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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30대 언니의 부고…강수연도 앗아간 '공포의 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친한 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면서다. A씨는 “갑자기 부고 연락을 받고 놀랐다”라며 “언니가 39살인데 어린 두 딸이 있다. 어느 날 첫째 딸이 깨워도 못 일어났다고 하더라. 평소 혈압도 괜찮았다고 하는데 사인이 뇌출혈이었다”고 했다. A씨는 “안 그래도 뉴스에서 젊은 층 뇌출혈 소식이 들려 걱정되는데 두통까지 있어 신경이 쓰인다”며 “건강검진 때 뇌 사진을 찍어봐야 하나 싶다”라고 말했다.

“뇌 혈관 검사 받아봐야 하나” 고민하는 젊은 층

지난해 뇌출혈 10명 중 1명은 30~40대, 적지만 20대도   

지난 5월 50대 배우 강수연에 이어 이달 30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와 웹툰 작가 등이 뇌출혈로 사망하며 젊은 층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씨처럼 예방 차원에서 뇌 검진을 받아봐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뇌출혈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뇌출혈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뇌출혈(출혈성 뇌졸중) 환자는 모두 38만6459명으로, 이 가운데 30~40대가 12%를 차지한다. 남성에서 2만8236명, 여성에서 1만7367명 등 총 4만5603명의 30~40대에서 뇌출혈이 발생했다. 드물긴 하지만, 20대 환자도 2955명(남성 1742명, 여성 1213명) 된다.

고혈압을 앓는 게 아니라면, 젊은 나이에서 생기는 뇌출혈은 뇌동맥류가 파열되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얘기이다. 서울성모병원 신용삼 신경외과 교수는 “고혈압성 뇌출혈은 혈압이 높은 사람에서 뇌혈관이 터지는 것”이라며 “혈압에 문제없다면 해당 안 된다”라고 했다. 신 교수는 “동맥류로 인한 뇌출혈은 전혀 다르다”라며 “후천적으로 혈관이 약해지고, 이 부분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가 흡연·스트레스 등의 요인에 의해 파열하는 것”이라고 했다.

증상 없는 뇌동맥류, 터지면 극심한 두통 

고혈압성 뇌출혈과 달리 동맥류로 인한 뇌출혈은 미리 스크리닝(검진)할 수 있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뇌동맥류를 증상으로 알긴 어렵지만 뇌혈관 검사를 해보면 혹시 있더라도 터지기 전에 발견할 수 있다. 신 교수는 “보통 두통이 있다고들 하는데, 두통과 동맥류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며 “뇌동맥류는 터졌을 때만 증상이 나타나고 이때의 두통은 평생 경험하지 못한, 망치로 맞는 듯한 두통”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처음부터 뇌동맥류가 심하게 터지면 의식이 나빠질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터지고 난 뒤 피딱지가 생기면서 피가 잠시 멎는다. 이때 조처해야 재출혈을 막는다”고 했다.

 배우 강수연은 지난 5월 5일 자택에서 뇌출혈에 의한 심정지로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7일 사망했다. 뉴스1

배우 강수연은 지난 5월 5일 자택에서 뇌출혈에 의한 심정지로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7일 사망했다. 뉴스1

30대라도 가족력 있다면 검진 받아봐야

뇌출혈은 골든타임이 없다고 신 교수는 말했다. 다만 통상 24시간 내에는 수술하는 게 좋다고 한다. 병원에서 뇌압을 낮추는 등의 조처를 한다고 전제한다면 최대 72시간 이내에 수술해야 재출혈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젊은 층 중에서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는 게 신 교수 얘기이다. 그는 “30대에서 뇌출혈이 생길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검사를 권유하지는 않는다. 다만 뇌동맥류가 있고 파열됐던 적이 있는 부모에게는 혹시 30대 자녀가 있다면 해보게 권유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50대 이상이라면 한 번 정도 검사를 해보는 게 좋고, 40대도 가능하다면 해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찍는 수검자 가운데 평균 5% 정도에서 뇌동맥류가 발견된다고 한다.

신 교수는 “동맥류가 있어도 위험해 보이는 일부에 한해 치료하고 나머지는 추적 관찰한다”라며 “보통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평생 아무 일 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크게 패닉(극심한 공포) 할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신 교수에게도 매일 20명 정도의 신규 환자가 “머릿속에 시한폭탄(뇌동맥류 의미)이 발견됐다”며 찾아오는데 모두 다 수술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뇌동맥류, 위치·크기 따라 치료 

치료 여부를 결정짓는 위험 요인은 가족력과 뇌동맥류의 크기, 위치 등 몇 가지가 있다.

신 교수는 “통상 뇌동맥류 크기가 4, 5㎜ 정도면 치료할 기준은 되는데, 더 작은 크기라도 위치가 위험하면 치료할 수 있고 더 크더라도 위치에 따라 두고 보는 경우도 많다”라며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뇌동맥류 파열로 생기는 뇌지주막하출혈.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뇌동맥류 파열로 생기는 뇌지주막하출혈.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뇌동맥류는 뇌 MRA나 CTA(뇌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로 발견할 수 있다. 방사선 노출이 없고 10분 안팎이면 찍을 수 있는 MRA를 통상 권한다.

머리를 열고(개두술) 파열된 동맥류를 묶거나 색전술(혈관 내 색전을 이용해 출혈을 억제) 방식으로 뇌출혈을 치료한다. 색전술이 70% 정도라고 한다.

신 교수는 “처음부터 출혈이 심한 게 아니라면 병원에만 제때와도 정상적으로 회복한다”라며 “고혈압성 뇌출혈은 뇌 안의 작은 혈관이 터지면서 뇌를 망가뜨려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뇌동맥류는 뇌지주막하출혈로 머리 안 공간에 출혈이 생기는 것이다. 재출혈을 막으면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절반 정도 된다”고 했다. 젊더라도 평소 혈압이 어떤지 확인하고, 흡연은 뇌출혈 위험을 높이는 요인인 만큼 주의하는 게 좋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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