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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인사참사는 치명타" 도덕성 낙마 없는 장관 찾는 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사퇴한 이후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전히 공석이다. 정 후보자 이후 지명된 김승희 전 의원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 등으로 자진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7일 자녀 관련 의혹에 대한 설명을 하던 정 전 후보자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사퇴한 이후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전히 공석이다. 정 후보자 이후 지명된 김승희 전 의원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 등으로 자진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7일 자녀 관련 의혹에 대한 설명을 하던 정 전 후보자의 모습. 연합뉴스

“무엇보다 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을 찾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 공백을 갱신 중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나오는 말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청문회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며 “광범위한 인재풀 사이에서 청문회를 통과할만한 분들 위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도덕성을 검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8일 언론 브리핑에서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은 몇몇 후보자들이 검증 중이며 빠른 시일 내 확정되는 대로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빠른’이란 표현을 쓰기엔 민망한 상황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위기다.

복지부 장관은 지난 5월 25일 권덕철 전 장관이 퇴임한 뒤 21일 기준 89일째 공석이다.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과 김승희 전 의원이 낙마한 뒤 아직 초대 장관도 임명 못 했다. 그간 복지부 장관 공백이 가장 길었던 때는 박근혜 정부 당시 진영 전 장관과 문형표 전 장관 사이의 63일이었다. ‘5세 조기입학’ 논란으로 지난 8일 사퇴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후임자도 마찬가지다. 김인철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고 박 부총리가 사실상 경질된 이후 대통령실에선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후보자”를 우선 물색 중이다. 하지만 선뜻 손을 드는 사람도, 또 청문회를 통과할만한 후보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두 장관이 아직 공석인 것에 대해 “이전보다 인사 검증을 훨씬 더 치밀하게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떨어지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았다”며 “이제는 다시 비판이 나오지 않을 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를 발표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를 발표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대통령에게 추가 낙마는 치명타 

여권에선 장관 후보자들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더이상의 낙마는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덕성이 우선이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중반에서~30%대 초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인사 참사’를 감내하긴 어렵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부정평가 이유에서 매번 인사가 1위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여당 의원은 “이미 두 번 낙마한 복지부 장관의 경우 더이상 실패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람을 찾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 업체인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장관 추가 낙마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장관 공백이 길어지며 윤 대통령이 내세운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의 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장관의 사퇴를 초래한 ‘5세 조기입학 논란’도 복지부 장관 공백의 여파가 컸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학제개편은 돌봄이란 복지부의 영역과 밀접히 연관된 문제”라며 “복지부 장관의 공백으로 두 부처간 업무 협의가 원활하지 않은 점이 뼈아팠다”고 했다. 이준호 대표는 “당장 청문회 통과라는 시험대를 넘을 후보자에 집중하다보면, 정부의 3대 개혁 진정성이 퇴색될 수도 있다”며 “윤 대통령에겐 이번 인사가 또한번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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