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Parents 구독전용

“IQ 120이면 영재? 상술에 속지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06:00

만 6세 아들 윤성(가명)이를 키우는 양육자입니다. 저와 남편은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왔어요. 하지만 학창시절 수학은 저의 약점이었는데요, 슬프게도 윤성이가 제 머리를 닮은 것 같아요. 벌써 곱셈을 하는 또래 아이들도 있다는데, 윤성이는 두 자리 수 더하기도 헤맵니다. 반면 국어 실력은 높은 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책을 많이 읽혔거든요. 아이도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책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 같아요.
수학이 걱정돼 최근 한 영재원에서 웩슬러 아동지능검사(K-WISC-V 4판)를 받았어요. 우려했던 대로 이과적 영역인 시공간(토막짜기·퍼즐) 지표가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 103점이었는데, 100명 중 43번째라고 하더라고요. 유동추론(무게비교)와 작업기억(숫자) 영역도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진 못했고요. 이들 지표 때문에 전체 평균이 117점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5세 때 수학 학원을 보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힘들어 해서 6개월 만에 그만뒀습니다. 스트레스를 주면 수학을 아예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되더라고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습니다. 수학에 발목 잡혀선 안 되잖아요. 주변 선배 엄마들에게도 사고력 수학과 선행 학습 등에 대한 조언을 구했는데, 의견이 제각각이더라고요.
수학뿐 아니라 아이 교육 전반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아이 잠재력을 키워주려고 첼로와 수영, 축구 등을 가르쳤어요. 하지만 아이가 가기 싫어하면 바로 그만두게 했습니다. 억지로 시키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런 결정이 아이를 쉽게 포기하게 만든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수학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까요? 수학 공부를 즐기진 않을지라도 ‘수포자’가 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수학뿐 아니라 교육에 있어 혼란스러운 제게 조언을 좀 해주세요.

시공간을 비롯한 모든 지표가 평균 이상을 넘었는데, 이런 고민을 왜 하시나요? 영재원의 상술에 넘어가 불필요한 걱정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남은주(가명)씨의 사연을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능 검사는 정상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게 목적이라는 겁니다. IQ 지수가 100이 넘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고, 특별히 높게 나왔다고 영재로 판단할 근거도 없다는 게 신의진 교수의 얘깁니다.

신의진 교수는 남은주씨 교육법의 맹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며 이것저것 시키는 게 뇌 발달에 있어선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남은주씨와 신의진 교수의 상담은 지난 1일 줌을 통해 30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hello! Parents는 남은주씨의 동의를 얻어 상담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남은주씨처럼 아이의 지능검사 결과를 놓고 고민하고 계신가요? 뇌 발달에 좋은 교육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요? 이번 상담에 해답이 담겨있습니다.

영재원에서 지능검사 받은 아이

신) 제가 오늘 어떤 도움을 드리길 원하시나요?

남) 윤성이가 수학에 약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부모 머리가 나쁘지 않으니까 중간은 하겠지 싶다가도, 아이가 수학을 포기할까 봐 걱정돼요. 그래서 최근에 IQ 검사를 받았어요.
신) 어디서 받으셨나요?
남) 영재교육센터에서 웩슬러 지능검사를 했습니다.
신) 왜 병원이 아닌 영재교육센터에 가셨나요?
남) 맘카페에서 추천을 받았어요. 영재 학원까지 운영하는 곳인데, 이곳을 다니려면 우선 검사부터 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겸사겸사 이곳으로 갔죠.
신) 거기서 결과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남) 언어와 사회성 부문은 아주 잘 발달했다고 하더라고요. 언어 영역 중에선 언어이해만 지표가 조금 낮았고요. 수리 지표는 예상대로 낮게 나왔습니다.
신) 임상 심리학자가 결과에 대해 해석을 해준 건가요?
남) 네, 전 그렇게 알고 있었어요. 지표가 낮은 부문은 교육을 통해 보완하는 게 좋겠다고 했고요.
신) 제가 봤을 땐 해석해주신 분이 임상 심리학자가 아닌 것 같은데요.
남) 정말요?
신) ‘언어에 대한 지표 중 이해에 해당하는 부분이 11점으로 백분위 63이다’라고 적어주셨는데요. 백분위 63이면, 상위 37%라는 뜻이죠. 전반적으로 IQ 검사는 평균이 10점이에요. 이게 어떻게 지표가 낮다고 할 수 있나요? 또래 평균이 50%이니, 윤성이는 모든 지표가 또래보다 잘 나온 겁니다.
남)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위안이 되네요.

