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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린 스님은 3명이었다"…강남 한복판 집단폭행 전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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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의 종단 선거 개입 등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던 박정규 조계종 민주노조 기획홍보부장에게 한 승려(왼쪽 두번째)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의 종단 선거 개입 등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던 박정규 조계종 민주노조 기획홍보부장에게 한 승려(왼쪽 두번째)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 승려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박정규 조계종 민주노조 기획홍보부장이 가해 승려들을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박씨는 승려 3명이 폭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18일 불교계에 따르면 박씨는 고소장에서 “지난 14일 봉은사 주차장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사찰 정문을 나가던 중 한 스님이 피켓을 빼앗았고, 신원을 알지 못하는 스님과 함께 자신을 일주문 밖으로 밀쳐냈다”며 “이후 내 얼굴을 2∼3회 때리는 등 구타했다”고 밝혔다.

또 “봉은사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승려 2명이 자신을 폭행하고 인분을 뿌렸으며, 신원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승려도 바닥에 쓰러진 자신을 때렸다”고 했다.

현재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박씨는 고소장을 전날 서울 강남경찰서에 등기로 송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민주노조도 이날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고소장을 제출해 폭행 가담 승려들에 대한 조사 및 징계를 요구했다.

앞서 지난 14일 연합뉴스는 서울 강남구 봉은사 일주문 근처에서 승려들이 박씨를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모자를 쓴 승려 1명이 손으로 박씨를 때리려는 자세를 취하자 경찰관이 제지에 나섰고, 이때 뒤편에 있던 다른 승려 1명이 주변 경찰관을 뿌리치고서 앞으로 뛰쳐나와 오른팔로 박씨 머리를 바닥으로 찍어 내렸다.

이 승려는 박씨 머리와 얼굴을 누른 채 바닥으로 끌고 가다가 경찰관 여러 명의 제지를 받고 물러났다. 그는 경찰에 의해 뒤로 빠지는 과정에서 박씨를 향해 욕설하기도 했다.

이어 경찰이 이 승려와 박씨를 분리해 상황이 종료되는 듯했으나, 처음에 폭행을 시도했던 승려가 다시 앞으로 튀어나와 인도에 누워있던 박씨에게 발길질을 가했다.

결국 경찰관들이 가해 승려들을 일주문 쪽으로 강제로 데려가고서야 상황은 끝이 났다.

연합뉴스가 공개한 사진에는 폭력을 행사한 승려 중 1명이 봉은사 앞 도로 위에서 한 손으로 박씨를 붙잡은 채 플라스틱 양동이에 든 오물을 붓는 모습도 담겼다.

지목된 가해자 중 한 명인 A 스님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16일 서면으로 사죄의 뜻을 밝혔다.

A 스님은 봉은사를 통해 낸 참회문에서 “박씨의 신체에 물리적으로 위해를 가했던 행동에 대해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출가수행자로서 결단코 해서는 안 되는 언행이기에, 제아무리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하더라도 두고두고 사죄와 참회가 마땅한 과실”이라며 “엄한 책임에 따를 것이며, 앞으로 자숙과 큰 경책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봉은사 측도 이날 참회문을 전하는 보도자료에서 “봉은사는 당 사찰 소속 교역직 종무원이 연루된 물리적 행위에 대해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이런 행위로 사회적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봉은사는 후속 조치를 이행할 것을 밝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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