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 주고 산부인과 사 온 틱톡의 바이트댄스,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07:30

업데이트 2022.08.18 08:57

일론 머스크에 이어 장이밍도…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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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字節跳動·ByteDance)가 100억 위안(약 1조 9000억 원)을 들여 기업형 산부인과 병원을 사들였다. 중국의 한 매체는 해당 소식을 전하며 “일론 머스크에 이어 장이밍(張一鳴·틱톡 창업자)도 출산 대업에 기여하게 됐다”고 평했다.

바이트댄스가 사들인 기업은 메이중이허의료집단(美中宜和醫療集團·amcare, 이하 ‘앰케어’)다.

사진 hzamcare.com

사진 hzamcare.com

앰케어는 2006년에 설립돼 베이징에 본사를 둔 프리미엄 사설 의료기관이다. 산과에서 시작해 현재는 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산후조리, 보조 생식, 메디컬 뷰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앰케어는 총 7개의 부인과 병원과 2개의 종합 외래진료센터, 5개의 산후조리원을 갖추고 있으며,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와 창장삼각주(長三角, 상하이-장쑤-저장-안후이), 주장삼각주(珠三角, 광둥 일대 9개 도시)를 주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톈옌차

사진 톈옌차

앰케어는 바이트댄스의 의료 자회사 샤오허헬스(小荷健康)와 샤오허헬스 산하의 샤오허홍콩(小荷香港)이 지난해 9월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리면서, 지난달 최종적으로 바이트댄스 생태계에 편입됐다. 현재 샤오허헬스와 샤오허홍콩이 보유한 앰케어의 지분율은 각각 30.47%와 69.53%로, 합치면 100%가 된다.

바이트댄스는 앰케어 완전히 손에 넣기 위해 100억 위안(약 1조 9천억 원)을 쏟아부었다고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앰케어의 기업가치가 100억 위안을 크게 밑돈다며, 바이트댄스가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앰케어를 사들였다고 평가했다.

장이밍은 왜 그렇게 비싼 가격에 앰케어를 인수했을까? 그가 꿰뚫어 본 앰케어의 가치는 무엇일까?

바이트댄스가 2조 원 주고 산 앰케어, 어떤 기업?

앰케어의 이야기는 해외 유학파 여성 박사 후란(胡澜)으로부터 시작된다.

앰케어 창업자 겸 CEO 후란(胡?) .사진 신랑차이징

앰케어 창업자 겸 CEO 후란(胡?) .사진 신랑차이징

후란은 베이징대 의학원(옛 베이징대 의대)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시에 그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기도 했다. 학업을 마친 후란은 2002년 월가의 유명 투자은행인 JP 모건 체이스에서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2005년 중국으로 귀국해 의학과 투자 배경을 바탕으로 앰케어를 창업했다.

후란은 귀국 후 국내에 공공의료 자원이 부족하고, 고품질 맞춤형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예리하게 파악했다. 시장의 기회를 포착한 그는 해외의 선진 의료 서비스 이념과 관리 모델을 도입해 전문 사설 의료기관을 세웠다.

사진 앰케어

사진 앰케어

그는 기술 장벽이 높은 뇌와 심장 등을 피해 산부인과에서부터 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5년간 앰케어는 7만 명 이상의 신생아 출생을 돕고, 50만 가구 이상에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앰케어의 의료 서비스 가격은 출산 7만 위안(약 1300만 원), 산후조리 10만~20만 위안(약 1900~ 3800만 원) 선으로 높은 편이지만,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의 상류층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2020년 앰케어의 연 매출은 대략 20억 위안(약 3875억 원)으로, 산부인과 사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비장의 무기는 난임 치료?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 등 중국 매체는 바이트댄스가 앰케어의 산부인과 중에서도 보조 생식 분야를 눈여겨봤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세 자녀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난임∙불임 등의 문제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으며, 해결책으로 보조 생식 분야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앰케어의 보조생식 기술. 왼쪽부터 다낭성 난소 천공술, 인공수정술, 시험관 아기시술. 사진 앰케어

앰케어의 보조생식 기술. 왼쪽부터 다낭성 난소 천공술, 인공수정술, 시험관 아기시술. 사진 앰케어

앰케어는 일찍이 2016년부터 보조 생식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생식건강사업부를 신설해 본격적으로 보조 생식 사업의 판을 키웠다. 또한, 2020년에는 베이징 바오다오(寶島) 산부인과 병원을 인수해 베이징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

지난해 5월 기준 베이징에는 12곳의 보조 생식 시술 기관이 존재하며, 이 중 9곳은 공공 의료기관이다. 베이징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보조 생식 시술 기관은 3곳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중국은 보조 생식 시술에 관한 비준이 까다롭고, 비준 이후에도 무작위 검사를 통해 기준 미달 기관의 자격을 취소하는 등 엄격한 관리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보조 생식 시장의 신규진입이 쉽지 않으며 그만큼 경쟁 또한 덜 치열하다. 시장에 일찍 진출해 사업 성숙도를 높인 앰케어가 우위를 갖게 되는 이유다.

반대로 시장의 성장 공간은 크다.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23년 중국의 보조 생식 서비스 침투율이 9.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유럽(33%)과 미국(36%)의 1/3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중국의 보조 생식 시장은 미래 성장 공간과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앰케어는 아직 회사의 보조 생식 사업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를 밑돌고 있으나, 앞으로 5년 안에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한편, 바이트댄스와 앰케어의 중복된 고객층도 양사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숏폼 콘텐츠 돌풍을 일으킨 바이트댄스 자회사 틱톡은 주 이용자가 19~40세 여성으로, 앰케어가 서비스하는 가임기 여성 고객층과 맞닿아 있다.

앰케어는 바이트댄스 생태계에 편입된 이후, 틱톡 등을 통해 브랜드 홍보 및 신규 고객 유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즈후

사진 즈후

중국에서 IT 기업이 의료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더는 놀랍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의료업계에 디지털 전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알리바바, 텐센트, 핀둬둬 등 대기업들이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

바이트댄스는 2년 전에야 뒤늦게 ‘샤오허의료(小荷)’라는 원격 의료 서비스 앱을 출시하며 선발 주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작이 늦은 만큼, 바이트댄스는 현재 맹렬한 기세로 중국의 의료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이트댄스는 의료서비스의 온∙오프라인 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샤오허의료를 출시한 같은 해, 바이트댄스는 내과, 외과, 치과, 피부과 등을 아우르는 오프라인 진료소 ‘파인콘클리닉(松果門診∙Pinecone clinic)’를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온∙오프라인 진료소를 모두 갖춘 정신건강 의료 플랫폼 '하오신칭(好心情)’을 인수했다. 그리고 올해, 바이트댄스는 오프라인 산부인과 병원까지 손에 넣었다.

본래 산과에서 출발한 앰케어는 점차 더 많은 의료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 창업자 후란(胡瀾)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미래에는 앰케어가 여성과 영유아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까지 챙기는, 온 가족의 출생부터 양로까지 전 생애 주기를 책임지는 의료 서비스 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 서비스의 온∙오프라인 통합을 노리는 바이트댄스와 산과에서 출발해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앰케어. 이 둘이 만나 2조 원을 능가하는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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