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우조선, 계약금도 안받고 잠수함 만들다 900억 날릴판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02:00

업데이트 2022.08.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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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수주한 1400톤급 잠수함 3척 가운데 2번함 인도식을 2018년 4월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가졌다. 이 잠수함은 독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국내 최초 수출형 잠수함으로,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2차 계약을 한 잠수함도 이와 같은 급이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수주한 1400톤급 잠수함 3척 가운데 2번함 인도식을 2018년 4월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가졌다. 이 잠수함은 독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국내 최초 수출형 잠수함으로,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2차 계약을 한 잠수함도 이와 같은 급이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동남아시아 국가와 잠수함 판매 계약을 맺은 뒤 약 900억원의 자재를 선(先)발주했으나 3년이 지나도록 계약 발효가 미뤄지면서 이를 사실상 손실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9년 4월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1400t급 잠수함 3척(총 1조1620억원대 사업)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는데 선수금을 받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주요 자재들을 선발주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조차 “무리한 선발주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있는 경상남도 거제도의 조선 업계에선 “곧 독일에서 800억원의 고철 덩어리가 온다”는 얘기가 돌았다. 1400t 잠수함의 핵심 부품인 추진전동기가 올가을 독일 지멘스사에서 들어온다는 얘기였다. 지난 8일 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내부 인사를 거제에서 만났다. 해당 인사는 “추진전동기가 국내에 입고되면 수백억 원의 잔금을 치러야 한다. 추진전동기를 보관할 장소도 없어 추가 비용을 내고 장소를 마련해야 하고, 여의치 않으면 별도의 비용을 내고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해당 내용을 질의했더니 지난 12일 자료와 답이 왔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산업은행 보고서(‘대우조선해양의 인도네시아 잠수함 추진전동기 구매 관련 진행 경과 및 현재 상황’)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7월 독일 지멘스사와 추진전동기 3세트(5850만 유로, 약 780억원)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8월 선급금인 600만 유로(약 78억원)를 지급했다. 이 추진전동기는 올 10월 국내로 납품될 예정이다. 이후에도 잠수함에 쓰이는 강재(약 80억원)과 엔진소음기(약 14억원) 등도 선발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우조선해양, 계약 무산 가능성 대비 안해

대우조선해양의 자재 선구매는 2019년 4월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3척의 군 잠수함 건조 계약 체결을 한 데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인도네시아에 2011년부터 3척의 군 잠수함을 수출(1차 잠수함 계약)한 데 이어 추가 계약을 맺은 것이다. 당시 계약 발효 일자는 2019년 10월 30일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측에서 선급금을 내지 않아 현재까지 계약은 발효되지 않고 있다.

군 잠수함 등을 다루는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사업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계약을 체결해도 계약금이 입금돼야 발효되는 것이고, 이후 자재를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잠수함 부품 자재를 선발주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상남도 거제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석경민 기자

경상남도 거제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석경민 기자

또 군 잠수함에 들어가는 자재의 특성상 해당 자재들의 사용처가 제한되기 때문에 무리한 선발주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유조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선과 같이 자주 발주되는 배의 경우 꾸준히 들어가는 부품들을 선발주할 수 있겠지만, 군 잠수함처럼 한 척이 나올까 말까 하는 특수선에서 9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자재를 선발주한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측은 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인도네시아와 1차 잠수함 계약 및 인도에 성공한 만큼 2차 계약도 발효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인도네시아와 계약을 발효한 후에 추진전동기를 주문하면 납기가 지연될 것 등을 고려한 계약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아직 인도네시아와의 계약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3월 우발손실충당금 반영... 전문가 "사실상 파기" 

하지만 산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은 지멘스사에 미리 지급한 78억5000만원을 제외한 708억원을 ‘우발손실충당금’으로 반영했다.

회계사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우발손실충당금은 불확실한 미래사건의 발생 여부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있는 손실을 의미한다”며 “대우조선해양이 추진전동기 잔금을 우발손실충당금으로 설정했다는 건 사실상 손실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방산산업 전문가이자 인도네시아 CNBC 칼럼니스트 알만 알리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는 대우조선해양과 3척의 잠수함 계약을 이어나갈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도네시아 국영조선소의 엔지니어들은 대우조선해양과의 1차 계약 때 받은 첫 번째와 두 번째 1400t급 잠수함의 성능이 저조하다고 보고했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계약 해지를 발표한 적은 없지만, 국방부는 대우조선해양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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