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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골퍼 샷 41%가 퍼팅, 숏게임 연습해야 스코어 줄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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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26면

강찬욱의 진심골프

지난 5월 12일 코엑스에서 열린 골프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가 퍼팅 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2일 코엑스에서 열린 골프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가 퍼팅 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코어는 그린 주변 70야드에서 결정된다.” 벤 호건의 말이다. 숏게임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한 것이다.  드라이버가 잘 돼도 퍼팅이 안 되면 우승할 수 없다. 반대라면 우승할 수 있다. 선수들의 말이다. 선수들은 18홀 중에 평균적으로 여섯 번 그린을 놓친다. 하지만 그린을 놓쳤다고 파나 버디를 못 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겐 그린을 놓쳤을 때 파를 세이브 하는 스크램블링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마크 브로디 교수의 타수이득(Stroke gained) 통계에 따르면 그린에 올리는 샷을 잘 할수록 다른 선수에 비해 타수를 더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결과는 당연히 주말골퍼에게도 유효하다. 문제는 주말골퍼들이 그들의 기대만큼 그린에 올리지 못하는 데 있다.

핸디캡이 10이라면 주말골퍼 중에 상당한 실력자다. 이 골퍼가 18홀 동안 그린에 올리는 평균 개수는 7개 남짓이다. 주변에 가장 많은 보기 플레이어는 5개 정도를 그린에 올린다. 보기 플레이어도 열세 번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해야 하는 것이다. 벙커에서 퍼덕일 수도 있고 어프로치 샷을 미스해서 또 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으므로 실제 횟수는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만큼 어프로치 샷을 연습하지 않는다. 연습장 타석에서 웨지를 들고 연습하는 골퍼가 몇이나 되는가. 연습장에서 웨지를 다루고 있는 골퍼에게 고수 느낌이 폴폴 풍기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퍼팅도 마찬가지다. 라운드를 가면 한 번만이라도 퍼팅 개수를 세어보고 기록해 보자. 내 타수에서 퍼팅이 얼마나 많이 차지하는지를 보고 분명 놀랄 것이다. KLPGA 선수들의 평균 퍼팅 개수가 30개 전후다.  주말골퍼들은 몇 개나 될까?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주말골퍼들은 전체 타수 중에 41.3%가 퍼팅이다. 100개를 쳤다면 41.3개의 퍼팅을 했다는 기록이다.

우리는 홀 당 평균 두 번 이상 퍼팅을 한다. 퍼팅 연습은 얼마나 하고 있는가. 이런 말을 듣는 골퍼들이 있다. “넌 숏게임만 좀 잘하면 완전 싱글일 텐데….” “넌 퍼팅만 보완하면 무조건 80대인데….” 이런 얘기를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듣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연습을 안하는 것.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숏게임 연습을 안 한다. 왜 그럴까.

다니엘 버거(미국)가 지난 6월 열린 US오픈 1라운드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니엘 버거(미국)가 지난 6월 열린 US오픈 1라운드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 롱게임부터 잡아야지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서 타석의 골퍼들을 보자. 아마 그들 중에 적어도 반은 드라이버를 치고 있을 것이다. 숏게임은 어느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이 더 잘하기 위해 하는 것이고 일단 드라이버와 아이언부터 잡자는 생각일 것이다. 머릿속에 롱게임 먼저, 그 다음 숏게임이라는 생각이 이미 자리 잡은 것이다.

연습을 할 때 200개를 친다고 하면 100개를 드라이버를 치고 필드에서 잘 치지도 않는 3번 우드도 열심히 때리고 웨지는 풀샷으로 얼마 정도 나가나 몇 번 쳐 보고 끝낸다. 웨지를 몇 번 치다가 곧바로 드라이버를 다시 잡는다. ‘숏게임부터 잡자’라고 생각해보자. 어프로치샷 연습을 많이 하면 샷도 좋아진다.

2 시간이 없다

연습장에 자주 가지도 않는데, 일주일에 겨우 한 번 가는데 드라이버 때리기도 시간이 없다. 우리의 골프백에는 14개 클럽이 있는데 말이다. 골프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연습할 것이 많다는 것. 드라이버 연습하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언제 어프로치 연습하고 퍼팅 연습 하느냐다. 결국 연습을 안 하는 사람은 숏게임 연습도 안 한다는 얘기다.

