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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권 정지된 李가 당원 모으는 이유…국힘 당권 내전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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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날로 분주해지고 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전후로 당 안팎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색깔을 드러내는 주자들이 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다음 주 나오면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여당 중진 의원은 “당이 혼란을 수습해나가는 초기 상황에서 주자들이 대중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17일 중앙일보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 "당 혁신위를 해체하고 비대위 단독 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안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향'에 참석한 모습.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17일 중앙일보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 "당 혁신위를 해체하고 비대위 단독 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안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향'에 참석한 모습. 김성룡 기자

그동안 당내 현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안 의원은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 혁신위원회를 해체하고 비대위 단독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가 세운 조직이라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공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혁신위는 이 전 대표가 6월 지방선거 직후 의욕을 가지고 출범을 추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의 발언 이후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안철수 의원님, 혁신위를 흔들지 마십시오”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안 의원은 18일 취재진과 만나 “비대위와 혁신위가 목적이 같은데,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당에 혼란이 더 많으니까 통일하자는 얘기”라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차기 여당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의원은 연일 이준석 전 대표를 저격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사진은 2일 나 전 의원이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현동 기자

차기 여당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의원은 연일 이준석 전 대표를 저격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사진은 2일 나 전 의원이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현동 기자

원외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연일 이 전 대표를 저격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7일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한발 물러서서 자성한다면 기회가 오지만, 지금 이 전 대표가 하는 모습은 당에도, 본인에게도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당권 도전의 고삐를 죄고 있다. 사진은 김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김성룡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당권 도전의 고삐를 죄고 있다. 사진은 김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김성룡 기자

김기현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고리로 차기 당권 도전의 고삐를 죄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대통령 후보도 아니고 당 대표를 뽑는 것인데, 정기국회가 전대 시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전대를 거듭 강조했다. 주 위원장과 안 의원 등이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연말, 내년 초에 전대를 열어야 한다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맹공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윤 대통령 임기 100일을 맞은 17일,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생각, 말, 태도가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사자들은 선을 긋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연대설도 꾸준히 돌고 있다.

일반 조사 유승민, 국힘 지지층 조사 나경원, 안철수  

최근 복수의 여당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는 당심과 민심에 온도 차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SBS·넥스트리서치의 15~16일 조사에 따르면 1위는 유승민(19.0%) 전 의원이었고, 이준석(13.9%), 안철수(13.7%), 나경원(12.3%), 김기현(3.9%), 권성동(1.0%) 순이었다. 하지만 응답자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좁히면 나경원(28.2%), 안철수(20.9%), 이준석(16.2%), 유승민(8.8%), 김기현(6.7%), 권성동(2.5%)으로 순위가 뒤집혔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표 선거는 예비경선에서 책임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가 반영되고, 본경선에서는 각각 70%, 30%로 당원 투표 비율이 높아진다. 다만 이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20·30세대 책임당원 수가 증가한 것은 변수다. 이 전 대표는 요즘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청년 당원 비중이 확실히 늘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스마트폰 사용에도 익숙한 만큼 ARS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으로 정부가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기성 당원들이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기성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이 이 전 대표에게 있다고 보는 이들도 상당하다”며 “이 전 대표가 바람을 일으킨 지난해 전당대회와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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