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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값 뛰는데 재고는 쌓이고…‘위기의 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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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의 재고가 늘고, 제조 비용은 크게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서 이런 점이 숫자로 나타났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TV. [뉴스1]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의 재고가 늘고, 제조 비용은 크게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서 이런 점이 숫자로 나타났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TV. [뉴스1]

부품 값과 물류비는 두 자릿수로 올랐는데, 재고는 쌓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는 국내 대표 IT·가전기업의 상반기 사업보고서에서 나타난 현실이다. 상반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쌓이면서 하반기 전망은 ‘회색빛’으로 바뀌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 상반기 주요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제품 가격은 이보다 덜 오르거나 되려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이 전년 평균 대비 58% 상승했다. 디스플레이 구동회로 부품인 연성인쇄회로조립(FPCA)와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가격은 각각 19%와 10% 상승했다. 반도체 웨이퍼 가격은 4% 올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LG전자의 주력인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에 필요한 철강·레진·구리 가격은 각각 22%, 20.3%, 40.2% 올랐다. TV와 차량용 텔레매틱스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가격은 각각 42.6%, 39.1% 상승했다. 운송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삼성전자는 39.6%, LG전자는 46.6% 상승했다.

주요 부품 중에선 TV용 패널 가격만 유일하게 하락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포스트 코로나19 수요 급증에 따라 이례적으로 패널 가격이 급등한 탓에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급등하는 비용을 완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삼성전자 TV 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오히려 4% 하락했다. LG전자 역시 에어컨 가격이 5.9%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고·세탁기 가격 상승률은 3%, TV는 4%, 모니터는 2.7%에 머물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완제품 재고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제품 및 완제품 재고자산은 17조574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조3491억원)보다 두 배로 늘었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는 재고를 일정 부분 두고 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완제품 재고자산 역시 4조6534억원에서 5조4101억원으로 늘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13억8000만대에서 13억3300만대로 낮췄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D램 공급이 수요의 두 배로 늘고, 반도체 재고가 급증해 삼성전자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세계 1, 2위인 TV 수요 전망도 어둡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TV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2억1700만대에서 2억12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두 회사의 하반기 실적 전망치를 낮추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17조2603억원에서 지난 16일 기준 13조5472억원이 됐다. LG전자 역시 1조1475억원에서 9085억원으로 낮췄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LG전자 역시 생활가전이 비수기인 데다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 하반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두 기업뿐만이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기업 300개사에 물었더니 응답 기업의 64.7%가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응답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렇게 답한 기업 중 44.3%는 ‘중국 등 주요 대상국의 수요 감소’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진출 기업 중 72.1%는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전망도 좋지 않다. 기업 66%는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수출 증가를 예측한 기업은 15.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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