3 샷이 좋아야 멋있지

골프는 분명 스코어 게임이다. 그럼에도 많은 골퍼들은 ‘티샷과 우드, 아이언샷이 좋아야, 쪽쭉 뻗어야 멋있지’ 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 샷은 별로인데 설거지를 잘 해.” 여기에서 설거지란 말은 숏게임을 다소 폄하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파온을 못 시키고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로 붙여서 파 세이브 하는 골프를 스스로 ‘시니어 골프’라며 비하하기도 한다. 어프로치 샷도 샷이다. 퍼팅도 샷이다.

다니엘 버거(미국)는 스크램블링이 75%에 달한다. 그린을 놓쳤을 때도  파나 버디를 기록하는 확률이 75%인 거다. 얼마나 멋진가. 어프로치로 핀에 붙여서 원 퍼트 하는 것, 아무리 먼 거리도 절대 스리 퍼트 하지 않는 것.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자. 골프에 예술점수는 없다. 결국 스코어를 줄이는 게임이다.

4 나중에 나중에

자꾸 미룬다. 어프로치 연습이나 퍼팅 연습을. ‘드라이버부터 잡고’와 비슷한 얘기인데, 그러다가 안 한다. 물론 우리에게 주어진 연습 시간은 유한하다. 그러다 보니 ‘숏게임 연습은 나중에 해야지. 라운드 전날 집중적으로 해야지’ 하면서 뒤로 미루는 것이다. 숏게임 연습을 뒤로 미루는 것은 스코어를 뒤로 미루는 것과 같다.

연습장에 가면 일단 웨지샷부터 시작하자. 웨지와 퍼터는 14개의 골프클럽 중에서 4분의 1이 넘는다. 아무리 적어도 그 정도는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3분의 1은 어프로치샷과 퍼팅 연습에 투자하자.

‘구력이 쌓이면 숏게임은 저절로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습을 안 하면 언젠가도 안 된다.

5 비거리 욕심

‘드라이버로 이 정도는 보내야지. 7번 아이언이 이 정도는 돼야지’ 라는 거리 욕심이 결국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만 때리고 7번 아이언만 때리게 한다. 스크린의 거리 표시 숫자는 골퍼들에게 ‘드라이버 한번 더, 한번 더’를 종용한다. 숏게임은 더 긴 거리를 보내는 행위는 아니다. 더 가깝게 붙이는 기술이다. 우리는 더 가까이 붙이는 것보다 더 멀리 보내는 것에 치중한다. 드라이버로 200m 보내는 것도, 어프로치샷으로 20m 보내는 것도, 2m 퍼팅도 똑같이 한 샷이다.

6 재미가 없다

숏게임 연습을 열심히 안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연습에 흥미가 없다. 한 마디로 재미가 없다. 네트를 뚫듯이 펑펑 소리가 나야, 그물 상단에 꽂혀야 재미있다. 10m, 20m를 툭툭 쳐서 보내는 건 재미없다.

필자가 다녔던 실내연습장은 회원들이 퍼팅 연습장을 간이 어프로치 게임장으로 만들어 어프로치와 퍼팅 게임을 했다. 연습할 때는 별  재미가 없던 어프로치 샷이 게임이 되니 틈만 나면 백 원짜리 동전내기 게임을 했다. 몇 달 지나니 다들 어프로치 달인이 되어 있었다. 재밌으니 자주 하게 되고 잘하게 된 것이다. 장담하건대 스코어가 좋은 사람은 숏게임을 재밌어 하는 사람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드라이버 아이언 다 빼고 연습장에 웨지와 퍼터만 가져가 보자. 70분, 100분 동안 다른 거 연습하지 말고 숏게임만 연습해 보자. 어느 지점을 정해놓고 내가 열 번 중에 몇 번이나 1m 안으로 붙이는지 측정해 보자. 2m 퍼팅을 연속으로 몇 번이나 성공시키는지도 도전해 보자. 속으로 ‘재밌다. 재밌다’ 자기 암시를 하면서.

연습은 배신하지 않지만 특히 숏게임 연습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스코어가 반드시 준다. 그것도 확 준다.

강찬욱 시대의 시선 대표.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CF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로 일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골프의 기쁨』 저자, 최근 『나쁜 골프』라는 신간을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 골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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