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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게임 잘 만들어도 주가 안뜨는 이유, 카카오게임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카카오게임즈를 먹여 살린 게임 '오딘'. 카카오게임즈

지난해 카카오게임즈를 먹여 살린 게임 '오딘'. 카카오게임즈

올해 들어 게임주 전반의 주가는 크게 부진했습니다. 게임주는 미래 성장성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대표적인 성장주. 이런 종목은 금리 인상기에 주가가 오르기 어렵습니다. 사업 자체가 은행처럼 안정적으로 현금을 벌기보다, 신작 게임을 출시해 대박이 터져야 큰 돈을 만질 수 있죠. 경제에 겨울이 오면 상대적으로 더 춥게 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 엔씨소프트·넷마블·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대표 게임주에 투자하는 'KODEX 게임산업 ETF(상장지수펀드)' 가격은 올해 들어 44%(16일 기준) 추락했습니다.

여전히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긴 터널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죠? 긴축 강도가 차츰 누그러지면 다시 게임주가 고개를 들 수 있을지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구독자께 의뢰받은 종목, 바로 카카오게임즈입니다.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게임산업 구조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아파트 공사를 할 때도 건설 일감과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시행사가 있고,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가 있죠. 게임 산업에선 퍼블리셔가 시행사, 개발사가 시공사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앱마켓을 거쳐 게이머들의 스마트폰에 깔리게 되죠. 보통 앱마켓이 매출액의 30% 정도를 떼가고, 나머지는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나눕니다. 나누는 비율은 통상 6대 4 정도.

게임 수익의 30%는 구글 앱마켓이 떼간다. 나머지는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몫. 셔터스톡

게임 수익의 30%는 구글 앱마켓이 떼간다. 나머지는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몫. 셔터스톡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한 회사라면, 앱마켓에 지급한 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모두 가져갈 수 있으니 유리하겠죠? 그래서 대형 게임사들은 유망한 개발사 지분을 인수해 수직계열화 합니다. 카카오게임즈도 그렇지요. 작년 6월 출시해 앱마켓 매출 1위에 오른 게임 '오딘'은 카카오게임즈의 대표적이지만, 실제 개발은 계열사로 편입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담당했죠.

카카오게임즈 주가 흐름은 작년 6월 '오딘' 출시 이후 급등해 그해 11월 고점(11만6000원)을 찍고 하락했습니다. 금리 상승이란 거시 변수에다 '오딘' 이후 신작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절반 가까이(49%) 내렸죠.

하지만 올해 6월 기다렸던 신작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가 출시 한 달 여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1위로 오르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기존 작품 '오딘'도 대만에서 선전한 덕분에 올 2분기에는 시장이 만족할만한 2분기 실적을 냈습니다. 2분기 영업이익만 전년동기 대비 900.2% 오른 810억원.

6월 20일 출시한 육성 시뮬레이션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카카오게임즈

6월 20일 출시한 육성 시뮬레이션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카카오게임즈

증권가에선 올 2분기 실적과 하반기 신작 기대감이 하반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하반기에는 롤플레잉 게임 에버소울과 생존 1인층 슈팅 게임(FPS) 디스테라, 다중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엑스엘게임즈 신작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죠. 기존 작품과 신작들이 실적을 커버해주고, 긴축 강도 완화로 거시 경제 분위기도 받쳐주면 주가에도 희망이 생길 여지가 있습니다.

드라마·영화제작사에 투자할 때 작품이 흥행할지를 봐야 하는 것처럼, 게임 회사도 속속 발표하는 신작 게임의 흥행 여부를 살피는 건 게임주 투자의 기본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확 와 닿게 되죠.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게임 회사는 제조업체처럼 넓은 토지나 공장, 기계 장치와 같은 유형자산들이 필요 없습니다. 사무실과 컴퓨터만 있으면 생산물이 나오죠. 다만 이 생산물들은 사람의 머리에서 창조된 지적 재산들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들이 많습니다. 게임 개발에 쓴 돈 일부는 신약 개발 업체처럼 '개발비 자산'으로 갖게 되고, 완성된 게임의 판매 권한인 판권도 자산으로 인식했다가 게임 출시 이후 조금씩 비용 처리(상각)합니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개발사를 인수해 수직계열화하는 형태로 경영하다 보니, '영업권'이란 무형자산이 많습니다. 영업권이란 브랜드 가치, 고객 네트워크, 충성도 높은 조직 문화 등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게 하는 무형자산을 말하죠. 이 자산은 어떤 기업을 웃돈 주고 인수했을 때 생깁니다. 기업 인수 전 실사로 파악한 가치(공정가치)는 100억원인데, 회사 브랜드와 조직력 같은 게 맘에 들어 130억원에 샀다면 웃돈에 해당하는 30억원이 영업권이 되는 거죠.

남이 갖지 못한 영업권은 성공의 지름길. 그러나 이 차별화 요소가 손상된다면? 셔터스톡

남이 갖지 못한 영업권은 성공의 지름길. 그러나 이 차별화 요소가 손상된다면? 셔터스톡

이 영업권은 웃돈 주고 인수한 기업의 실적이 별 볼 일 없으면 손상(손상차손) 된 것으로 평가합니다. 어제까지 자산이었던 게 갑자기 손실로 돌변할 수 있으니 주의! 카카오게임즈도 인수한 게임 개발사가 계속 혹평 일색의 게임을 만들어 적자를 내면 영업권에서 손실이 생깁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종속회사 엑스엘게임즈의 영업권 손상으로 241억원의 손실을 봤죠. 한 분기에 적게는 400억~8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이니,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카카오게임즈는 작년에만 영업권 자산이 1조417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3배 정도 늘었는데요. 이 때문에 개발 담당 종속회사들이 만든 게임이 얼마나 흥행할지, 이 회사 실적만이 아니라 딸린 종속회사들 실적은 어떨지도 잘 챙겨봐야 할 이유입니다. 개발사 적자가 커지면 영업권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카카오게임즈 주가 상승을 발목 잡는 또 다른 변수도 있습니다. 먼저 '오딘'의 개발사 라이온하트의 상장 이슈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온하트를 올해 안에 증시에 상장할 계획인데요. 라이온하트에 숟가락을 얹는 외부 주주가 늘면, 카카오게임즈가 가져갈 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전환사채(CB) 이슈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2020년 9월 코스닥에 상장한 뒤 반년 만에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요. 이게 2021년 3월부터 주식으로 전환될 수가 있습니다. 전환가격은 5만2100원이니, 주가가 이보다 많이 오르면 전환사채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으로 바꾸려 할 가능성이 커지죠. 시장에 나오는 주식수가 늘어나면 주가는 떨어지게 마련.

기업이 품고 있는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이슈는 개미가 놓쳐선 안될 이슈. 셔터스톡

기업이 품고 있는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이슈는 개미가 놓쳐선 안될 이슈. 셔터스톡

신작 게임 흥행 여부만 보고 투자하기에는 챙겨야 할 이슈가 많아 보입니다. 앤츠랩이 주목한 영업권 손상 여부, 라이온하트 상장,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 여부를 잘 살피면서 신중하게 투자를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물가와 금리가 또 어디로 튈지도 꼭 살펴야겠죠?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게임만 잘 만든다고 다 되는 게 아닌 듯

※이 기사는 8월1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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