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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카카오, 모빌리티 품고 간다..."사모펀드 싫고, 카카오T 아깝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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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 지분을 팔지 않기로 했다. 말많고 탈도 많았지만 직접 키운 카모의 최대주주로서 ‘동반성장’을 계속 모색하기로 했다. 매각설이 외부로 알려진지 65일 만의 결정이다.

무슨 일이야

18일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이하 CAC)는 카모 주주 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모 노사가 도출한 사회적 상생 의지를 존중하겠다며 향후 실행 과정을 지원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카카오는 자회사 카모 보유 지분 57.55% 가운데 일부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해, 1대 주주에서 2대 주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소식에 카모 임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내홍을 겪었다.

이게 왜 중요해

① 일보 전진 위한 반보 후퇴: 매각 계획은 접었지만, 득실을 따져보면 카카오도 얻은 게 있다. 매각설이 흘러나오자 카모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던 택시·대리업계서 먼저 우려가 나왔기 때문. 이익 추구를 최우선에 두는 사모펀드보다는 카카오가 카모의 운전대를 잡아야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대주주가 되면 생태계 종사자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 논리를 들이댈 거란 시각이 많았다”며 “카카오가 하도 욕을 먹어 (카모를) 팔려고 한 건데, 이 방법 조차도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것이니 앞으로 카모에 대한 비난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카카오로선 카모 사태를 계기로 자회사들의 돌출 행동을 더 수월하게 제어할 명분을 챙긴 면도 있다. 지난해 카카오는 카모의 무리한 수익화 시도(스마트호출료 인상)로 그룹 전체가 ‘플랫폼 갑질 기업’이란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결국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이 글로벌·혁신기술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카모처럼 내수 중심 사업이 매각 검토 대상에 올랐다.

② 갈등의 씨앗 : 카카오가 잃은 것도 있다. 구성원들의 신뢰다. 사모펀드와 매각이 논의되던 당시 CAC는 카모 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메신저 회사와 택시회사는 결이 다르다”면서 카카오가 빠지는 게 카모의 성장에는 더 나은 결정이라고 딱 잘라 말해 내부 반발을 샀다. 카모의 한 직원은 “이미 구성원들은 상처를 크게 받았다. 마음을 추스리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지만 더는 회사를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카오 공동체센터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국민들의 이동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성장과 혁신을 함께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정민 기자

카카오 공동체센터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국민들의 이동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성장과 혁신을 함께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정민 기자

안 파는 이유는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대내외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지분 매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설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카모의 노조 가입률은 80% 이상까지 치솟았다. 새 정부의 모빌리티 규제 완화 기조도 매각 계획을 접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PE는 싫다“는 인재들: 기술 기업은 사람, 특히 개발 역량이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카모 개발자를 비롯한 전 직원이 새주인 후보 사모펀드를 강하게 거부했다. 장기적인 기술 투자보다 단기 수익성 제고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이란 우려였다. 인수후 기업가치를 빠르게 올려 되파는 게 사모펀드의 이익 창출 방식이기 때문.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테크기업 특성상 사람이 빠져나가면 존속할 수 없다”며 “사람이 전부인 회사에서 직원들이 반대하는 매수자에게 지분을 매각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카카오T의 재평가: 카카오는 카모 매각 시도를 계기로 모빌리티 플랫폼의 잠재력을 재확인했다. 이번에 카카오 안팎에서는 ‘죽 쒀서 개 준다’는 평가들이 새어 나왔다. 카모는 가입자 3100만명, 택시 호출 90%를 점유한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카카오T)을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모를 팔면 독점 수준의 1등 플랫폼을 카카오가 다시 갖기는 어려울 것이란 아쉬움도 컸다. 게다가 카모는 물류·자율주행·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각종 미래 모빌리티 사업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다. 재무적으로도 개선되고 있었다. 2020년엔 영업손실 129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엔 설립후 첫 흑자(영업이익 126억원)를 기록했다. 카카오의 자회사 쪼개기 상장이 비난 받고, 증시 상황도 나빠지면서 카모 기업공개(IPO) 일정이 틀어지긴 했지만, 기업가치를 올릴 재료들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게다가 최근 ‘택시대란’으로 정부의 모빌리티 규제 완화 가능성도 커졌다. 국토부가 택시난 해결책으로 수요·공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탄력요금제를 검토한다고 밝히는 등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다. 꼭 지금 팔지 않아도 훗날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앞으로는

급한 불은 껐지만 카모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CAC에 따르면 카모는 혁신·성장·동반·공유 4개 아젠다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과 지속적인 성장, 혁신을 이뤄내기로 했다.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생·성장을 둘 다 잡는 묘수를 찾기가 쉽진 않다.현재 카모는 가맹택시·대리 등 일부 사업에서만 수익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 본사는 카모가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상생에 집중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이날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CAC는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혁신에 기반해 교통 문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을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사 중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일부 투자자는 지분 매각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카카오 본사에 남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당분간은 상장이나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