영재원서 지능 검사하면 점수 높게 나오는 까닭

신) 그런데 어머니, 전 애초 이 검사가 제대로 된 건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검사도 학원에 다니게 하기 위한 상술 같아요.
남)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신) IQ 검사로 영재를 판별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얘깁니다. IQ 검사는 미국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거든요. 지능이 많이 떨어지는 병사가 총을 쏘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정상 범주의 지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거예요. 평균적으로 100이 넘는다고 하면 정상 범주고요. IQ가 120이 넘으면 천재냐, 그렇게 볼 수 없어요. IQ 100과 70의 차이는 과학적으로 규명된 건데요. IQ 110과 120, 130의 차이는 아무도 모릅니다. 
남) 아, 그렇군요.
신) 영재원이 평가하는 웩슬러 검사가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 이유는 또 있어요. 영재원에서 검사한 뒤 제가 있는 대학병원인 세브란스에 와서 검사를 다시 하면 평균 20 정도 점수 차이가 나요. 보통은 영재원이 후하게 줍니다. 왜일까요? 어머니들 기분 좋게 만들어 학원 등록하게 하려고요. 반대로 짜게 줘서 어머니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죠. 일종의 상술인 겁니다.
남) 그것도 모르고, 언어이해가 낮게 나와 충격을 받았습니다.
신) 언어이해가 어떤 영역이냐면요, 사회성에 해당하는 부분이에요. 윤성이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사회화된 언어 영역이 약할 가능성이 있어요.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요, 상대적으로 좀 덜 발달한 것일 뿐이에요. 이것 때문에 충격받았다고 하시니, 제가 다 놀랄 지경입니다. 
남) 그럼 시공간 점수는 어떻게 보시나요? 다른 점수보다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라서요.
신) 시공간 103점이면 또래 평균은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게 다른 지표보단 좀 떨어지잖아요, 그럼 왜 그것만 유독 떨어지는지 분석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추가 분석을 하지 않았죠. 그러니 엉터리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남) 제가 IQ 검사를 한 후에 고민이 많았거든요. 다 부질없는 걱정이었네요.
신) 소아정신과가 있는 병원에 가서 다시 제대로 검사받으시길 바랍니다. IQ 검사는 1년 정도 간격을 두고 해야 해요. 검사를 기억하면 IQ 측정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에요.

점수 잘 받게 할 것인가 vs 즐기게 할 것인가

남) 그럼 수학은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까요? 아들이 저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됩니다.
신) 어머니는 수학이 약점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문제풀이에서 막혔던 건가요,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셨던 건가요?
남) 수학을 처음부터 못하거나 싫어하진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진 자신도 있었어요. 그런데 고2 올라가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던 거 같습니다.
신)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나요?
남) 수학을 못 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미적분 나오면서 포기했어요.
신) 미적분을 요령껏 넘기지 못하셨을 뿐이지, 수학을 못 하는 분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이걸 여쭤볼게요. 아이가 수학을 학문으로서 심도 있게 이해하길 바라시나요, 아니면 수학 점수를 잘 받길 바라시나요? 
남) 글쎄요, 그렇게 생각해보진 않아서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신) 어머니의 교육 목표가 명확해야 해요. 목표에 따라 방법이 크게 달라지거든요. 수학을 즐기게 하는 것과 점수를 잘 받게 하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지 않겠어요? 뚜렷한 목적 없이 이렇게도 해보게 하고, 저렇게도 해보게 하면 아이는 수학이란 과목 자체를 싫어할 겁니다.
남) 점수에 연연하기보다 즐기면서 깊이 있게 학습하면 좋겠어요.
신) 그렇다면 수영 같은 다른 활동을 많이 포기해야 합니다. 수학은 생각할 시간을 많이 줘야 하는 학문이거든요. 또 한 가지, 아이가 수학의 이런 특성과 잘 맞는 스타일인지도 파악해야 해요.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면, 가만히 앉아 수학 문제를 들여다보게 하는 건 좋지 않거든요. 근원적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걸 즐기는 성향이라면 수학과 잘 맞겠지만요.
남) 아이의 특성을 잘 고려해서 수학이라는 과목의 학습 목표를 잡아야겠네요.

