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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푹푹 찌는데 "선풍기도 못 튼다"…불꺼진 청두 불만 폭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7일 중국 쓰촨성 성도인 청두시 메인 쇼핑가에 제한 송전 영향으로 옥외 전광판이 을씨년스럽게 꺼져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7일 중국 쓰촨성 성도인 청두시 메인 쇼핑가에 제한 송전 영향으로 옥외 전광판이 을씨년스럽게 꺼져 있다. AFP=연합뉴스

연일 40℃를 넘는 폭염과 가뭄이 전력난을 초래하면서 제로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던 중국 경제가 다시 위기에 처했다. 전력 부족이 심각한 쓰촨(四川)성은 제한 송전으로 청두(成都)시 도심 쇼핑가인 춘시루(春熙路)의 전광판이 꺼지고, 반도체·자동차·전자 업체의 공장이 조업을 중단했다. 엄격한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2분기 0.4%, 상반기 2.5% 성장에 그쳤던 중국 경제가 이번 전력난 영향으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13% 줄어들 전망이라고 홍콩 명보가 21일 보도했다.

폭염·전력난에 中 경제 회복 빨간불

21일 중국 중앙기상대가 발표한 고온경보 기상도. 45℃를 육박하는 이상고온이 향후 1주일 계속되면서 전력난이 이어질 것으로 중국 매체가 우려했다. 중국 중앙기상대 캡처

21일 중국 중앙기상대가 발표한 고온경보 기상도. 45℃를 육박하는 이상고온이 향후 1주일 계속되면서 전력난이 이어질 것으로 중국 매체가 우려했다. 중국 중앙기상대 캡처

중국 중앙기상대는 21일 오전 열흘째 고온 홍색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1일 이후 충칭·쓰촨·저장·장시·후베이·후난·산시 등 200여개 국가 기상관측소 기온이 40℃를 넘었다. 충칭시 베이베이(北碚)는 이날 최고 기온 45℃로 40℃ 이상고온 연속 17일을 기록했다. 연속 3일 이상 최고기온 35℃를 넘으면 고온경보를 발령하는 중국에서 지난 15일까지 이미 연속 64일 고온이 지속하면서 1961년 기상 기록 이래 최장 고온 기록을 수립했다고 명보는 보도했다.

폭염은 전력 제한 공급을 불러왔다. 수자원이 풍부한 쓰촨은 전력 80%를 수력발전으로 충당한다. 가뭄에 강물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수력발전은 이미 보수적 집계로도 50% 이상 감소했다. 그러자 쓰촨·충칭 정부는 민생용 전력 확보를 내세워 공업용 송전을 제한했다. 지난 14일부터 제한 송전을 시작한 충칭은 공업용 전기를 민간에 양보하는 방안을 17일 0시부터 오는 25일까지 8일간 실시 중이다. 이후에도 기온 변화 상황에 따라 연장 가능성도 시사했다.

지난 17일 연일 45℃를 육박하는 중국 서부 충칭시를 가로지르는 자링강이 바닥을 드러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7일 연일 45℃를 육박하는 중국 서부 충칭시를 가로지르는 자링강이 바닥을 드러냈다. 신화=연합뉴스

쓰촨·충칭의 전력 제한은 기업 국적과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화이트 리스트 중점 보장 기업’인 반도체·자동차·전자 등 여러 업종도 배제하지 않고 적용했다. 일본 도요타 청두 공장을 비롯해 파나소닉·이스즈·덴소 충칭 공장이 전력난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이치폭스바겐, 선룽(神龍) 자동차, 지리상용차 쓰촨 공장이 멈췄고, 애플 제품을 공급하는 폭스콘 청두 공장이 15일부터 조업을 중단했다. 리튬 배터리 소재를 제조하는 닝더스다이(寧德時代), 청신(盛新)리튬그룹 등도 공장이 멈췄다. 쉬광(旭光)전자, 징둥팡(京東方) 등 상장기업 25곳이 현지 생산라인이 멈췄다고 공시했다.

부족한 전력 공급을 놓고 기업 우선을 요구하는 상하이와 민생 우선 방침을 밝힌 쓰촨 정부 사이의 충돌도 벌어졌다. 지난 16일 상하이시 경제정보화위원회 명의의 정식 공문이 SNS에 유포됐다. 공문은 쓰촨의 제한 송전으로 현지 자동차 부품 공급 업체가 납기 물량을 생산하지 못해 상하이 이치, 테슬라 등 자동차 공장에 부품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며, 쓰촨성 정부에게 16개 부품 공장에 전력을 우선 공급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공문을 본 네티즌들은 상하이 당국이 테슬라 등 기업을 도와 민생용 전기를 다툰다며 비난했다. 상하이시는 18일 “민생용 전기를 우선 보장한 뒤 공업용 전력을 회복할 때 해당 기업을 고려해 줄 것을 희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쓰촨 일대의 전력난은 공업용 제한 송전 이후 민생·공공·상업용을 가리지 않고 확대 추세다. 중국의 한전 격인 국가전망(國家電網)은 충칭·저장·후베이 등지에서 전기차를 대상으로 비(非)피크타임 충전 서비스를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테슬라, 니오 등 전기차 기업은 일부 지역 충전 서비스 중단을 공지했다. 쓰촨 광안(廣安)시는 18일 모든 기업의 생산을 중단하고, 대형 쇼핑몰, 노래방, 마작게임장, 영화관의 영업을 1주일간 중단 조치했다. 대형 마트는 매일 오후 6시에 문을 닫도록 했다. 쓰촨 다저우(達州)는 지난 16일 하루 2.5시간 단전 조치를 발표했지만, 실제 7~10시간 동안 전기 공급이 이뤄지지 않자 시민들은 “선풍기조차 틀 수 없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샤오미 순이익 83% 급감

한편 중국 기업의 이익 급감과 취업난도 가중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 제품 제조사인 샤오미(小米)는 지난 19일 발표한 올해 4~6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3% 급감한 13억8600억 위안(2716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적자를 기록했던 1분기에 비해 개선됐지만, 주력제품인 스마트폰 출하량은 26% 감소한 3910만대에 그쳤다.

취업난 타개를 위한 중국 정부의 전방위 조치도 시작됐다.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는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전국 취업 공작 화상회의 및 국무원 취업 공작 영도소조전체회의’를 소집하고 2분기 19.9%를 기록한 16~24세 실업률 타개를 촉구했다. 후 부총리는 회의에서 “온갖 방법을 총동원(千方百計·천방백계)해 새로운 일자리를 개척하고, 유연한 취업 통로를 적극 지지하고, 창업을 통한 취업을 격려하라”고 독려했다. 당국의 특단 조치가 없을 경우 지난해보다 167만 명 늘어난 대학 졸업생 1076만 명이 졸업하는 3분기 청년 취업률은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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