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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올린 판사 "이게 '좋아요' 맞나"…진혜원 재판 희한한 장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에서 열린 진혜원 부산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진 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시연을 진행하면서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는 진 검사에 대한 공판 기일을 열고 “사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연을 하고, 검찰과 진 검사 양측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진혜원 부산지검 부부장검사가 지난해 11월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진혜원 부산지검 부부장검사가 지난해 11월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진 검사가 지난해 3~4월 4·7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공무원 신분임에도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의 정치적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그를 지난해 10월 5일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진 검사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과 당시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현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그 후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글 등을 올렸다고 봤다. 진 검사가 민주당과 박영선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글·댓글에는 ‘좋아요’ 버튼을 눌러서 특정 정당에 대한 투표를 독려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진 검사는 이날 법정에서 지난해 3월 7일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이에 달린 댓글을 직접 선보이며 검찰 주장에 반박했다. 진 검사가 올린 글은 ‘수직정원’이란 제목의 글로 이탈리아의 ‘보스코 베르티칼레’ 건축물과 석파정 서울미술관 등을 나열한 것이다. 검찰은 진 검사가 이 글 작성과 달린 댓글들에 호감 표현을 함으로써 당시 박영선 후보가 내세웠던 수직정원 공약을 지지했다는 입장이다.

진 검사는 “(감정 표현은) 쓰는 사람마다 (의미가) 다르다. 검사는 왜 마음대로 판단하는가”라며 “검사 주장대로라면 (해당 글에 달린) ‘벌레가 많이 생긴다’는 댓글에 웃겨요 버튼을 누른 건 낙선 운동을 했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연 과정 중 재판장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SNS상) 이 표현은 ‘좋아요’에 해당하는가”라며 진 검사에게 직접 묻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재판을 열고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진 검사가 제출된 증거를 모두 동의하지 않음에 따라 검찰은 증인 신청 등의 방식으로 유죄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진혜원 검사가 지난해 4월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의 모습.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진혜원 검사가 지난해 4월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의 모습. [사진 페이스북 캡처]

“SNS상 리액션, 선거운동 아냐”

한편 진 검사는 지난 11일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이란 구체적인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면 법원의 직권 또는 소송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청하는 제도다. 소송 당사자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경우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제청 여부를 판단한다.

진 검사 측 변호인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은 SNS상의 감정 표현 등은 ‘리액션’일뿐이지 선거 운동에 해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변호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진 검사가 SNS에 풍자성 글을 올리거나 댓글에 ‘웃겨요’ 표현한 것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하지 않았을뿐더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공무원이 댓글로 감정 표현을 했다는 걸 범죄행위로 보는 것은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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