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도 선당후사도 '내가 하는건 괜찮다'…이준석의 내로남불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02:00

업데이트 2022.08.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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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소속 1500여 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같은 시각,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문이 진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소속 1500여 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같은 시각,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문이 진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향해 날선 비판을 해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욕설부터 대통령실 거짓 해명까지 그 비판은 전방위적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 자신은 그런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까.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거꾸로 이 전 대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아지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전 대표는 13일 회견에서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며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자신을 “이 새끼, 저 새끼”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앞뒤가 다르면 그건 곤란하다”며 뒤에선 자신을 욕하는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당내 인사한테 들었다. 정치권 출입하는 모든 기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런데 반대로 이 대표도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는 얘기도 있다.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대선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역시 당내 인사들에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고, 정치권에 출입하는 많은 기자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대상은 윤 대통령뿐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던 2019년 사석에서 “X신”이라는 비속어를 써가며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난했던 일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안 의원이 이런 이런 정치적 선택을 하면 X신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당시 발언은 이뿐만은 아니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을 겨냥해 “인간 수준이 안되는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사석에서는 정치상황에 대해 어떤 대화든지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고 항변했다.

지난 6월 14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성남 분당갑 6.1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6월 14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성남 분당갑 6.1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자 선당후사(先黨後私) 얘기를 꺼내는 당내 정치인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당후사라는 용어의 문제까지 꼬집었다. 13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선당후사를 “근본이 없는 용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용하는 ‘선당정치’와 비교하며 “(선당후사가) 북한에서 쓰이는 용법과 무엇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선당후사가 “당의 안위와 당의 안녕만을 생각하라”는 뜻의 전체주의적 용어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스스로도 선당후사라는 용어를 당 내 문제에서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 지난해 8월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돼 제명 또는 탈당 요구 조치를 받은 6명의 의원을 향해 그 스스로가 선당후사를 강조했다. 그는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모두가 합심하는 것이고, 선당후사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요청할 땐 ‘발휘해야할 정신’이었던 선당후사가 자신이 요청받을 땐 ‘근본 없는 용어’가 된 셈이다.

라디오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자신과 윤석열 대통령의 독대를 대통령실이 거짓 해명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을 “이준석 거짓말쟁이 만들기 위한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그가 험하게 비난했던 대통령실과 마찬가지로 이 전 대표 본인도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회동에 대해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16일 “주 위원장도 마찬가지지만 일부러 안 만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인 15일 주 위원장과 만나 만찬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 전 대표는 17일엔 “전혀 확인해줄 생각이 없다”고 표현이 바뀌었다.

지난 13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의 13일 기자회견이 정치권에선 한편으론 지지를 받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민심을 잃어가는 윤 대통령과 호가호위하는 윤핵관, 그리고 국민의힘의 구태를 조목조목 꼬집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원고에 대한 호평이 ‘이준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 그의 날선 비판이 결국 그 자신에게 ‘반사’돼 돌아오는 일도 적지 않다. 또 이 전 대표는 혼란의 시작이었던 자신의 성상납 의혹과 ‘7억 각서’에 대해선 기자회견과 이후 방송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의 허물은 덮어 놓은 채 남의 허물만 공격하는 모습은 그가 비판해온 구태 정치인의 모습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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