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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가서 만날까, 머플러 휘날리는 어린왕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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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 설치된 김도훈 작가의 ‘말(馬)’. 이은주 기자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 설치된 김도훈 작가의 ‘말(馬)’. 이은주 기자

서울 뚝섬 한강공원 제3주차장 인근이 조각 천지다. 은빛 자태를 자랑하며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한 말(김도훈 작가)이 있는가 하면, 어린왕자를 연상케 하는 키 큰 목도리를 한 남자(이강훈 작가)가 있고, 노란 여우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어린왕자(박정기 작가)도 있다.

국내서 활동하는 조각가 302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야외 조각전시회가 서울 한강 뚝섬공원에서 열린다. K-조각조직위원회(윤영달 조직위원장)가 크라운해태제과·서울시와 함께 여는 ‘2022 한강조각프로젝트 낙락유람(樂樂遊覽)’이다. 이 전시는 20일부터 시작해 다음 달 21일까지 이어진다.

이강훈 작가의 ‘키 큰 목도리를 한 남자’. 이은주 기자

이강훈 작가의 ‘키 큰 목도리를 한 남자’. 이은주 기자

실내외 전시장을 통틀어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 수만 1100여 점. 야외 전시장에 대형 작품 302점, 음악분수광장에 설치된 대형 천막 안에 소형 작품 800여 점이다. 김영원·이점원 등 원로 조각가를 비롯해 전강옥·민성호·김성복 등 중견 조각가와 젊은 조각가 작품이 총출동했다. 302인의 작가가 대형 작품을 각 1점씩 출품하고, 다수의 소형 작품을 실내 전시장에서 보여준다.

이 전시는 지난해 예고되고 심지어 ‘예행연습’까지 거쳤다. 지난해 11월 여의도·뚝섬·반포 등 한강공원 3곳에서 각 100여 점씩 총 300점을 보인 전시가 ‘예행연습’이었다면, 이번 전시가 ‘본게임’인 것. 야외 전시작은 지난해와 같은 규모이지만, 소형 작품 800여 점이 더해졌다. 실내 전시를 위해 설치된 텐트 규모가 너비 25m, 길이 50m, 높이 10m다.

작품을 보고 있는 윤영달 K-조각조직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작품을 보고 있는 윤영달 K-조각조직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한강조각프로젝트를 추진한 윤영달 조직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조각은 이미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 K-조각이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전 세계인들과 함께 즐기는 예술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조직위원장은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으로 20년 가까이 한국 조각가들을 지원해왔다. “한국 조각가들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이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를 염두에 두고 마련됐다. 세계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한국 조각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세계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대규모 조각전시이지만 아쉬운 점도 꽤 있다. 무엇보다 가까운 공간에 작품들이 지나치게 몰렸다. 조각품 800여 점을 20개 부스에 촘촘하게 배치한 실내 전시도 마찬가지다. ‘사상 최대규모’ ‘한국 조각 총출동’에 의미는 있지만, 각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연출은 부족해 보인다.

윤 조직위원장은 “한강공원 3곳에 1~3단계 높이에 맞춰 각 작품을 배치할 설계도를 치밀하게 준비했었다”며 “그러나 최근 집중호우로 반포지구에 설치된 작품이 유실되는 등 피해가 생겨 계획을 수정했다. 갑자기 뚝섬 한 곳으로 작품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강’이라는 전시공간이 지닌 매력 못잖게 큰 한계와 어려움을 톡톡히 경험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2인의 작가와 대표작 해설을 상세히 담은 200쪽 분량의 도록은 이번 전시의 의미있는 성과다. 한국 조각의 현재와 미래가 오롯이 담겼다. 한편 이번 전시 기간 중엔 9월 3일과 17일 이틀간 국악공연 ‘낙락음악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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