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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굴리는 이 남자 "'태조이방원' 말고 이런 주식 사라" [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8.21 05:00

업데이트 2022.08.30 18:03

2003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수익률 1025.4%(연평균 복리 수익률 14%).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58.5%)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이 펀드의 정체는 뭘까요. 가치투자 명가로 알려진 VIP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VIP사모주식형펀드1호입니다. 이곳은 현재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고 있습니다. 3억원 이상의 자산가만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라 ‘그림의 떡’이라고요? 앤짱이 여러분에게도 곧 문이 열립니다. VIP자산운용에서 연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공모펀드 1호를 낼 예정이거든요.

이곳을 공동 창업한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비유의 달인(자칭 일타강사)인데요, 좋은 주식 고르는 법에 대해 “인물도 좋으면서 성격도 좋은 교집합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좋으면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으라는 의미인데요, 어디 그런 참한(?) 주식 있는지 함께 알아가 보시죠.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본사 사무실 벽면을 장식한 가치투자의 대가인 벤자민 그레이엄(왼쪽)과 워런 버핏 사진 사이에서 활짝 웃고있다. 우상조 기자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본사 사무실 벽면을 장식한 가치투자의 대가인 벤자민 그레이엄(왼쪽)과 워런 버핏 사진 사이에서 활짝 웃고있다. 우상조 기자

-현재의 장세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우라가미 구니오(浦上邦雄)의 순환론 중 역(逆)금융장세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역실적장세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지금 기업들의 실적이 나쁘지 않거든요. 경기가 안 좋아서 돈을 푸는 2020년의 장세가 금융장세, 지난해 상반기처럼 경기가 살아나면서 실적 좋은 회사가 나타나는 장세가 실적장세입니다. 반대로 전체적으로 경기가 과열돼 돈을 거둬들이는 시기가 역금융장세입니다. 이런 장세에선 꿈만 가지고 올라가는 고평가 주식은 버티질 못해요. ‘비싼놈, 꿈만 있는 놈, 돈 못버는 놈’ 이런 주식은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역금융장세에선 돈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로 돈을 잘 버는 기업을 깐깐하게 골라야 합니다."

-요즘같이 대외환경이 불안정할 때는 아예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방법 아닌가요?  
"주식을 ‘기업을 소유한다’는 개념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여의도 맛집인 진주집의 2대 주주라고 가정해 봅시다.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이 싸운다고 해서 지분을 팔까요? 그건 어리석은 선택이죠. 만약 인플레이션이 온다 해도 강한 소비자 충성도를 가지고 있으면 콩국수 가격을 올려버리면 됩니다. 진주집(기업)은 리스크를 뚫고 가면서 상황에 맞게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곳입니다. 사업의 본질, 사업의 힘, 외부 변수와의 관련성 등을 잘 알고 있다면 휘둘리지 않고 하락장에서도 잘 버틸 수 있게 됩니다."

-투자를 잘하는 시기와 못하는 시기가 따로 있는지요?  
"저희는 상상력의 시대에는 약하고 분석력의 시대에 강합니다. 분석력의 시대였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성기였고, 상상력의 시대였던 2015년부터 2020년까진 아주 고생을 했죠. 상상력의 시대는 고성장 주식의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생각하면 아예 손을 대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5년 동안 시장 수익률을 조금 아웃퍼폼하는 수준의 고루한 성적을 냈죠.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람들이 꿈에서 깨어나고, 지난 5년간 움츠렸던 주식은 가치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분석력의 시대가 돌아온 것이죠."

-상상력의 시대엔 고성장주를 사고, 분석력의 시대엔 저평가주를 사면 되는 것 아닌가요?  
"주식 투자에 뛰어든 지 26년 차인데 그동안 그러다 '폭망'한 사람을 너무 많이 봤어요. 조변석개보다는 자기만의 컬러를 명확하게 하고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길게 보면 승리합니다. 이창호 9단이 이런 말을 했죠. “한 건에 맛을 들이면 암수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정수가 오히려 따분해질 수 있다. 바둑은 줄기차게 이기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고, 줄기차게 이기려면 괴롭지만 정수가 최선이다”라고요. 암수를 쓰면 당장은 이길지 몰라도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정수를 써야 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실제 장기 수익률로 이 방법이 옳았다는 것을 검증해 보였다고 생각하고요."

