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도시 홍수’ 대비 시스템 대수술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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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과거에 홍수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주로 하천 범람으로 주변이 침수되면서 일어났다. 하천은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자원이기에 대다수 도시가 하천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수해를 막기 위해 하천이 정비되면서 제방이 들어섰다. 그 결과 최근엔 도시 하천 범람은 감소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침수 피해가 생겨났다.

즉, 도시에 내린 폭우가 잘 빠지지 않아서 생기는 ‘내수(內水) 침수로 인한 홍수(inland flood)’가 현대사회에서는 훨씬 더 중요해졌다. 지난 8일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 당시 서울 도림천 같은 도시 하천이 범람한 사례도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도시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되는 피해가 더 치명적이었다.

배수 차질로 물난리 피해 더 키워
지역별 강우 특성 분석·예측하고
최악 가정한 재난대응 전략 필요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도시 홍수 해법은 자연계와 인공계의 복잡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해하고, 공학적 분석에서 시작해 찾아야 한다. 자연적인 물 순환 과정에 인간이 만든 배수 관망(管網, pipe network)이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공학적 분석이란 배수가 안 되는 여러 가지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배수가 원활하려면 첫째, 도시의 지표면에 내린 빗물이 원활하게 지하 관망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유입구 부족이나 막힘으로 지면에서는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는데 지하 관거(管渠, 관 형태의 배수로)는 절반도 차지 않는 아이러니가 일어날 수도 있다. 둘째, 지하 관망의 처리 능력, 즉 관거 직경과 연결 체계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모든 관거를 이번 같은 기록적 폭우의 배수 처리를 감당하도록 대대적으로 확대해 설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크고 작은 관거들을 적절히 조합해 주어진 예산 범위에서 가장 효율적인 최적의 관망 배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배수된 우수를 뽑아내는 유출구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유출구 수위가 더 높을 경우 역류 현상이 생길 수 있고, 평소 유출구 관리를 제대로 안 할 경우 하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계인 배수 시스템 외에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자연계의 태생적 특성이다. 핵심은 역시 지역마다 다른 강우 특성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과거 관측 자료 분석만으로는 감지할 수 없고 그 이상의 연구를 요구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내린 일일 강우량은 381.5mm(1시간 최대 강우량은 141.5mm)였는데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일일 강우량으로는 115년 만에 가장 많았다. 비공식기록이지만 100년 빈도를 넘은 셈이다. 문제는 100년 빈도의 폭우가 앞으로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17명의 사망자를 냈던 2011년 7월 27일 우면산 산사태 당일 서울의 일일 강우량은 301.5mm였다.

기상 레이더와 슈퍼컴퓨터 등 첨단 과학의 영역에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빈번해지는 ‘뉴노멀’에 대응하는 새로운 공학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준비하되 시행착오를 통해 민첩하게 배우면서 대응하는 ‘강건한(robust) 재난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문제는 어디부터 나사를 조여야 효과가 제일 클지 옥석을 가리는 일이다. 시·군·구는 각 지역의 도시 홍수 대응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를 하나하나 분석해야 한다. 이를 기초 자료로 광역 시·도와 중앙 정부는 한정된 예산에서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투자에 따른 사업 시행 이후에는 시·군·구가 수방 효과를 분석해 그다음 취약 분야로 넘어가야 한다.

지금의 재난 대응 수준은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축적의 산물이다. 미흡한 부분은 이제부터 보완해 나가면 된다. 전례 없는 국가적 재난 앞에서 ‘네 탓 공방’을 일삼는 행태는 부적절하다. 요란한 뒷북 수해 복구 봉사에 나선 정치인들은 ‘재난의 정치화’를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 예산 투자 및 법 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 방에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재난 관리 능력이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상 폭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번 여름이 지나가면 깡그리 잊어버리고 온갖 수해 대책도 공염불이 되는 고질적 안전 불감증일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