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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20년 내 코로나 같은 팬데믹 또 올 가능성 50%”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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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 이사장이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 이사장이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운 좋게도 치사율 0.6%에 그쳤지만, 다음번엔 천연두 등 치사율 30%가 넘는 팬데믹이 올 수 있다. 팬데믹 대비를 위해 전쟁 대응 수준의 국제 협력이 필요하고, 여기에 한국이 많은 기여를 해주길 바란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67)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게이츠재단) 공동이사장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지난 15일 한국에 온 게이츠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과의 회담과 국회 연설 등을 소화했다. 이번 방한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20년 안에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고 했는데.
“팬데믹엔 자연 발병으로 인한 창궐과 바이오 테러 두 가지가 있다. 자연 발병 팬데믹의 대표적인 예가 코로나19 같은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 이런 종류의 팬데믹이 20년 내 다시 세계를 덮칠 가능성은 50% 정도다.”
글로벌 전염병 대응·동원팀(GERM)을 제안했다.
“많은 이가 세계보건기구(WHO)에 팬데믹 대응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전염병이 창궐·확산할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GERM은 감염병 조기 진화 전담 조직을 뜻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주요 거점 지역에 팀을 두는 방식으로 총 3000여 명으로 구상하고 있다. 이런 팀을 꾸리려면 연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가 들 전망이다.”
부자 나라 위주의 코로나19 백신 쏠림이 있었다.
“게이츠재단은 이 문제를 생산 능력 확충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나노 입자 기술이 들어간 mRNA 백신 개발이 가능해지면 백신 공급량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 2회 접종 백신이라면 초기 6개월 내 140억 회분(도스)을 생산할 수 있을 때 형평성 있는 분배가 가능해진다.”
글로벌 보건 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한국은 놀라운 국가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우수한 인적자원과 연구 역량을 갖췄다. 또 혁신 에너지로 대표되는 나라다. 국가 역량에 걸맞은 공적개발원조(ODA)에 나서주길 바란다. (국제 공중보건 단체인) 글로벌 펀드나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세피)에도 기금 출연을 늘려, 이 분야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한국이 ODA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0.3%(현재는 0.16%)로 늘린다면 정말 큰 기여가 될 것이다. 게이츠재단은 결핵 백신 개발에도 도전 중인데, 한국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힘을 보태면 큰 도움이 될 거다. 10년 프로젝트인 결핵 백신 개발은 자원·재원과 함께 엄청난 인내심·결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기적 같은 성과를 낼 것이다.”
팬데믹 해결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는데 어디에, 어떻게 쓸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부모님과 전처 멀린다 등과 이 문제를 놓고 상의한 뒤 돈 쓸 곳을 찾기 위해 세계 이슈를 공부했다. 보건 분야도 그때 알았다.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아이가 연간 80만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3000만 달러(약 390억원)를 기부했는데 그 분야의 가장 큰 기부자가 됐더라. 백신 개발, 의약품 보급 등 어떤 것도 갖춰진 게 없었다. 연구할수록 가난한 나라의 질병과 백신 개발에 몰입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모든 게 더 분명해졌다. 이 같은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준비하는 데서 삶의 의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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