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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여론 나쁘자 ‘당헌 유지’…이재명 방탄 길은 열어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대위가 17일 ‘이재명 방탄용’ 논란을 야기했던 당헌 80조를 고치지 않기로 했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현행 당헌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보복’의 판단 주체를 외부 기구가 아닌 당무위로 바꿔 “친명계가 실리를 챙긴, 꼼수 방탄”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비대위는 당헌 80조 1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날 전당준비위(위원장 안규백 의원)가 직무 정지 시점을 현행 ‘기소 시’에서 ‘하급심(1심) 금고형 이상의 유죄판결 시’로 바꾸는 수정안을 의결했는데, 이를 하루 만에 원상태로 돌린 것이다. .

다만 비대위는 구제 절차인 80조 3항을 완화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현재는 독립기구인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비대위는 이 판단을 당무위에 맡기기로 했다. 절반 이상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윤리심판원과 비교할 때 당무위는 당내 기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날 손질된 당헌은 당무위(19일)와 중앙위(24일)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재명 의원의 적극 지지층이 요구해 온 당헌 80조 1항 개정에 제동이 걸린 건 전날 의원총회 영향이 컸다. 의총에서 예상외로 강한 반박이 쏟아지자, 한정애(3선)·박재호(재선)·이용우(초선) 비대위원은 선수별 의원단 의견을 재빠르게 취합했다.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선 비대위원 7명 중 4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회의에서 “굳이 방탄용 개정이란 비판까지 들어가며 고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을 전달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도와줄 일 있느냐”고 말했다. “검찰 정부의 선의에 기대면 안 된다”는 찬성 의견은 소수였다. 당초 개정에 적극적이었던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회의 직후 “비대위원 과반수가 반대해 전준위 안으로 통과시키는 게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당헌 유지에 비명계는 환영했고, 친명계는 반발했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바로 세우기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썼다. 반면에 친명계에선 “도덕적 완벽주의에 빠져 최소한의 방패마저 내려놓고 맨몸으로 적과 싸우라고 종용하는 것”(박찬대 의원), “우리 당의 동지를 노리는 수구세력의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장경태 의원) 같은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선 향후 당 지도부가 기소돼도 당직을 유지하는 데엔 별 어려움이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무위는 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집행기관이다. 당 대표가 선임하는 최대 5명의 위원을 비롯해 원내대표·최고위원·사무총장과 시·도당 위원장, 민주당 소속 시·도 지사 등 100명 이하로 구성된다. 집행기관 특성상 당무위의 성향은 당 대표나 주류 의견에 기우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대선 경선 때도 ‘경선 시기’나 ‘중도 사퇴자의 무효표 처리 방식’ 등 비명계와 친명계가 충돌할 때마다 당무위는 번번이 친명계의 손을 들어줬다. 당내에서 “친명계가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강령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치였던 ‘1가구 1주택’과 ‘소득주도성장’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의결했다. 강령 개정안은 28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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