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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축구 7부서 K리그 1부로…‘축구 미생’ 김범수의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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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동호인 리그인 7부리그 동두천 시티즌 출신으로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공격수 김범수는 잉글랜드 8부리그 출신으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가 롤 모델이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동호인 리그인 7부리그 동두천 시티즌 출신으로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공격수 김범수는 잉글랜드 8부리그 출신으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가 롤 모델이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올 시즌 프로축구에 ‘한국판 제이미 바디’로 불리는 선수가 등장했다. 조기축구 무명 선수로 시작해 4부 리그를 거친 뒤 국내 최고 무대인 K리그1(1부 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공격수 김범수(22)다. 잉글랜드 8부 리그 출신이었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과 우승을 차지한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와 똑닮았다. 최근 만난 김범수는 “팀과 리그에 적응을 끝냈다. 지금부터 진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제이미 바디

제이미 바디

김범수의 축구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대학 진학과 프로 입단에 실패한 그는 2019년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육군 제6군단 예하 제5기갑여단에서 보병으로 복무하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그는 장갑차를 타고 훈련하면서도 프로 선수의 꿈을 놓지 않았다. 일과가 끝난 뒤 혼자 연병장에 나가서 공을 찼다. 선수들이 뛰는 잔디 경기장과는 거리가 먼 흙바닥 운동장이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김범수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축구 인생을 접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축구가 너무 좋았다. 힘든 군 생활 중에도 ‘전역 후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2021년 4월 전역하자마자 그는 다시 축구를 시작했다. 동호인 리그인 7부 리그 팀 동두천 시티즌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축구 미생(未生)’ 김범수는 언젠가는 ‘완생’이 될 것을 다짐했다. 이후 4부 리그 서울중랑축구단으로 올라갔다. 그는 그곳에도 돋보였다. 키는 1m74㎝로 크지 않은 편이지만, 주 무기인 빠른 돌파와 과감한 드리블은 프로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끌었다. 순간 스피드 최고 시속이 34.4㎞나 된다. 이 정도면 K리그1에서도 정상급이다. 그의 재능은 제주 구단의 레이더망에 포착됐고, 지난 6월 입단 제안을 받으면서 프로 선수의 꿈이 이뤄졌다. 7부에서 1부까지 1년여 만에 올라가는 고속 승진이었다.

주민규

주민규

그가 제주에서 받기로 한 연봉은 3200만원이다. K리그 최저 수준이지만, 7부에서 무급, 4부에서 연봉 600만원을 받았던 그에겐 ‘대박’이나 다름없는 인상이다. 김범수는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주민규, 윤빛가람, 구자철 등 TV 중계에서만 보던 스타들과 함께 뛰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어머니가 많이 우셨다. 저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김범수는 제주에서도 빠르게 적응했다. 지난달 2일 K리그1 19라운드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제주에 입단한 지 3경기 만이다. 이후 남기일 제주 감독의 지시에 따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8경기에 나섰다. 김범수는 “기적의 스토리가 K리그1 팀 입성으로 끝나는 건 싫다. 공격수로 뛰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것이 팀에 보탬이 되는 길이다. 더 많은 골과 득점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올 시즌 리그 득점 선두(14골)를 달리는 주민규는 김범수의 멘토이자 ‘믿는 구석’이다. 주민규 역시 ‘축구 흙수저’ 출신이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2013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탈락했던 주민규는 연봉 2000만 원에 당시 2부 고양HiFC(해체)의 연습생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포기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 결과 그는 결국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김범수는 “연습생 성공 신화를 쓴 민규 형이 먼저 말을 걸어 준다. ‘지금 어떤 기분인 줄 안다’면서 격려도 해준다”고 말했다.

김범수의 꿈은 ‘한국판 제이미 바디’다. 그는 “전체 시즌을 뛸 수 있다면 공격 포인트 10개를 목표로 했을 텐데 후반기부터 합류했으니 공격 포인트 5개에 도전하겠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반드시 잡고, 그라운드에서 내 꿈을 이루고 싶다”며 “제이미 바디처럼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서 성공한 축구 미생이 되고 싶다. 실력을 인정받아 억대 연봉을 받아 효도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그라운드에서 좌절했던 많은 선수가 나를 보고 다시 뛸 수 있길 바란다.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불사르면 아마추어로 시작해도 프로가 될 수 있다. 기적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범수

생년월일: 2000년 4월 8일
체격: 1m74㎝, 67㎏
소속: 7부 동두천 씨티즌(2021년)-4부 서울중랑축구단(21~22년)-1부 제주 유나이티드(22년 6월~)
포지션: 측면 공격수
별명: 한국판 제이미 바디
2022시즌: 8경기 1골
연봉 변화: 동두천 씨티즌 무급-서울중랑축구단 600만원-제주 유나이티드 3200만원
병역: 육군 병장 만기 전역
롤모델: 주민규
플레이스타일: 스피드, 드리블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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