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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쌀을 합시다] 다이어트에 좋고 당뇨 예방 효과까지 … 다양한 기능성 쌀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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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농촌진흥청

 육종가, 농업인이 우수 벼 품종을 개발·보급하는 현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육종가, 농업인이 우수 벼 품종을 개발·보급하는 현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한민족은 쌀과 함께 생활해왔다. 쌀은 단순히 식량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를 만들어온 역사다. 오늘 쌀의 날(8월 18일)을 맞아 지난 반세기 우리 민족과 함께한 쌀의 진화를 돌아본다.

통일벼·이스리 품종 ‘녹색혁명’ 일으켜

1960~70년대 경제 성장기에 식량문제는 숙명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일등공신은 ‘통일벼’였다. 농촌진흥청과 대학의 육종 연구자, 그리고 국제기관인 국제미작연구소(IRRI)가 손잡고 개발한 통일벼 덕에 우리나라는 1975년에 쌀 자급을 달성했다. 1977년엔 전국의 쌀 평균 수량이 1000㎡당 494kg으로 단군 이래 최고 수량을 기록했다.

농촌진흥청은 “통일벼가 주도한 ‘녹색혁명’은 1209번의 도전과 실패가 만든 기적이었다”며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국가연구개발 반세기 10대 성과사례’에 단번에 오른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녹색혁명으로 이룬 식량 확보와 기아문제 해결은 1970년대 이후 눈부신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으며, 그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은 세계 최고 수준인 쌀 품종육성의 자산이 되고 있다.

녹색혁명 달성 후 역사적 소명을 다 한 듯 보였던 통일벼는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 지구 반대쪽에서 ‘아프리카형 녹색혁명’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낙후된 농업환경과 기술력 때문에 식량 자급률이 낮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서부 해안의 세네갈에서 ‘이스리(Isriz)’라는 쌀 품종이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스리의 조상은 통일벼다. 우리나라 연구진은 통일벼 계통의 벼 유전자원 중 아프리카의 환경에 잘 적응하는 계통을 선발해 육성된 8개 품종을 세네갈 등 5개국에 등록했다. 세네갈의 대표 쌀 품종인 ‘사헬(Sahel)’에 비해 단위면적(ha)당 생산량이 2배에 달하는 이스리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속 녹색혁명의 주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진행한 우수 벼 품종 개발을 위한 ‘아프리카 벼 육종가 훈련’ 모습.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진행한 우수 벼 품종 개발을 위한 ‘아프리카 벼 육종가 훈련’ 모습.

‘고아미2’는 다이어트에 효과적

최근 농촌진흥청은 기능성 쌀의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다이어트용으로 개발된 ‘고아미2’ 쌀은 일반 쌀과 비교해 식이섬유 함유량이 3배 이상으로 변비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도담’ 쌀은 혈당지수가 낮은 건강 소재, 저항전분 함량이 일반 쌀보다 10배 이상 높아 당뇨와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흑진미’와 폴리페놀이 풍부한 ‘적진주2호’ 등 유색미는 항산화 활성이 우수해 노화 예방에 효과가 좋다. 밥용 쌀 외에도 이제는 가공용 쌀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양조 전용 쌀 ‘설갱’은 맛과 향기가 좋으며 뒷맛이 깔끔한 술을 만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0.8%밖에 되지 않는 밀의 자급률로는 밀의 수급 불안정 때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식생활 변화로 쌀의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30만 t 가까운 쌀이 남아돌고 있으며, 매년 밀 200만 t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쌀 가공 산업을 활성화해 국산 쌀이 밀가루용 수입 밀을 일부 대체하게 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쌀가루용 분질미 품종 육성이다. 농촌진흥청은 밀처럼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아 쌀가루를 생산할 수 있는 ‘바로미2’ 품종을 출원하고 생산성과 재배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재배기술을 확립했다. 우리의 쌀은 이제 국제 식량 위기 등 농업환경 변화에서 우리 쌀 산업을 지켜내는 파수꾼 역할까지 하고 있다.

국내 최초 양조 전용 쌀 ‘설갱’(위)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흑진미’. [사진 농촌진흥청]

국내 최초 양조 전용 쌀 ‘설갱’(위)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흑진미’. [사진 농촌진흥청]

해들·알찬미 등 우리 품종 개발에 박차

최근까지 우리 논에는 ‘고시히카리’와 ‘추청(아끼바레)’ 등 외래 품종이 많이 재배되고 있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2024년까지 외래 벼 재배를 국내 전체 벼 재배 면적의 약 1.5% 수준인 1만 ha 이하로 줄인다는 목표로 지역 특성에 맞는 우리 품종의 개발과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올해 농촌진흥청이 외래 벼 품종을 국산 품종으로 바꾸기 위해 추진한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 결과, 경기도 이천시에서 국산 품종 ‘해들’과 ‘알찬미’가 고시히카리와 추청을 완전히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업은 매년 지역을 늘려가면서 우리 논에 우리 품종을 재배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품종 육성으로 우리나라와 세계에 녹색혁명의 희망을 심고 기능성 쌀의 개발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동시에 식량 안보에 이바지해온 우리 쌀은 이제 우리의 논을 우리 품종으로 채워가는 진화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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