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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미봉책으론 국정동력 회복 어렵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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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31면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한 뒤 여권에선 대통령실 개편 등 가시적인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나타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급락을 막기 위해 대통령 보좌진을 강화하고 정책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겠지만, 근본적인 수술을 위한 후속 조치들이 잇따라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 대통령이 “국민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밝힌 것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국정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계기로
국정 쇄신, 내분 종식 박차 가해야
물의 빚은 인사 과감히 교체하고
당 분열 책임자들 동반퇴진해야

선데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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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국정 쇄신과 여당 내분 종식까지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여론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백언불여일행(百言不如一行)이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이라고 말만 하면 뭐하나. 달라진 인식을 증명하는 것은 결국 실천이다.

불과 석 달 남짓한 기간에 드러난 각종 인사 난맥상, 정책 혼선, 집권당의 집안싸움을 짧은 시간에 바로잡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조차 난감할 정도다. 하지만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첫손가락으로 꼽는 부실 인사의 경우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논란의 대상이 돼 물의를 빚었던 인사들로부터 명확한 해명을 받아 보고 소명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실 검증, 정실 인사, 사적 채용 비난이 이어질 것이고 결국 이는 대통령과 여당에 큰 짐으로 남을 것이다.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였다가는 국정의 실패를 만회할 길이 없을 것이다. 능력이나 신임, 관계도 중요하겠지만, 국민 눈높이에 합당하지 않은 인사는 척결해야 한다. 아울러 향후 계속 있을 인사는 더 심혈을 기울여 철저한 검증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통령실 개편에는 홍보수석 교체도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국정 혼선이 홍보 부족에서 오는 것인가? 자칫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대통령의 입’으로 임명했다가는 더 큰 설화를 부를 수도 있다.

과거 정권의 비리나 잘못을 들추는 것으로 지지도를 만회하려는 협량한 생각은 애초부터 접는 게 좋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탈북어민 강제 북송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는 일들을 만에 하나라도 실정 회피용으로 기획했다면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국민의힘 내분 사태는 당을 공멸에 빠지게 하고, 일반 국민은 물론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한 많은 사람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 주고 있다. 윤핵관과 이준석 전 대표 측의 원색적인 유치한 내전과 훈수랍시고 양쪽을 거드는 무리들의 한심한 발언들에선 백척간두에 선 당의 위기의식을 조금도 느낄 수 없다.

비대위 효력정지에 관한 가처분 신청 결과와 상관없이 당 내분 사태를 키우고 더 기름을 부은 사람들은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동반퇴진하고 새로운 중립적 인사들에게 당을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사태의 궁극적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이 비상 사태에 빠져 있다고 강변하면서도 정작 책임자들은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윤핵관과의 다툼에 몰두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토사구팽당해 억울한 점이 많기는 하겠지만,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이쯤 해서 ‘돌’을 던지고 물러서야 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명분 있게 실행해야 한다. 이 싸움에서 끝까지 이기려 든다면 결국 자신도 당도 모두 궤멸할 것이 틀림없다.

내분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더 큰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함께 물러나야 할 것이다. 지난 16일 의총에서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재신임이 결정되기는 했지만, 결자해지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그동안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권 원내대표가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 이런 사태의 중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자리를 보전한다면 누가 믿어 줄까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그다지 파당적이지 않은 다수 일반 국민은 감동의 정치, 절실함의 정치, 진정성의 정치를 바란다. 그렇지만 현실정치에서 감동과 절실함, 진정성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무늬만 쇄신이어서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얄팍한 꼼수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어쭙잖은 미봉책이나 책임 회피로는 결코 타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언제까지 20세기형 정당, 전근대적인 정당에 머물 것인가. 알량한 눈앞의 당권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대참사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고통을 받을 것이다. 국민의 인내력을 테스트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의 약속과 같이 분골쇄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아니 분골쇄신보다는 환골탈태가 더 시급하다. 더 늦기 전에 국정 수행의 동력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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