-분석력의 시대에 강하다고 하셨는데, 공모펀드 출시도 이런 자신감의 결과인지요?
"금융당국의 인가 사안이라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시기에 출시하게 된 셈이죠. 무엇보다 공모펀드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퇴직연금 시장 진출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이라는 게 노후의 가장 큰 대비책일 뿐 아니라 미국을 봐도 자본시장에서의 효익이 큰 시장인데 저걸 잠재우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한편으로는 공모펀드 시장의 현실이라는 게 아주 꽁꽁 언, 신뢰가 바닥난 시장이라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들처럼 장기적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

-구체적인 성공 투자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저희는 좋은데 싼 기업을 고릅니다. 에프엔에프 같은 회사가 전형적인 케이스죠. 의류 사업은 천에다 마크를 붙여 파는 사업이니까 마진이 많이 남아요. 국내 사업 잘하고, 중국 진출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하고 있고요. 여기에 김창수 에프엔에프 회장이 사업을 잘하는 분이라 이 분과 현재 회사의 로드맵을 믿고 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투자를 했는데 여기서 큰 수익률을 냈습니다.결과적으로 좋은 사람과 좋은 경험자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런 경영자가 경영하는 회사에 투자 방망이를 길게 잡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SBS 같은 곳도 같은 원칙에서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실패 사례는요?
"잘 알고 있는 사업이라고 과신한 곳에서 뼈아픈 실수를 했습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조선ㆍ건설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냈는데 금융위기 상황에서 조선ㆍ금융주에 다시 들어갔던 거죠. 잘되는 산업은 공급 과잉이 된다는 점을 간과했고, 사이클이 강하고 길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는데 오판이었죠. 대신 이때의 실수가 준 교훈을 바탕으로 2009년~2011년 사이클이 있는 산업인‘차화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화장품과 식음료쪽에 투자를 집중한 것이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최준철 대표가 서울 반포동의 VIP자산운용 본사 사무실에서 앤츠랩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최준철 대표가 서울 반포동의 VIP자산운용 본사 사무실에서 앤츠랩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현 시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종목이나 섹터를 추천해 주세요.
"한마디로 ‘K자’가 붙는 산업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굉장히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높아지면 해외에서 통할 수 있습니다. K-POP, K-에스테틱 등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서 어느 순간 ‘월클’이 되어버리는 산업이요. 한국의 검강검진이나 치과ㆍ피부과 등에 대한 진료 수준은 세계 최강인데, 정보의 유통 흐름이 빨라지면서 이젠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거든요. 피부과 주사제나 피부 관리 기계, 임플란트 등과 관련된 기업은 실적으로도 성과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투자 타이밍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진주집을 다시 예로 들자면, 진주집을 싸게 살 기회는 크게 네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1) 전반적인 식당 경기가 부진할 때, 2) 콩국수는 파스타에 비해 고루한 아이템이라 성장이 없을 것이란 시장의 오해가 있을 때, 3) 식중독 같은 일시적 악재 4) 팥국수 메뉴를 추가했다가 외면 받는 경영적 오판 등이죠. 이럴 때 악재가 구조적인지 일시적인지를 판단해야 하고요, 경영진이 팥국수를 다시 빼는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잘 살펴봐야죠.

지금으로선 금융주가 그런 주식이 아닌가 싶어요. 예컨대 보험주는 손해율은 낮은 반면 운용 수익률은 높은 상황이거든요. 산업 특성상 신규 진입이 어렵고, PER은 세 배로 저평가 돼 있는 데다 배당 수익률은 5%가 넘죠. 보통 사람들은 이런 주식이 2~3배 오르면 그때부터 사는데 저희는 그때 팝니다. 비관론자로부터 주식을 사서 낙관론자에게 파는 것이죠."

-반대로 피해야 할 종목이나 섹터가 있다면요.
"‘태조이방원(태양광ㆍ조선ㆍ이차전지ㆍ방산ㆍ원자력)’같이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핫한 종목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특정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거기 속한 회사가 잘되는 건 아니거든요? 산업은 안 좋지만 잘되는 곳이 있고, 산업은 좋지만 안되는 곳도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깊게 들어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조어가 퍼졌을 때는 이미 가격이 비쌀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싼 가격에 들어가게 되면 확신이 틀렸을 때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앤짱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지금의 사이클은 주식 초보들에게 굉장히 힘든 시기가 될 겁니다. 제가 대학 3학년(2002년) 때 주식 책을 냈는데 그때는 싸고 좋은 주식이 넘쳐났던 시기였습니다. 편의점에서 눈감고 아무 제품이나 집어서 그 회사 주식을 사도 돈을 벌 정도였죠. 그야말로 노천 광산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갱도를 파야 금덩이를 캘 수 있는 시기입니다. 같은 업종이라도 종목별 갈림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철저히 숫자를 가지고 투자해야해서 난이도가 높죠.

그렇다고 공부량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이 때문에 간접 투자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봅니다. 다만, 믿을만한 매니저를 골라야 합니다. 여러 사이클을 겪으면서도 장기적인 성과를 쌓아온 곳인지를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과 투자관이 맞아야 합니다. 자신의 성향이 트레이딩을 잘하는 매니저와 맞을지, 가치투자를 하는 매니저와 맞을지 스스로 잘 알고 투자해야합니다."

※이 기사는 8월 19일 발행한 앤츠랩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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