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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 소주병 맞히려 그 자리 골랐다"…40대 징역1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진 4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임동한 부장판사)는 18일 대국민 인사말을 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진 혐의(특수상해미수)로 구속기소 된 이모(47)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3월 24일 낮 12시18분쯤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졌다. 소주병은 박 전 대통령 인근 3m 거리에 떨어졌다. 파편이 그의 1m 앞까지 튀었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4일 낮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마련된 사저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던 도중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던진 소주병이 깨지자 경호원들이 몰려들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4일 낮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마련된 사저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던 도중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던진 소주병이 깨지자 경호원들이 몰려들고 있다. 송봉근 기자

현장에서 체포된 이씨의 가방에서는 철제 펜스 등을 끊기 위해 준비한 쇠톱과 커터칼, 가위 등이 발견됐다.

이씨는 “소주병을 던진 사실은 인정하지만 ‘인민혁명당 사건’을 알리기 위해 벌인 일로 박 전 대통령을 소주병으로 맞히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은 ‘사법 살인’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 판결이다. 1974년 유신독재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중앙정보부가 날조한 인혁당 재건위원회 관련자 8명이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상고하자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체포된 직후 경찰 및 검찰 등 조사 단계에서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인정하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상해를 가하려 한 범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별다른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위치를 고른 것도 고의성이 있었던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원이 확인된 기자만 들어갈 수 있는 포토존에 몰래 들어갔다. 이곳은 박 전 대통령과 13.6m 떨어진 곳으로 관계자나 경호 인력을 제외하고는 가장 근접한 곳”이라며 “피고인의 행동이나 위치 등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피해자에게 소주병을 맞추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지난 3월 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 인사말을 하던 도중 소주병이 날아들어 경호원들이 잔해를 모아두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 인사말을 하던 도중 소주병이 날아들어 경호원들이 잔해를 모아두고 있다. 연합뉴스

또 “피고인 의도대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그로 인한 파급력이 매우 컸을 것이며, 피고인의 범행이 대중들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바람에 다수의 보안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며 “이전에 상해 등 처벌을 받은 전력이 다수 있음에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재범의 위험성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는 체포 직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사법 살인을 사과하지 않아서 화가 났다”며 “집에서 마시던 소주병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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