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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초당적,초정파적 국민연금 개혁 합의 도출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가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정부는 건보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꼽혀 온 MRI(자기공명영상)나 초음파 검사 건보 적용 확대 방침을 재검토한다.

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을 계기로 의료진이 기피하는 필수의료의 수가를 올리는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국민연금 개혁과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런 내용의 ‘새 정부 업무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복지에서 약자복지를 중심으로, 표를 얻기 위한 정치복지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진정한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제대로 찾아서 두텁게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전했다.

건보 급여 재평가와 관련해선 “방만한 건보재정 지출을 정밀 점검해 필수의료 기반과 중증치료 강화에 중점을 두기 바란다”고 했다. 또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세밀한 의견 수렴과 치밀한 실증 자료를 기반으로 초당적, 초정파적 국민 합의를 도출해달라”고 지시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면서 조규홍 복지부 제1차관과 이기일 제2차관이 오후 3시부터 1시간 40분 가량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왼쪽부터), 조규홍 1차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왼쪽부터), 조규홍 1차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기피 과목 등에 공공정책수가 도입…초음파·MRI 급여 재평가

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뇌동맥류 개두술 등 기피 분야와 소아·분만 등 수요가 감소한 분야 등에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한다. 빈도는 낮지만, 위험도가 높아 기피되는 고위험·고난도 수술과 응급수술에는 정책 가산 수가를 올린다. 대동맥 박리(고혈압 등으로 대동맥 내막이 찢어지면서 발생), 심장, 뇌수술 등이 해당한다.

지난달 뇌출혈로 쓰러진 아산병원 간호사가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복지부는 이달 초 ‘필수의료 지원 전담조직(TF)’를 꾸려 대책을 논의해왔다.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19일 오전 브리핑에서 “TF 구성 이후 의료계 등 각 분야 전문가와 6차례 릴레이 간담회를 열었고, 고난도 수술 등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골든타임 내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상·소아심장·감염 분야에서 단계별(의대생·전공의·전문의 등)로 의료인력 양성할 방침이다. 적자가 발생하는 어린이병원 등에는 평가를 통해 보상을 늘릴 예정이다. 이기일 차관은 “서울 한 어린이병원은 적자가 (매출액의) 8%나 돼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며 “이 경우 사업 평가를 통해 적자 부분을 보상하고, 병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며 “의료계와 협의해 10월쯤 필수의료 관련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처럼 필수의료를 보장하고 필수 고가약 건보 적용을 늘리기 과감한 지출 개혁을 추진한다. 그간 과잉의료 논란을 불렀던 문재인 케어를 겨냥, 현재 이뤄지는 MRI나 초음파 등 급여 항목을 재평가한다. 또 올해 목·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에 MRI 검사를 건강보험 적용하기로 했으나 이를 늦추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급여화(건보 적용)할 때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어느 정도의 재정 지출을 예상했던 부분이 있는데, 하복부 초음파 등 기존 계획보다 100%를 넘는 항목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목별로 현재 재정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한 뒤 의료기관 의견을 수렴하고 이용자 패턴도 분석하는 등 현장 파악을 해야 한다”며 “수 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피부양자 기준도 개선한다. 현재는 소득·재산·부양요건 등의 기준을 충족하면 내국인·외국인에 상관없이 피부양자로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 소득 및 재산 요건을 충족시키는지 확인하는 게 어렵다. 이런 유로 일부 외국인 직장 가입자는 외국에 체류하는 가족까지 피부양자로 올린 뒤 국내에서 치료·수술 등 건보 혜택을 받는 일이 빈번했다. 정부는 외국인 피부양자 요건에 국내 거주 기간 또는 거주 사유를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배우자, 미성년 자녀의 경우는 외국인 직장 가입자가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 예외로 두고, 부모, 형제자매, 성년 자녀 등은 거주 기간을 두고 피부양자에 올릴 수 있도록 해 의료 목적의 입국 및 건보 혜택을 보는 것을 방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이러한 취지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에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를 하면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방만한 건보재정지출을 정밀하게 점검해 필수의료기반과 중증치료 강화에 중점을 두라”고 지시했다.

코로나19 “정밀화된 표적 방역 추진”

재유행 중인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지난 2년 7개월간의 대응 경험, 축적된 데이터, 백신·치료제 등을 바탕으로 감염취약분야에 정밀화된 표적 방역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은 감염취약시설 선제 검사를 확대하고, 중증화율이 높은 고위험군의 신속한 검사·처방에 집중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21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안정적으로 의료 대응이 가능하도록 지정병상(7245개)과 일반병상(12447개) 확보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감염병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해 2027년까지 음압병상 150개 규모 중앙감염병병원을 세울 예정이다. 중앙감염병병원은 감염병 대응 중앙 컨트롤 타워의 역할 수행하게 된다. 또 지역별 권역감염병병원 5개를 2027년까지 완공하고, 책임의료기관, 지방의료원 등을 육성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시기에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제도화를 추진한다.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소독을 하고 있다. 뉴스1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소독을 하고 있다. 뉴스1

“유보통합, 주무부처보다 형태·재원이 중요”

저출산 문제 대응을 위해 복지부는 일과 가정 양립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대로 부모급여는 내년에는 만 0세에 70만 원, 만 1세에 35만 원을 지원하고, 2024년에는 각각 100만원, 50만원으로 확대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상관없이 유아에게 양질의 보육·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유보통합도 추진한다.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주무부처를 묻는 질문에 조규홍 제1차관은 “유보통합을 어느 부처에서 하는지가 중요하기보다 어떤 형태, 내용을 담고 있고 재원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 자격·처우 개선 등 구체적 통합 방향을 관련 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기존 중위소득의 30%인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기준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를 거쳐 내년까지 단계별 이행안(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는 기준중위소득의 35%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그밖에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활동지원서비스 대상 확대 등 장애특성별로 돌봄 지원을 확대한다. 취약 아동 지원을 위해 지난 7월부터 월 100만원의 입양대상아동 보호비를 신설했고, 내년부터는 결식아동 급식 단가도 기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한다.

윤 대통령은 “표를 얻기 위한 정치복지에서 집단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잘 드러나지 않았던 진정한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제대로 찾아서 두텁게 지원해 달라”고 지시했다. 또 지난 10일부터 재정 계산을 본격 시작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세밀한 의견 수렴, 치밀한 실증 자료를 기반으로 초당적, 초정파적 국민합의를 도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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