책 많이 읽는 게 능사 아니다 

신) 윤성이가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게 하셨다고요. 혹시 아이가 언제쯤 말문이 트였나요?
남) 3살 가을쯤이요, 4살부터 받침 없는 글을 읽다가 혼자 한글을 뗐습니다.
신) 말문이 늦게 트였군요, 왜 그랬을까요?
남) 잘 모르겠습니다.
신)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에요. 언어 능력은 문자에서 시작되는 게 아닙니다. 감정적 소통에서 시작돼요. 엄마한테 뭔가를 간절히 전달하고 싶어서 말을 배우는 거거든요. 그런데 많은 양육자가 책을 읽어주면 똑똑해진다고 오해하고 있어요.
남) 아, 그렇군요. 저도 책을 많이 읽어주면 똑똑해진다고 생각했어요.
신) 책은 추상적 논리가 가능한 연령이 되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어요. 아주 어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님이 있는데, 사실 이 아이들에게 책은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남) 그렇군요.
신) 4~6세 때 아이들이 동화책 많이 보잖아요. 이 시기엔 동화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동화 내용을 토대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독서라고 할 수 있어요. 양육자는 아이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계속 질문해야 하고요. 다시 말하면 지식이나 글자를 집어넣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대신 아이가 이야기를 자기 걸로 소화해 입으로 내뱉게 해야 해요. 그러면서 논리를 세우는 게 그 연령층에 맞는 언어 발달입니다. 윤성이는 이게 부족해 IQ 검사를 했을 때 언어이해 지표가 낮게 나왔을 거고요.
남) 다 이유가 있었네요. 교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모르고 넘어갈 뻔했습니다.
신) 지금부터라도 마음 잘 맞는 아이들끼리 독서 클럽을 꾸리세요. 책을 읽고 난 뒤에 주제를 정해 각자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논술이 별 게 아닙니다, 이 연령대 아이들에겐 이런 식의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남) 당장 실천해보겠습니다.

넓고 얕게? 좁고 깊게 배워야 뇌 발달 

신) 어머니께선 요즘 핫하다는 건 다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책도 많이 읽어주고, 수영이며 첼로 같이 다양한 것도 가르치고, 수학 학원이며 영재원도 보내시고요. 저는 좀 안타까워요. 2022년 한국의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 낸 피해자 같거든요.
남)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안 하자니 불안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시키게 됐고요.
신) 오늘부터라도 중심을 잡으셔야 합니다. 제가 아이 뇌 발달에 좋은 교육법 하나 알려드릴까요?
남) 그게 뭔가요?
신) 예체능도 첼로며 수영, 축구 이런 식으로 이것저것 시키지 마세요.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한두 가지를 깊이 배우게 하세요. 전문적인 수준까지 만드는 겁니다. 특히 남자아이는 운동을 하면 좋습니다. 스트레스도 풀고, 집중력도 높아지거든요. 성취감과 스포츠맨십도 느낄 수 있고요.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성적인 욕망이 충만해져 힘들거든요. 그럴 때도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남) 그게 뇌 발달과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신)어떤 분야에 통달하면 다른 분야에도 깊이 도달하는 길이 열리거든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한계를 자꾸 뛰어넘다 보면 뇌의 역량도 커져요. 뇌에 배움의 틀이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이 틀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윤성이 옆에서 어머니가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

신의진 교수의 총평 및 솔루션

① 아동지능검사는 소아정신과가 있는 병원에서 받는 걸 권합니다. 그래야 전문가인 임상 심리학자에게 검사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을 들을 수 있어요.
② 어린 아이들에게 무작정 책만 읽히는 건 능사가 아닙니다. 이 시기 아이는 책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각색해 입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력이 향상됩니다.
③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한두 가지 분야를 아주 깊게 배우는 경험도 필요합니다. 뇌의 역량이 커져, 다른 분야를 통달하는 데도 도움이 되거든요.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