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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징계 초강수 두나…與 윤리위 경고문에, 이준석은 "푸하하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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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민의힘은 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가 내놓은 경고성 입장문을 두고 술렁댔다. 윤리위는 이날 “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중하게 행사할 것”이라며 “정치적 입장을 공개하는 데 있어 당의 위신 훼손, 타인 모욕 및 명예훼손, 고질적 계파 갈등을 조정하는 등 당원 품위 유지를 위반하면 어느 때보다도 엄정하게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리위는 이어 “정치적 자중지란이 지속되는 것은 더는 방치돼선 안 된다”며 “당내 갈등과 혼란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정치적 자정 능력에 대한 기대마저 무너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중하게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중하게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김경록 기자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어떤 사안에서 비롯된 것인지 입장문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전후로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 인사들을 상대로 공세를 퍼붓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13일 “양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판 사람이 저였다”라거나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며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 앞서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서는 “2017년 대선에서 3명의 후보(반기문·유승민·홍준표)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성을 셋 가진 종놈이라는 의미)”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외려 친윤계 인사들이 신당 만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리위는 7월 8일 성 상납 의혹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은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후 비대위 체제 전환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의 판단은 다음주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가처분이 기각될 확률이 더 높다고 보고 있지만, 만약 인용돼도 당 윤리위가 이 전 대표를 재징계하는 ‘초강수’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 입장은 언제든 다시 칼을 댈 수 있다는 예고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윤리위의 엄포를 보면 제명도 배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실제로 제명 카드를 뽑아 든다면, 대표직 복귀는 물론 당에 복귀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에 “푸하하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윤리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의 자중지란을 우려한 입장이고,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최근 복수 여권 관계자 사이에서는 가처분이 인용돼도 이 전 대표가 대표직에 복귀하거나 비대위가 해산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가처분이 인용돼도 문제없다”며 “조금 모양새는 빠지지만, 절차적 하자가 있다면 다시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말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17일 “법원이 절차가 미비하다고 한다면 갖추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용한 친윤계…이준석, 장예찬과 설전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청년본부장,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을 맡았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청년본부장,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을 맡았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날 여당 청년 정치인들의 진흙탕 싸움도 이어졌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청년본부장을 지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19일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이대남(20대 남성) 대변인들, 20억 원대 재산을 신고하고 돈 걱정 없이 정치만 해도 되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라며 “사회생활 해본 적 없는, 세금 한 푼 내본 적 없는 여의도 2시 청년”이라고 비판했다. ‘여의도 2시 청년’이란 일정한 직업 없이 오후 시간대에 정치인 행사에 참여하는 청년 정치인을 비꼬는 표현이다.

장 이사장이 공격에 김 전 위원은 “(20억대 재산은) 부모님 소유의 아파트 한 채 공시지가가 포함된 액수”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예찬이가 출마를 안 해봐서 재산 신고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참작 사유”라면서도 “마타도어를 어떻게 주워 담을 지 보면 자기 의지인지, 독자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국민이 직접 선출한 청년 대변인단에게 아무리 지적해봐야 안 먹힌다”라고도 했다.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장 이사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대표의 윤리위 징계 전후 대처, 당과 정부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 국정 동력 상실의 중요 원인”이라고 비판했었다. 이 전 대표는 장 이사장의 페이스북에 “그래 예찬아. 그렇게 해서 니가 더 잘살 수 있다면 나는 널 응원할게”라는 댓글을 달아 비꼬았다.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대립이 청년 정치인들 간의 내분으로 옮아 붙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간 여권 갈등은 주로 ‘이준석 대 친윤계’ 구도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비난하면, 이철규·박수영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이 반박해 설전이 벌어지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권한 박탈 뒤 친윤계 의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언급을 삼가고 있다. 당 중진 의원은 “친윤계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작전을 펴면서 이 전 대표의 행동반경을 ‘청년 정치인 간의 내분’ 수준으로 좁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주호영의원실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주호영의원실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 전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의 존폐를 두고 당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을 만나 힘을 실어줬다. 주 위원장은 “지도부가 혁신 문제를 직접 다루는 건 적절하지 않다. 혁신위가 적극 활동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위 안건 중 비교적 쉽게 합의할 안건을 먼저 (발표)하고, (공천 개혁 등) 논쟁적인 것을 다음에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22일 1호 혁신안을 발표하는 데 주 위원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안철수 의원은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혁신위를 해체하고 비대위 단독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의원이 “혁신위를 흔들지 말라”고 반발하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최 의원은 이날 “18일 안 의원이 의원실에 찾아와 충분히 얘기했고 안 의원이 이해했다”며 “해체 논란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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