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이탈리아 요리 팠다…뒤늦은 유학서 찾아낸 것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08.19 05:00

업데이트 2022.08.19 17:50

31세.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이수복 셰프는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대학교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미국의 유러피안 레스토랑과 한국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자 전문점 등을 거치며 6년여를 이탈리아 요리를 해왔지만, 늘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는 요리가, 진짜 이탈리아 맛일까’ 결국 2014년 가을, 그 답을 찾기 위해 이탈리아 명문 요리학교 알마(ALMA)로 떠났다.

이수복 셰프는 이탈리아의 명문 요리학교 알마와 현지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의 맛과 트렌드를 익히고 2016년 몰토베네를 열었다. 사진 몰토베네

이수복 셰프는 이탈리아의 명문 요리학교 알마와 현지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의 맛과 트렌드를 익히고 2016년 몰토베네를 열었다. 사진 몰토베네

타국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오전 8시까지 등교하면 오후 7~8시가 돼서야 교문을 나설 수 있었다. 한국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여유는 없었다. 졸업 후에는 더 바빴다. 알마는 수업을 수료한 졸업생에게 교수와의 일대일 면담을 통해 실습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연결하는데, 그렇게 이 셰프와 연이 닿은 곳이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라페카(La Peca)였다.

다른 실습생보다 현장 경험이 풍부했던데다, 타고난 성실함을 눈여겨본 라페카의 니꼴라 셰프와 동료들은 5개월 실습이 끝난 후, 당시 고메 피자로 주목받던 베로나의 레스토랑 '이 띠일리'를 소개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480도가 넘는 고온의 화덕에서 구워내는 나폴리 피자가 익숙한데, 라페카는 350도 내외의 온도에서 피자 도우를 먼저 구워낸 후, 소스와 토핑을 얹어내는 차별화된 방식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 셰프는 “이탈리아에선 피자를 만드는 사람을 욜로라고 하는데, 고메 피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 띠일리를 총괄하고 있는 시모네는 셰프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고메 피자로 유명한 이탈리아 이 띠일리의 시모네 셰프(사진 오른쪽)와 이수복 셰프. 사진 몰토베네

고메 피자로 유명한 이탈리아 이 띠일리의 시모네 셰프(사진 오른쪽)와 이수복 셰프. 사진 몰토베네

요리학교부터 미쉐린 레스토랑까지. 진짜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배우고 온 후, 그는 이탈리아 전통이 아닌 새로운 트렌드를 선택했다. 이탈리아 셰프로 일하던 사촌동생과, 미국 요리학교 CIA 출신의 아내와 함께 2016년 1월 레스토랑 고메피자를 맛 볼 수 있는 '몰토베네'를 열었다. 만족할 수 있는 도우의 맛과 식감을 내기 위해 밀가루를 찾는 것부터 일이었다. 수십 포대를 쓴 후에야 최상의 블렌딩 비율을 찾았다. 고메피자는 도우 반죽부터 숙성, 토핑의 프렙부터 조리까지 피자 한 판이 서비스되기까지, 꼬박 3일이 걸린다.

도우를 먼저 구운 후 소스와 토핑을 올리는 고메 피자. 사진 몰토베네

도우를 먼저 구운 후 소스와 토핑을 올리는 고메 피자. 사진 몰토베네

몰토베네를 찾게 만드는 인기 메뉴로는 오르조또를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어로 오르조는 보리를 뜻하는데, 실제 쌀로 만드는 리소토와는 달리 톡톡 씹히는 보리 특유의 식감이 살아있다. 이탈리아에 머물 당시 스텝 밀로 먹었던 보리 미네스트로네나, 이탈리아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어머니가 만들어준 보리 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현지에서 맛본 소스는 묽었는데, 버터를 넣어 녹진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에선 소스를 크림화 하는 과정을 만테까레(mantecare)라고 부른다. 알마 재학 당시 담당 교수가 “학교에서 만테까레만 배워가도 성공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탈리아 요리에선 중요한 조리법이다. 오르조또는 국내에선 익숙한 메뉴는 아니지만, 점점 선보이는 레스토랑도 늘고 있다. 최근엔 더 많은 사람이 오르조또를 맛볼 수 있도록 밀키트 ‘쉬림프 아스파라거스 리조또’를 출시했다. 이 셰프는 “크림이지만 아스파라거스 퓌레가 어우러져, 적절한 무게감과 보리 등의 식재료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메뉴로, 적절한 산미가 있는 화이트 와인과 페어링 하거나, 토마토소스의 요리와 함께 먹어도 좋다”고 추천했다.

