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출발기금 기준 강화…빚이 자산보다 많아야 원금 감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출발기금 관련 금융권 의견수렴 및 소통을 위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출발기금 관련 금융권 의견수렴 및 소통을 위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폐업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자영업자 채무 조정과 관련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빚어진 새출발기금의 새로운 윤곽이 공개됐다. 자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 원금 감면을 해주고, 채무조정 대상 한도도 낮추는 등 채무 조정 기준을 강화했다. 다만 ‘빚 탕감’ 이슈가 됐던 부실 차주에 대한 60~90% 탕감률은 유지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와 함께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금융권 등을 상대로 새출발기금 공개 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새출발기금은 30조원을 투입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25만 명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이다.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을 금리를 낮춰주고, 최대 20년간 장기·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해준다. 90일 이상 빚을 못 갚은 연체자의 원금을 60~90%를 감면해주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이러한 조치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설명회 등을 열고 논란의 진화에 나선 이유다. 일단 원금 감면은 빚이 자산보다 많을 경우에만 순부채의 60~80%를 감면해주기로 방침을 세웠다. 담보대출은 원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대 90% 감면율도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취약차주로 제한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세청 등과 연계해 재산·소득 심사를 철저히 하고, 은닉재산 발견 시에는 채무조정을 무효화하겠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2년간 채무조정 이용 사실을 공공정보로 등록하고, 1~5년간 신용평가에 반영한다.

권대영

권대영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총부채의) 0~70%인데, 새출발기금은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만큼 그보다 10% 높은 0~80%로 과도하지 않다”며 “90% 감면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준의 취약차주 대상으로, 신용회복위원회에서도 같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무조정 대상 한도도 낮출 계획이다. 거액 대출도 포함되면서 일부가 박탈감을 호소하자 이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초 개인사업자는 최대 25억 원, 법인사업자는 30억 원까지를 지원 대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권 국장은 “채무조정 대상의 80~90%는 대출액 15억원 이하로 추정된다”며 “한도도 신복위 수준에 맞추는 쪽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의도적인 연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부실 우려 차주 기준’과 관련해서는 대책 마련을 시사했다.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10일 이상 연체한 차주에겐 연 9%, 30일 이상 연체하는 차주에겐 3~5%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신용회복위원회와 동일하게 30일 이상 90일 미만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설명에도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금융사 관계자들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참석자는 “금융위에서 정책을 홍보할 때 감면율에 초점이 맞춰져 실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3년이란 기간이 너무 길어 실제로 그 기간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피해자임을 확신할 수 있냐”고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