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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모습에 반전 정치…中위협 굴하지 않은 '화끈한 여인' [후후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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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최근 미국·영국·독일·일본·캐나다의 국회의원들이 줄지어 만나고 싶어하는 지도자가 있다.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 차이잉원(蔡英文·66)이다. 그는 2016년 대만 총통직에 올랐고, 2020년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차이 총통은 "세계 최고의 지정학적 드라마 중 하나(대만)의 주인공"(로이터통신)으로 묘사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3월 군복을 입은 채 군 부대를 방문했다. 중국은 최근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차이 총통은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PA=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3월 군복을 입은 채 군 부대를 방문했다. 중국은 최근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차이 총통은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PA=연합뉴스

중국과 대만 양안(兩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차이 총통이 이끄는 대만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 2~3일 미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을 방문한 이후 미 여야 상·하원 의원 5명이 지난 14~15일 대만을 찾아 차이 총통을 만났다. 일본 의원들은 오는 22~24일 대만을 찾을 예정이고, 영국·독일·캐나다 의원들도 연내 방문을 예고했다.

"기술이 대만 안보 보장"...코로나19에도 경제 성장   

차이 총통은 펠로시의 방문을 앞두고 철저한 보안과 준비로 야당인 국민당에서도 찬사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반면 이런 행보에 반발한 중국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대만의 안보는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을 "비열한 후손"이라고 비난한다.

차이 총통은 펠로시 의장 방문 후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하자,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18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군함을 감시하는 대만 군함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미 의회 대표단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기념 촬영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 미 의회 대표단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기념 촬영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소신있고, 단호한 면모로 '라타이메이(辣台妹·대만의 매운 언니)' '대만판 철의 여인'이란 별명도 얻었다. 미 타임·포브스 등 유력 외신들은 인구 약 2390만 명인 섬나라 지도자인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반도체 수출 강국인 대만은 2020년 경제성장률이 3.36%로 30년 만에 중국을 제쳤고 세계 주요국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28%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대만 정부는 밝혔다. 차이 총통은 "기술이 대만의 안보를 보장할 것"이라며 기업 친화 정책을 펴고 일자리 창출에 힘썼다.

재력가의 막내 딸이 대만 지도자가 되기까지     

차이 총통과 그가 속한 집권당 민진당은 자유민주주의와 대만의 독립 노선을 추구한다. 그의 이런 성향은 혈통에서도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차이 총통은 조상이 수백 년 이상 대만에서 거주한 '대만 토박이'를 뜻하는 본성인(本省人)이다. 그의 조모는 대만 원주민인 파이완(排灣)족이다. 본성인은 대만 인구의 80%를 차지하며 민진당의 지지 기반이기도 하다.

차이 총통이 2019년 5월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차이 총통이 2019년 5월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차이 총통은 1956년 대만 남부 지역에서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차이제성(蔡潔生)은 자동차 수리업과 부동산 사업으로 성공한 재력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대만 현지 언론을 인용해 차이 총통의 어머니는 차이제성의 네 번째 부인이라고 전했다.

학업 성적이 뛰어났던 그는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 속에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대만 최고 명문인 국립 대만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 코넬대와 런던정경대에서 각각 법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만 국립정치대 등에서 법학 교수로 일했다.

차이 총통이 2011년 자신의 어린시절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타이페이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차이 총통이 2011년 자신의 어린시절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타이페이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차이 총통은 교수 신분으로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임기 말 설파한 '양국론'(兩國論)의 초안을 작성했다. 양국론이란 중국 본토와 대만이 별개의 나라임을 정립한 이론이다.

그는 2000년 천수이볜(陳水扁) 정부 출범 후엔 양안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장관)에 발탁됐다. 이때부터 중국은 그를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눈엣가시로 여겼다.

이후 그는 2004년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 2006년 행정원 부원장(행정부 부총리) 등을 역임하며 행정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2008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참패한 후 민진당 주석을 맡아 당을 성공적으로 재건하며 차세대 지도자로 떠올랐다.

단발머리 수수한 옷차림...주변인들이 말하는 차이는   

그는 2012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에게 패배했으나, 2016년 두 번째 도전에서 총통직에 올랐다.

차이 총통은 집권 1기 당시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 등으로 한때 궁지에 몰렸으나 2020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한궈위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는 홍콩 민주화 시위로 인한 대만 내 반중 여론 확산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국민당은 상대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정당으로 분류된다.

차이 총통이 2020년 1월 11일 재선 승리 후 환하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차이 총통이 2020년 1월 11일 재선 승리 후 환하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차이 총통은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으로 카리스마는 부족한 실무형 정치인이란 평가가 있다. 반면 소박하고 꾸밈이 없는 모습이 오히려 그의 매력이란 시각도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단발머리, 옷차림도 수수한 '모범생 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대만 최초의 '미혼 총통'이기도 한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미국 유학 시절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와 함께 일했던 보좌관과 관료들은 차이 총통에 대해 "정책통" "항상 공부하는 사람" "다양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며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등의 평가를 내놨다.

미혼인 차이 총통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트위터 캡처

미혼인 차이 총통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트위터 캡처

'방역 모범국'의 뼈아픈 실수...中 위협, 위기이자 기회  

다만 일각에선 중국엔 강경하고, 미국에 협조하는 차이 총통의 외교 전략으로 양안 관계가 나빠졌다는 비판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 지을 오는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만에 대한 군사 위협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아직은 미비하지만,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이 총통(오른쪽)은 지난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났다. AP=연합뉴스

차이 총통(오른쪽)은 지난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났다. AP=연합뉴스

또 대만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으나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은 데다 올 들어 확진자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지난 6월 36%로 집권 2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집권 2기 초기의 70%대 지지율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펠로시 의장의 방문 후 지지율이 45.7%로 상승했다.

차이 총통이 지난해 12월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이 총통이 지난해 12월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중 정서가 고조되면서 정부와 집권당(민진당)에 대한 지지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는 중앙일보에 "중국이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대만 국민들은 결집하고 있고 국민 여론은 물론 정치권·학계에도 반중 정서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분위기라면 2024년 총통 선거에서도 민진당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차이잉원 만큼의 상징적인 지도자가 아직 보이지 않는 점이 과제"라고 짚었다. 대만 총통의 임기는 4년이고, 최대 두 번까지만 재임(在任)이 가능해 차이 총통은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대만여론재단(TPOF)이 지난 16일 공개한 여론조사(대만 성인 남녀 1035명 대상)에 따르면 대만 국민의 52.9%가 펠로시 의장의 방문 추진을 '잘한 일'이라고 했고, 78.3%가 '중국의 대규모 군사 훈련이 두렵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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