8월 출시한 몰토베네의 밀키트 '쉬림프 아스파라거스 리조또'. 사진 SSG

8월 출시한 몰토베네의 밀키트 '쉬림프 아스파라거스 리조또'. 사진 SSG

고메 피자와 보리로 만든 리소토인 오르조또라는 차별화된 메뉴로 합정역 맛집으로 자리 잡으며, 백화점의 입점 제안부터 TV 출연까지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이 셰프는 “이탈리아 현지의 다양한 맛을 우리만의 스타일로 선보이는 곳으로, 지금까지 몰토베네라는 브랜드를 견고히하는데 집중해왔는데, 이젠 밀키트를 시작으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Today`s Recipe 이수복 셰프의 멜란자네 꼰 리코타 

한끼 식사로도, 와인 안주로도 잘 어울리는 '멜란자네 꼰 리코타'. 사진 몰토베네

한끼 식사로도, 와인 안주로도 잘 어울리는 '멜란자네 꼰 리코타'. 사진 몰토베네

“가지(멜란자네)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재료예요. 그만큼 피자나 파스타, 샐러드 등에 두루 쓰이는데요. 구운 가지와 치즈, 토마토소스를 쌓아 오븐에 굽는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는 이탈리아의 대표 요리예요. 가지와 토마토 본연의 맛에, 상큼한 토마토 소스, 고소한 리코타 치즈가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고 와인과 함께 먹어도 잘 어울려요. 참! 가지를 자를 땐 세로 방향으로 잡고, 꼭지부터 아래로 얇게 썰어주세요.”

재료 준비
재료(2인분) : 가지 1개, 토마토홀 1캔(400g), 양파 20g,  소금 1g, 토마토소스 100g, 오레가노 1작은술, 엑스트라버진올리브 오일 100g, 페퍼론치니 1/8개, 리코타치즈 50g, 방울토마토 5개, 그라나파다노 2g, 파슬리 1g, 후추 조금

만드는 법
1. 양파를 색이 나지 않을 정도로 볶는다.
2. ①에 토마토홀과 소금을 넣고, 되직해질 때까지 약 20분 정도 약불에서 졸여 소스를 완성한다.
3. 가지를 0.7㎝ 두께로 길게 슬라이스한다.
4. 슬라이스한 가지에 키친타월을 깔고 소금·후추를 뿌려 5분 정도 물기를 빼준다.
5. 방울토마토를 1/4로 잘라서 준비한다.
6. 리코타 치즈는 5등분 한다.
7. 물기를 빼준 가지는 팬에 오일을 오일을 두른 후, 살짝 갈색이 날 때까지 앞뒤로 구운 후, 키친타월을 깔고, 미지근해 질 때까지 식힌다.
8. 팬에 ②의 토마토소스, 오레가노, 엑스타버진 올리브오일, 페퍼론치니 섞어서 데운다.
9. 가지에 리코타치즈, 방울토마토 1/4조각을 넣고 돌돌 말아준다. 나머지도 이와 같이 준비해 놓는다.
10. 접시에 토마토소스 3/4 정도를 깔아준다.
11. 말아 놓은 가지를 이쁘게 토마토소스 위에 올려준다.
12. 남아있는 토마토소스를 ⑪의 위에 뿌리고 그라나파다노, 파슬리,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후추로 마무리한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COOKING과 SSG는 집에서 즐기는 이탈리아 요리를 소개하는 〈진짜 이탈리아의 맛을 만나다〉 기획전을 준비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대표 가지 요리인 멜라자네 콘 리코타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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