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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수사 당했는데 웃는다? 이틀만에 26억 쓸어모은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까. 지난 8일 FBI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별장을 압수수색한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위원회(PAC)인 ‘세이브 아메리카’에 이틀 동안 200만 달러(약 26억 3940만원)가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전 대통령 관계자들은 WP에 “8일 이후 이틀 동안 각각 100만달러를 모은 뒤, 하루 평균 후원금 규모가 기존 2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급증했다”며 “기부자 수와 1인당 기부액수 모두 늘었다”고 말했다.

WP는 “후원금 급증은 미 법무부의 수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구체적 신호”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FBI가 매우 적절한 시점에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여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퇴임 후 결성한 ‘세이브 아메리카’(미국을 구하자)라는 후원단체를 통해 정치 자금을 모으고 있다. 사진 세이브 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는 퇴임 후 결성한 ‘세이브 아메리카’(미국을 구하자)라는 후원단체를 통해 정치 자금을 모으고 있다. 사진 세이브 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일찌감치 세이브 아메리카를 만들고 차기 대선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후원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 들었다. 2021년 상반기 5600만 달러이던 후원금 모금액은 하반기 5100만달러가 됐고, 올해 상반기엔 3600만 달러로 지난해 1월 대통령 퇴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모금액(4500만달러)보다 적었다.

FBI 압수수색은 반전의 계기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압수수색 직후 100통 이상의 e메일을 지지자들에게 보내 후원을 호소했다. 그는 호소 메일에서 “그들이 내 집을 침입했다”거나 “그들이 당신을 추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과 나를 다시 멈춰 세우려 한다” “정치 박해, 마녀사냥은 폭로되고 중단돼야만 한다”는 등의 내용도 있다. 제시카 볼드윈 필리피 포드햄대 교수는 “트럼프에겐 분노에 따라 움직이는 헌신적인 지지자들이 있다”며 “자신이 위협을 당하는 상황은 트럼프에겐 큰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FBI의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FBI의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FBI의 압수수색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도 높아지고 있다. 폴리티코가 모닝컨설트에 의뢰한 조사에서 공화당 성향의 응답자 중 57%는 오늘 대선이 당장 치러진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조사(53%)보다 높아졌다. 반면 같은 질문에 대한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은 6% 포인트 하락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FBI의 압수수색에 대한 보수층의 항의가 공화당 유권자들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악력을 공고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의 당내 경쟁자들의 길을 효과적으로 무디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소속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당 지지층에서는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가 ‘FBI는 부패했다’고 간주하고 트럼프가 박해당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가 유지되면, 당에서 트럼프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미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한 뒤 별장 앞을 지키는 경찰 차량. UPI=연합뉴스

지난 8일 미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한 뒤 별장 앞을 지키는 경찰 차량. UPI=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FBI가 마러라고 별장을 압수수색할 당시 촬영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공개하는 걸 검토 중이다. CNN은 “트럼프의 일부 측근들은 CCTV 영상 공개를 트럼프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영상 공개가 공화당 내 지지기반을 단단히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영상을 통해 FBI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탄압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보수층이 트럼프 전 대통령 중심으로 더욱 뭉칠 거라는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직전 CCTV 영상을 정치 광고 형식으로 만들어 대중에 공개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상 공개로 인한 역풍도 우려한다. FBI 요원이 압수물품을 가져가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트럼프=범죄자’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어서다. CNN은 “트럼프의 변호사가 FBI의 압수수색 영장에 순순히 서명하는 장면이 공개되면 FBI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타이 콥은 “영상은 공개되면 위력을 잃는다”며 “트럼프는 영상의 존재를 (정치적)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실제론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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