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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구한 건 약포" 옥중 이순신 살렸다…선조 움직인 이 상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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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광화문광장 개장을 앞두고 7월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이순신 장군 동상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세척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광화문광장 개장을 앞두고 7월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이순신 장군 동상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세척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597년 3월 선조는 거북선을 앞세워 여러 해전에서 연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을 잡아 오라고 한다. 이순신의 죄는 조정을 기만하고, 출격명령에 따라 왜군을 제때 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었다.

이때 당시 우의정인 약포 정탁이 나섰다. 그는 이순신을 구명하는 글을 올렸다. 정탁은 상소문을 통해 선조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이순신이 이룬 그간의 공적을 설명하고, 조정의 출격명령을 지키지 못한 것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정탁 상소문에는 '이순신의 죄는 사형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극히 엄중한 것이지만, 또다시 고문한다면 산다는 것을 보장하기 어려우니 고문을 감하여 목숨을 걸고 공을 세울 수 있도록 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상소문은 정탁이 고심해 수정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마지막 장엔 ‘만력이십오년삼월(萬曆二十五年三月)’ 이라고 적혀 있다. 즉 1597년 3월 상소문 초고의 작성이 이뤄졌다는 것을 짐작게 한다.

간곡하게 구명을 호소한 그의 상소문은 결국 선조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렇게 모함으로 옥중에서 온갖 고초를 겪던 이순신은 풀려날 수 있었고, 이후 백의종군했다. 이순신은 훗날 "나를 추천한 이는 서애(유성룡)요, 나를 구해준 이는 약포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약포 정탁의 상소문 '논구이순신차(論救李舜臣箚)'의 필사 초고본을 엮어 놓은 『선현유적(先賢遺蹟)』. 예천군은 최근 문화재청에 국가 보물 관련 신청 절차를 마치고, 최종 보물 지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경북 예천군

약포 정탁의 상소문 '논구이순신차(論救李舜臣箚)'의 필사 초고본을 엮어 놓은 『선현유적(先賢遺蹟)』. 예천군은 최근 문화재청에 국가 보물 관련 신청 절차를 마치고, 최종 보물 지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경북 예천군

경북 예천군은 18일 "옥중의 이순신을 구명한 지역 대표 충신인 약포 정탁의 상소문 '논구이순신차(論救李舜臣箚)'의 필사 초고본을 엮어 놓은 『선현유적(先賢遺蹟)』의 국가 보물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문화재청에 국가 보물 관련 신청 절차를 마치고, 최종 보물 지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선현유적』은 그동안 경북 예천군 고평에 있는 약포 가문에서 보관하다가, 지난해 2월 예천박물관에 맡겨졌다. 조영호 예천박물관팀 담당은 "선현유적이 필사 초고본으로만 묶인 작은 책자여서 그간 교지 등 다른 보물에 비해 관심이 떨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을 구명한 글의 초고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볼 때 국가 보물로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약포 정탁의 상소문 '논구이순신차(論救李舜臣箚)'의 필사 초고본을 엮어 놓은 『선현유적(先賢遺蹟)』. 예천군은 최근 문화재청에 국가 보물 관련 신청 절차를 마치고, 최종 보물 지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경북 예천군

약포 정탁의 상소문 '논구이순신차(論救李舜臣箚)'의 필사 초고본을 엮어 놓은 『선현유적(先賢遺蹟)』. 예천군은 최근 문화재청에 국가 보물 관련 신청 절차를 마치고, 최종 보물 지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경북 예천군

예천박물관은 오는 10월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임진왜란 430주년 기획전에 『선현유적』을 전시할 예정이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지역 충신인 약포 정탁 선생이 목숨을 걸고 이순신을 구하고자 했던 것이 지금의 이순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며 “이러한 우국충정 정신문화가 있어 예천이 충효의 고장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천박물관은 보물 268점을 포함해 모두 2만 2000여 점 유물을 확보, 국내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보물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개관 후 지금까지 ‘금곡서당창립문’을 비롯해 8건 14점의 문화재를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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