 대표의 재출마를 막기 위해서라도 연내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표는 18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당 개혁을 할 수 있는 적임자들이 (전대에)나오길 바란다”면서도 “안 되면 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의원은 “가급적 빨리 당 정상화를 하는 게 맞다”면서도 “25일 열리는 당 연찬회에서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