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 들고 강남 한복판 막은 화물연대…"경찰은 손 놓았나" 분통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18:08

업데이트 2022.08.18 20:41

하이트진로에서 고공농성을 펼치고 있는 화물노동자들이 18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고공농성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하이트진로에서 고공농성을 펼치고 있는 화물노동자들이 18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고공농성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 영동대로 편도 7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점거한 뒤 연단에 오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관계자는 “악랄한 자본주의 상대는 몽둥이가 약”이라며 "강남 한복판 옥상 광고판을 (우리가) 점령했다"고 소리쳤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하이트진로 건물 옥상에 있는 광고판 밖으로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의 다리가 보였다. 옥상을 점거한 이들은 사흘째 아슬아슬한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운임 15년째 그대로” 몸에 줄 묶고 광고판 올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하이트진로 측에 손해배상소송 철회와 해고자 복직,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약 900명(주최 측 추산)의 조합원이 참석한 이 날 집회에서 이들은 “집단해고 손배소송 하이트 자본 박살 내자” “노조파괴 비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와 같은 구호를 연신 외쳤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매년 상승하고 있지만, 화물노동자 운임은 15년째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화물연대 조합원 약 70여명은 지난 16일 오전 6시쯤부터 하이트진로 본사 1층과 옥상을 점거한 뒤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 중 10여명은 옥상으로 올라가 문을 걸어 잠그고 지상에 있는 조합원들로부터 라면·밥 등 음식과 물을 공급받으면서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옥상에 설치된 광고판 위까지 올라간 3명은 “무더운 날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도 목숨을 걸고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지상에 있는 조합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들의 발아래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m 높이의 에어 매트가 깔렸다. 경찰은 이날 기존 배치했던 기동대 4개 부대(240여명)에 6개 부대(360여명)를 추가 투입했다.

꽉 막힌 영동대로…시민 불편

18일 오후 2시30분쯤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주변 도로가 꽉 막힌 상태다. 사진 채혜선 기자

18일 오후 2시30분쯤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주변 도로가 꽉 막힌 상태다. 사진 채혜선 기자

강남 한복판 도로를 점령한 이 날 집회로 일대 교통 혼잡이 발생하면서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경찰이 하이트진로 쪽 4개 차로를 막고 교통을 통제하면서다. 주변 도로 곳곳엔 경찰 기동대 버스 30여대와 민주노총 승합차 등이 주차돼 혼란을 가중했다. 이날 영동대로를 차로 지났다는 40대 이모씨는 “평소라면 1분도 안 걸리는 500m 거리를 이동하는데 20분 넘게 걸렸다. 영문도 모르고 일정에 늦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회사 인근에 산다는 20대 주민 A씨는 “노조원보다 경찰 숫자가 훨씬 더 많은 거 같은데 소음 등 주민 불편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고공농성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고공농성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이트진로 직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본사를 점거한 조합원들이 시너와 같은 위험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직원 사이에서는 “250여명이 일하는 본사가 무단 점거됐는데 직원을 그냥 들여보내도 되느냐” “위험 사태를 대비해 시너라도 먼저 압수했어야 한다” 등의 불만이 나온다. 한 직원은 “시너 등으로 협박하면서 공권력을 농락하는 상황인데 왜 경찰은 손 놓고 있느냐”고 말했다. 이 회사 내부에선 “경찰이 들어오면 더 위험해진다”와 같은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경찰은 최악의 사태를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사 점거 후 노사는 매일 오전 인근 지구대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이날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때문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이트진로 본사 무단 점거 사태와 관련해 이미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경찰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자진 퇴거를 지속해서 설득하고 있다”며 “재물손괴 등 불법 행위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