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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팔지 않을게” 카카오, 모빌리티 품고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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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카카오 무지와 콘

카카오 무지와 콘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 2대 주주로 내려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카모와의 ‘동반성장’을 모색하기로 했다. 매각설이 불거진 지 65일 만의 결정이다.

18일 카카오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이하 CAC)는 카모 주주 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모 노사가 도출한 사회적 상생 의지를 존중하고, 이를 구체화해 실행해 나가는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는 자회사 카모 보유 지분 57.55% 가운데 일부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해, 1대 주주에서 2대 주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임직원들의 거센 반발로 내홍을 겪었다.

매각 계획은 접었지만, 득실을 따져보면 카카오도 얻은 게 있다. 매각설이 흘러나오자 카모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던 택시·대리업계서 먼저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익 추구를 최우선에 두는 사모펀드보다는 카카오가 카모의 운전대를 잡아야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는 카모의 잠재력을 재확인했다. 한 예로 카모 매각설이 불거지자 카카오 안팎에서는 ‘죽 쒀서 개 준다’는 평가들이 새어 나왔다. 카모는 가입자 3100만명, 누적투자금 1조1114억원을 기록한 국내 1위 모빌리티 기업인 데다, 택시·대리 외에도 물류·자율주행·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각종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 중이다. 여기에 카모는 지난 2020년 영업손실 129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12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설립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다. 증시 악화로 카모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틀어지면서 카카오도 지분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됐지만, 기업가치를 올릴 재료들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물론 카카오가 잃은 것도 있다. 구성원들의 신뢰다. 매각이 논의되던 당시 CAC는 카모 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메신저 회사와 택시회사는 결이 다르다”면서 카카오가 빠지는 게 카모의 성장에는 더 나은 결정이라고 딱 잘라 말해 내부 반발을 샀다. 카모 한 직원은 “이미 구성원들은 상처를 크게 받았다. 마음을 추스르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지만 더는 회사를 전적으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대내외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지분 매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설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카모의 노조 가입률은 80% 이상까지 치솟았다. 새 정부의 모빌리티 규제 완화 기조도 매각 계획을 접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급한 불은 껐지만 카모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CAC에 따르면 카모는 혁신·성장·동반·공유 4개 아젠다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과 지속적인 성장, 혁신을 이뤄내는 게 목표다.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상생·성장을 둘 다 잡는 묘수를 짜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카모는 가맹택시·대리 등 일부 사업에서만 수익이 나오고 있다.

한편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을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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